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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35m' 믿고 밀어붙이는 마사회의 뻔뻔함

최민지 기자 기자  2013.10.18 11: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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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17일 사행산업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 국정감사가 열린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앞에서 1인 피켓시위가 진행됐다. 성심여중 학부모가 용산 화상경마장(장외발매소) 이전을 반대하는 시위였다. 교육과 도박 중 어떤 것이 우선순위냐고 묻는 피켓 문구에 눈길이 갔다. 당연히 교육이 우선시돼야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성심여중 학부모가 지난 17일 사감위 국정감사장 앞에서 용산 화장경마장 이전을 반대하는 1인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화상경마장과 학교와의 거리는 불과 235m. 하지만 학교보건법에서 지정한 거리인 200m를 초과해 법적인 문제가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 최민지 기자  
성심여중 학부모가 지난 17일 사감위 국정감사장 앞에서 용산 화장경마장 이전을 반대하는 1인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화상경마장과 학교와의 거리는 불과 235m. 하지만 학교보건법에서 지정한 거리인 200m를 초과해 법적인 문제가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 최민지 기자
최근 한국마사회의 서울 용산시 장외발매소가 연면적 1만8361㎡ 규모로 확장 이전을 하고 있다. 총 25층(지하 7층·지상 18층) 규모로 전국 최대 수준이다. 원래는 용산역 근처에 있던 해당 장외발매소가 주택밀집지역으로 이전키로 하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 장외발매소 부근에는 △원효초등학교 △남정초등학교 △원효어린이집 △용산신학교 △성심여중 △성심여고 등 학교들이 즐비해 교육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전할 장외발매소와 성심여중·성심여고와의 거리는 불과 235m밖에 되지 않는다.

당장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 5월 용산 장외발매소에 대한 이전승인 처분이 발령되자 지역 시민단체와 주민, 학부모들은 주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입점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1인 시위와 서명운동은 물론, 문화체육관광부와 용산구청에 건축허가를 취소할 것을 바라는 요청서를 발송하기도 했다.

마사회가 운영하는 장외발매소 운영이 불법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의 도박중독성은 심각한 수준이어서 장외발매소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경륜 장외발매소를 자주 다니며 2000만원을 탕진한 피의자가 끔직한 살인을 저지른 '경기 하남시 여고생 살인사건'부터 도박빚 8000만원 때문에 재산을 노리고 어머니와 형을 살해한 '인천 모자 살인사건'까지, 도박중독은 우리사회의 병폐로 남아있다.

이에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서울 올림픽공원 내 장외발매소를 내년 상반기까지 철수시키겠다고 약속했고, 사감위도 '장외발매소 건전화 추진 방안'을 통해 장외발매소를 단계적으로 생활밀집지역과 격리하고 축소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박창식 의원(교문위·새누리당)은 지난 17일 사감위 국정감사 질의를 통해 "용산 화상경마장 이전은 사행산업을 조장하는 것이며 교육이나 주거환경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주거지역에서 외곽지역으로 장외발매소를 이전해야 한다는 사감위의 장외발매소 건전화방안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비난하며 사감위 차원의 강력한 제재를 요구했다.

이 같은 정부의 입장과 반대되는 도박장 확장계획이 서울의 중심부인 용산, 그것도 아이들이 교육받고 생활하는 중심지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심지어, 주민들은 이러한 사실을 올해 5월이 되어서야 알게 됐다. 주민들 의견수렴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사감위 국감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성심여중 학부모는 "2010년 2월 한국마사회가 농림축산식품부에 장외발매소 이전을 신청했고, 용산구청이 같은 해 6월 건축허가 처분을 발령했다"고 말했다. 해당 건물은 복합레저시설로 지어졌고, 4년여만에 완공돼 입주만이 남은 상황이다.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 생활밀집지역 내 위치, 학교시설과 가까운 거리 등 각종 문제를 안고 있는 용산 장외발매소에 대한 법적인 문제는 없을까? 학교보건법에 따르면 학교를 중심으로 반경 200m 이내에 유흥업소·사행시설 등 청소년 유해시설이 영업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단 35m 차이에 희비가 엇갈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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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m 차이를 내세우며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호도하는 한국마사회, 경마 장외발매소를 우리네 아이들의 학교와 집을 비집고 들어가려는 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

교육과 도박, 무엇이 먼저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사실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