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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경의 都市樂] 김밥을 뛰어넘다… 김선생의 절묘한 '창작 김밥'

조민경 기자 기자  2013.10.18 10: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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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요 며칠 초겨울 추위에 옷장 깊숙이 넣어둔 외투를 갑작스럽게 꺼내 입으신 분들 많을 텐데요. 다행히도 반짝 추위는 주말을 기해 서서히 풀려 예년기온을 되찾을 것이라 합니다. 쾌청한 하늘과 따사로운 햇살, 서늘한 바람이 특징인 가을날씨가 기대되는데요. 이런 날씨에 실내에서만 지내기는 아깝죠. 이미 주말 나들이 계획을 세우셨다고요?

나들이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김밥' 아닐까요? 가장 맛있는 김밥은 '엄마가 싸준 김밥'이라고들 하죠. 그렇지만 김밥은 재료를 하나하나 손질해 준비하고 말아서 담아내기까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요즘은 김밥을 집에서 직접 싸기보다는 사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먹는 김밥은 별 다를 것 없는 그저 그런 맛인데요. 이런 김밥에 물린 분들을 위해 이번 '조민경의 都市樂(도시락)' 새 맛집 신 메뉴에서는 전혀 평범하지 않은 김밥전문점을 공유할까 합니다.

김밥이 다 같은 김밥이라고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그럼 저와 함께 '김선생'으로 가보실까요.

김선생은 동부이촌동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지하철 4호선 이촌역 인근 서울신용산초등학교 옆 로얄상가 1층입니다. 김밥의 밥과 김처럼 하얀색에 검정으로 포인트를 준 간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요. 매장 인테리어 역시 간판처럼 흰색과 검정, 여기에 우드톤을 더해 심플하게 꾸며져 있었습니다. 매장 전면은 유리로 돼 있어 김밥 마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답니다.

   김밥의 김과 밥처럼 검정과 흰색, 여기에 우드톤을 더해 심플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주는 김선생 매장. ⓒ 김선생  
김밥의 김과 밥처럼 검정과 흰색, 여기에 우드톤을 더해 심플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주는 김선생 매장. ⓒ 김선생
10석 남짓한 좌석 때문에 매장에서 먹기보다 포장해가는 고객들이 많다고 합니다. 워낙 인기가 좋아 자리를 잡으면 "운이 좋은 날"이라 여길 정도라고 하네요. 이 점 감안해 방문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메뉴판은 계산대 위쪽 벽면에 설치돼 있고, 자그마한 팸플릿 형태로도 만들어져있었는데요. 김밥전문점답게 8종류의 다양한 김밥을 비롯해 덮밥, 면, 만두가 있었습니다. 김밥 중에서 '바른김밥'과 '매운제육쌈김밥', '크림치즈김밥', '진미김밥'을, 그리고 '김선생 온면'과 '갈비 만두'를 함께 주문했습니다. 

김밥을 비롯한 김선생의 모든 메뉴는 주문 즉시 만들기 시작해 음식을 맛보기까지 조금 기다려야 했습니다. 일반 김밥집에서는 볼 수 없는 김밥종류가 많아 어떤 맛일지 상상해봤지만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사이 음식들이 내어졌는데요.

   '매운제육쌈김밥'. ⓒ 김선생  
'매운제육쌈김밥'. ⓒ 김선생
주문한 김밥 4가지 모두 큼지막했는데요. 겉에는 참기름을 고루 발라 윤기가 반질반질했습니다. 내용물은 한 눈에 보기에도 알차보였는데요. 특이한 점은 밥이 아주 조금 들어가 있고 대부분이 김밥소로 채워져 있다는 것인데요.

일단 맛을 보기로 했습니다. 바른김밥을 가장 먼저 집어먹었는데요. 우리가 흔히 먹는 일반김밥인데, 계란과 단무지, 채썬 당근, 오이, 우엉, 햄이 들어있었죠. 아삭하게 씹히면서 담백한 맛이 특징이었습니다.

다음으로는 김선생의 인기 메뉴인 매운제육쌈김밥을 맛봤습니다. 제육볶음과 상추, 당근, 단무지로 채워져 있었는데, 마치 제육볶음을 상추쌈에 싸먹는 것 같은 맛이었습니다. 매콤한 제육볶음이 상추, 밥과 어우러져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제육볶음을 비롯한 김밥소가 아주 알차게 들어있어 몇 알만으로도 배가 부를 정도였습니다.

다른 김밥도 마찬가지지만 크림치즈김밥은 도무지 그 맛이 상상이 가지 않았는데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입으로 한 알 가져갔습니다. 부드러운 크림치즈와 함께 고소하게 씹히는 것이 있었는데, 호두강정이었습니다. 호두강정이 크림치즈와 어우러져 더욱 고소한 맛을 냈는데요. 당근, 오이 등 채소와 무리 없이 어우러졌죠. 크림치즈만 넣었다면 느끼할 법 했지만 고소하고 씹히는 맛이 좋은 호두를 넣은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크림치즈김밥은 고객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메뉴라고 하는데요, 아무래도 부드럽고 느끼한 것을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여성분들이, 남성분들에 비해 많이 찾는다고 하네요.

세 종류의 김밥을 맛보고 나니 나머지 진미김밥의 맛도 더욱 기대됐는데요. 매콤 쫄깃한 진미채가 김밥 속에 들어있어, 흰쌀밥에 진미채를 얹은 뒤 김으로 싸먹는 듯한 맛이었습니다. 반찬으로 진미채를 즐겨 드시는 분들은 이 김밥에 아주 만족하실 것 같네요.

   '크림치즈김밥'. ⓒ 김선생  
'크림치즈김밥'. ⓒ 김선생
김밥을 먹느라 김선생 온면과 갈비 만두는 뒷전이었는데요. 김선생 온면은 해산물과 사골로 우려내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맛이 입맛을 당겼는데요. 국물이 잘 배인 쫄깃한 면도 김밥과 함께 먹기 안성맞춤이랍니다.

갈비만두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좋아할만한 메뉴인 것 같은데요. 갈비소스로 양념한 만두소를 얇은 만두피로 빚어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갈비소스의 달콤한 맛과 고기의 씹는 식감이 좋답니다.  

김선생은 '바른 김밥 식당'이라고도 한다는데요, 앞서 맛본 김밥을 비롯한 모든 메뉴에 풀무원의 5無(사카린, MSG, 합성보존제, 표백제, 빙초산) 단무지를 비롯해 무항생제 계란, 매일 소량 생산하는 참기름, 남해 청정지역에서 자란 원초만으로 만든 김, 저염햄, 국내산 햅쌀 등 건강한 식재료만 사용하기 때문이죠. 

좋은 식재료를 아끼지 않고 가득 담아낸 김밥이니 맛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주말 나들이 도시락이 걱정되시는 분도, 아이들 먹일 간식이 적당하지 않다고 하시는 분도, 색다른 김밥을 맛보고 싶다는 분도 김선생을 한번 방문해보시면 어떨까요.

마침 김선생 주변에는 국립중앙박물관과 용산가족공원, 이촌한강공원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거창한 나들이가 아니더라도 한가한 날 김선생 김밥을 포장해 주변으로 바람을 쏘이러 가는 것도 가을을 즐기는 한 방법일 것 아닐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