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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시티 피해고객, '금융주간사 우리은행으로서의 확약' 찾아라?

불완전판매 일반론으론 한계…확약서 믿은 저축은행도 일부손실보고 합의 전례

임혜현 기자 기자  2013.10.18 13:5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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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우리은행의 파이시티 관련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논란에 대해 검사가 시작된 가운데, 드디어 금융감독원이 칼을 뽑아들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번 문제는 동양그룹 사태 이후 함께 부각되는 것이어서 처리 경과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법원의 책임 추궁 전례를 함께 떠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불완전판매에 대한 법원의 태도는 사실 긍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이번 파이시티 관련 상품 불완전판매 논란 역시 도덕적 책임을 크게 물을 수  있을지언정, 문제를 확신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여전히 대두되는 이유다.

대한민국 신용도 비교했던 파워인컴펀드 사태도 40%짜리 결론

우리파워인컴펀드는 우리은행 등이 지난 2005년 11월부터 판매됐는데, 구조적으로 위험하게 설계된 파생상품임에도 우리은행이 제대로 이를 고지하지 않고(채권형상품으로 소개되거나, 대한민국 국채보다 안전한 상품이라는 홍보 하에 팔려 나감) 판매해 불완전판매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011년 대법원이 40% 손실을 물어주도록 판결, 확정됐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조정했을 때 50%였던 점과 비교해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쉬움을 남긴 판결로 보이며, 더욱이 서울고등법원에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손실의 70% 배상 판결을 했던 점과 비교해 보면 소극성이 더 두드러진다.

통장표지 바꾸기, '우리은행도 투자한 안전한 상품' 등 유혹 많았지만…  

우리은행 판매 사례들을 보면 "현재 시중 금리가 6%인데 이 상품은 금리가 8%로 매우 좋다(예금이 아니니 금리라는 표현을 쓸 수 없는 것임)"거나 "가입금액의 80%까지 담보대출이 된다(이 상품은 담보대출 대상이 아님)"는 등 위험성이 있는 상품이 아닌 예금으로 착오를 유발한 경우가 많다고 참여연대는 밝혔다.
   우리은행이 파이시티 관련 상품 불완전판매로 특별검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다른 사건들을 보면 불완전판매 입증을 해도 배상 비율이 실망스럽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금융소비자들로서는 금융주간사로서의 지위에서 발언한 '확약''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프라임경제  
우리은행이 파이시티 관련 상품 불완전판매로 특별검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다른 사건들을 보면 불완전판매 입증을 해도 배상 비율이 실망스럽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금융소비자들로서는 금융주간사로서의 지위에서 발언한 '확약''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프라임경제

더욱이 "우리은행, 하나은행이 투자하는 사업으로 원금이 손실될 걱정이 없는 상품", "대우자동판매와 성우종합건설이 보증(채무인수)해서 안전하다" 등의 사례도 수집돼 있다. 특정금전신탁이지만 저축상품 표지의 통장이 발행된 케이스도 있다.

위험성 고지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전형적인 불완전판매 말고 판매측인 우리은행도 투자한다는 뜻은 무엇일까?

빠른 이해를 위해 파이시티 관련 사업구조를 살펴 보자. 우리은행은 8900억원 규모인 양재동 프로젝트의 금융주간사를 맡아 농협과 교원공제원과 함께 5000억원을 부동산 PF로 대출했다. 나머지 3900억원은 하나UBS자산운용에서 부동산펀드로 조달했으며 이 중 1900억원은 우리은행이 특정금전신탁으로 판매했다.

금융주간사의 호언장담에 의한 손실의 경우로 따로 떼어 문제를 제기한다면 불완전판매만 주장하는 경우보다 유리할 것인가? 사례가 풍부하지는 않지만 유의미한 케이스가 있다.

금융전문가끼리 다툰 '금융주간사 확약' 사건…차라리 이쪽이 유리하다?

금년 1월 확정종결된 사건을 하나 살펴보자. 

지난 2006년 신한금융투자는 서울 창신동 대형주상복합건물 신축공사의 금융주간사로 선정됐다. 신한금융은 현대스위스 등 1차 대주단에 "대주단의 대출금을 최우선으로 상환할 것을 확약한다"는 확약서를 교부했고, 솔로몬 등 2차 대주단은 내부 여신승인 심사과정에서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같은해 7월 298억원을 대출해 자금관리사에 예치했다.

그런데 2차 대주단은 자금인출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신한금융이 확약서를 교부하자 시행사의 인출을 허락했고, 솔로몬과 호남솔로몬은 추가 확약서를 받고 90억원을 추가로 대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본대출은 실현되지 않았고, 솔로몬 등은 2008년 9월 소송을 냈다.

이 사건은 1심에서 이미 부적절한 약속의 의미에 대한 집중적인 지적이 있었다.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은 "금융주간사가 계약금 대출을 실행하는 솔로몬과 같은 상호저축은행 등의 금융기관에게 '대출원리금을 최우선 상환한다'는 확약서를 교부하는 것은 이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담보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계약금 대출의 특성을 고려하면 국내의 대형 증권회사인 신한금융이 작성해 교부한 확약서는 솔로몬 등의 내부 여신승인 심사과정에서 중요한 고려요소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솔로몬저축은행 역시 금융전문가인 점을 감안, 배상 범위를 60%로 한정했다. 이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에 항소됐는데 결국 합의권고결정이 연초에 이뤄져 약 5년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일반적인 불완전판매 건보다 오히려 배상의 폭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불완전판매 역시 금융주간사의 지위를 충분히 인식한 판매자(창구직원)의 발언의 확약이 어느 정도인지, 또 얼마나 이런 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를 입증하고 종업원 감독 책임 쪽으로 논리를 보강해 주장할 필요가 적지 않다. 

참고로, 우리파워인컴펀드 사건만 해도 전향적인 시사점을 던져 준 사건으로 해석하는 견해가 법원 내부에서도 없지 않았다. 2012년 5월 열린 금융투자협회 주최 분쟁조정세미나에서 최승록 당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이 사건을 소개하면서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금융상품에 대한 판매사들의 설명의무 수준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런 견해가 몇 년새 법원 내부에서 공감대로 퍼지고 굳어져 왔다면, 파이시티 사건에 대한 판단도 더 전향적으로 나올 여지가 있을 것이다. 단순히 금융기관으로서 설명을 불확실하게 한 데 그치지 않고, 금융주간사로서의 이중적 위치를 가진 은행이 이례적인 호언장담을 하며 일반 소비자를 상대하는 게 온당한지에 대한 반성이 고려되면 파급력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확약의 확실한 증거를 어떻게 찾아낼지가 논리 구성의 '잃어버린 고리'로 남아있으며 이 문제가 끝내 풀리지 않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