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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리에 官출신이? 증권·금융 유관기구들 하마평 무성

민vs관 이슈에 내정설 풍성해져…'업무공백 커질라' 우려도

이지숙·이정하 기자 기자  2013.10.18 19: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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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차일피일 미뤄졌던 금융권 인사가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청와대는 한국예탁결제원, 코스콤 등 금융 공공기관 후임 사장 인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험업계도 몇 달째 공석이었던 수장을 결정짓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금융기업 인사가 시작되며 '관치 논란' 또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아직 후보 공모를 진행하지 않은 곳에서 '내정설'만 무수히 생겨나는 기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업계 내부에서도 금융당국의 규제를 잘 조율해줄 수 있는 '관료 출신'과 시장 현안을 잘 짚어 낼 수 있는 '전문가'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팽팽히 부딪치고 있다.

증권업계, 사표 수리도 되기 전 하마평 무성

4개월여간 공석으로 남아있던 거래소 이사장에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이 취임하며 코스콤과 한국예탁결제원 등 나머지 금융 공기업 차기 인선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 코스콤  
ⓒ 코스콤
거래소 전산을 관리하는 IT 전문기관인 코스콤의 차기 사장에는 기획재정부 출신 고위공무원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거래소 이사장 후보로 물망이 올랐던 인물들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이에 더해 전직 국회의원들도 하마평에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코스콤 노조 측은 "새로 오게 될 사장은 대화를 통해 협력할 수 있는 분이었으면 좋겠다"며 "풍문에 들리는 소문이 있긴 하지만 사장추천위원회가 구성되고 2~3주는 지나야 알 수 있는 사안으로 '관'이다, '민'이다는 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내 유일의 중앙예탁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도 김경동 사장이 사임의 뜻을 표하면서 차기 사장 인선 작업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사표 수리 여부가 결정되지도 않는 상황이지만 차기 인사에는 금융위원회 출신 고위공무원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 예탁결제원  
ⓒ 예탁결제원

예탁결제원 내부에서는 그간 이수화 전 사장에 이어 김경동 사장까지 민(民) 출신이 두 번 연속 사장에 취임했으나 매번 노조와의 결등을 겪었다는 점에서 "더 이상 민 출신은 원하지 않는다"는 미묘한 내부 분위기도 포착되고 있다.

예탁원 한 관계자는 "민 출신의 경우 수익성을 크게 염두하고, 국내 유일의 중앙예탁결제기관이라는 특성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우리 기관은 수익성보다는 증권 인프라를 담당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관의 특성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분이었으면 한다"고 귀띔했다.
 
반대로 사무금융노조 측은 증권 유관기관 인선 하마평에 대해 "정권의 입김에 따라 낙하산 사장이 내려오는 상황으로 증권사, 시민단체, 노조의 입장은 반영되고 못하다는 점에서 안타깝다"며 "금융공기업의 차기 인선에 중립성을 갖출 수 있도록 시스템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 두 기관 모두 거래소 이사장에 거론됐던 후보들이 사장으로 내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철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우기종 전 통계청장, 유정준 전 한양증권 사장, 우영호 울산과학기술대 테크노경영학부 석좌교수(전 거래소 파생본부장) 등이 이름을 하마평에 올리고 있다.

◆수장 공백 길어지는 보험업계 "관 출신의 역할 중요" 논의도?

손해보험협회와 보험개발원은 이미 몇 달째 수장자리가 공석인 상태다. 보험개발원은 이번 주 신임 원장 선임을 위한 절차에 돌입해 늦어도 11월 중 새 수장을 결정지을 계획이지만 손보협회의 경우 8월 문재우 전 회장이 퇴임한 뒤 아직까지 후보추천위원회(이하 후추위) 조차 구성하지 못했다.

현재 보험개발원 신임 원장에는 김수봉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도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보험개발원장이 업계 전문성에 대한 소양을 요구받는 자리인 만큼 김 전 부원장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손해보험협회  
ⓒ 손해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의 경우 차기 회장으로 당국과 업계 출신 인사가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으나 금융당국에서 아직까지 구체적인 지침을 내리지 않아 후보선정 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손보협회 차기 회장으로는 김병기 서울보증보험 사장과 구자준 LIG손해보험 상임고문, 고영선 전 화재보험협회 이사장, 박수원 전 금융감독원 감사 등 다양한 인물이 떠오르고 있다.

한편 보험업계에서는 "관료 출신 회장이 당국에 업계 입장을 대변하고 의견 조율하는데 유리하다"는 입장과 "업계 사정을 잘 모르는 관료 출신이 오히려 정부와 업계 논리가 충돌했을 시 정부의 논리를 따를 수 있다"는 의견이 양분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보험이 규제산업인 만큼 관 출신 인사가 업계와 당국의 입장조율에 있어 수월할 수 있다"면서 "협회장에는 무엇보다 대관업무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관 업무는 꼭 회장이 아니더라도 부회장이나 임원들이 맡아 진행할 수 있다"면서 "오히려 고위 관료출신이 금융기관으로 내려옴으로써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산업 독립성 전무' 관치 금융 결국 고객 피해 우려

각 기관 수장의 공백이 길어지며 업무 차질에 따른 우려가 커지고 있는 건 분명 사실이다.

특히 보험업계는 내년 회계연도가 기존 4월에서 1월로 변경돼 새해 업무계획을 수립해야하고 자동차보험 적자 문제 등도 금융당국과 개선책을 논의해야 하지만 협회장 공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증권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코스콤의 경우 우주하 사장 사의를 표명한지 다섯 달째로 접어들어 주요 현안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며 밀려있다. 예탁결제원도 갑작스러운 공백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자리를 비워두는 데 따른 부담감으로 인해 인선 논의를 지나치게 서둘러서도 안 된다는 소리가 나온다. 특히 관 출신 득세에 대한 경계 목소리가 국정감사에서 나오고 있는 등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한 만큼, 업계 하마평과 국민적 여론 등을 모두 만족시킬 인사를 찾는 계기로 삼자는 지적도 있다.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은 17일 금융위원회 국감에서 금융지주사, 은행, 보험사, 증권사에 등록된 임원은 총 796명이며 이중 관료출신이 16.2%를 차지하고 있고 많은 경우 관료출신 임원자리는 후임에 누가 내정될지 예측 가능할 정도로 관행화돼 왔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49개 생·손보사 임원 163명 중 관료출신은 43명이었으며 58개 증권사 임원 307명 중 관료출신은 27명에 달했다.

김 의원은 "고위 관료출신은 승진이 되지 않으면 시중금융회사의 고위임원이나 산하공공기관장으로 옮기고 임기를 마친 다음에 부처장관이나 정부 기관장으로 영전하거나 협회와 같은 유관기관장으로 옮겨 간다"면서 "이런 '모피아' 인사로 금융기관은 장기 전략이 일관성을 갖지 못하게 되고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많은 자리에 대한 이야기가 한꺼번에 나오고 있고 어느 자리든 오래 비울 수 없긴 하지만, 인선에 대한 납득할 만한 공감대 형성이 이뤄져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 역시 두드러지는 만큼, 이번에 어떤 면면들이 자리를 차지하게 될지 그 어느때보다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