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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고섬 책임추궁에 말 잃은 KDB대우증권·한화투자증권

소송결과 내달 나올 듯…투자자 555명 똘똘 뭉쳐 190억 배상 요구

이정하 기자 기자  2013.10.17 17: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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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오는 28일 최종 변론을 마지막으로 내달에는 중국고섬공고유한공사(이하 중국고섬)의 판결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돼 금융투자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11년 3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중국고섬은 분식회계 논란으로 상장 두어 달 만에 거래가 정지됐으며 '차이나 리스크'의 기폭제가 됐기 때문.

중국고섬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부실한 상장 절차상의 책임을 물어 한국거래소와 상장주관사인 KDB대우증권 등을 상대로 2011년 9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원주 전환과 정리매매를 통한 나머지 손실액에 대해 배상을 주장하고 있으며, 1차 소송 참가자 총 555명은 190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위는 대우·한화증권에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했으며 이는 금융당국이 내린 최고 수준의 과징금이었다. 사진은 중국고섬 현지 공장 전경. ⓒ 중국고섬 홈페이지 화면캡처  
금융위원회는 중국고섬 사태와 관련 대우증권·한화투자증권에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내린 최고 수준의 과징금이다. 사진은 중국고섬 현지공장 전경. ⓒ 중국고섬 홈페이지 화면캡처
중국고섬의 피해 투자자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송현 측은 상장주관사가 상장 절차에 따른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 승소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17일 이 법무법인 소속 윤용근 변호사는 "개인투자자의 경우 중국고섬이라는 회사를 봤다기보다 상장 주관사가 좋다는 말에 속아 투자를 결정했다"며 "재무현황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고 결국 이는 주관사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고섬 소송을 통해 만나본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증권사의 말을 그대로 믿고 투자를 결정한 이들이었다"며 "증권사는 상장 당시 재무실사자문 계약을 맡았던 삼일회계법인에 책임을 돌리고 있으나 투자자들은 회계법인을 보고 투자를 결정한 게 아니라 주관사를 믿고 투자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 20억원 과징금 따른 무게추 어디로

2011년 1월 25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중국고섬은 중국 고기능 폴리에스테르 섬유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로 앞서 2009년 싱가포르 증시에 입성했으며 국내에는 주식예탁증서(DR) 형식으로 이름을 걸었다. 당시 KDB대우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이 함께 상장을 주관했다.

그러나 상장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중국고섬 자회사가 갖고 있어야 할 은행예금이 실제 존재하지 않고 재무제표와 은행잔고상에 10억700만위안(약 1650억원)의 차액만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고섬은 분식회계 논란으로 결국 상장 9개월 만에 재무제표에 관한 회계감사에서 '의견거절'을 받았고 지난 4일 국내 증시에서 퇴출됐다.

더불어 금융위원회는 애초에 증권신고서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KDB대우증권과 한화투자증권에 각각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20억원은 금융당국이 불공정거래 혐의로 부여할 수 있는 최대 규모다.

◆1차 소송결과에 이목 집중…"증권사 탓만 아냐" 지적도

송현 측은 이러한 금융위의 결정이 재판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권사가 의무를 다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해당 증권사는 "금융위의 결정과 소송의 법적절차는 별개"라고 주장하며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송현은 1차에 이어 2차 소송 참가자를 이달 31일까지 모집 중이며 170여명이 이에 동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송현 측은 "내달 1차 소송 결과에 따라 2차 소송 참가자들이 같은 결과를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조심스러운 의중을 내비쳤다. 

자본시장의 실제적 감시기능 역할을 담당하는 한국거래소도 중국고섬과 연관된 비난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회계 논란으로 싱가포르 증시에서 중국고섬 주가가 폭락하는 등 이상 징후가 포착됐지만 거래소는 이를 뒤늦게 공시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웠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책임소재를 증권사 탓으로만 돌리는 것에 대한 비판의사를 제기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고섬에서 노출된 회계 문제는 중국 측 은행이 투명하게 잔고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중국에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해당 증권사에 모두 책임을 돌리는 건 과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