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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화평법 재계 반발, 비판 아닌 몽니인 이유

임혜현 기자 기자  2013.10.17 14: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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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재계의 '글로벌 스탠다드' 요구가 정치권을 압도할 것인가?

15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전국경제인연합, 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 관계자들은 '화학물질 평가 및 등록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이번 논쟁을 위해 기본적으로 이해해야 할 전제조건은 유럽연합(EU)의 화학물질관리 제도인 리치(REACH)와 우리나라 화평법을 비교하는 데서 양자의 입장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재계도 제도의 파급효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더욱이 다른 나라의 제도에 비해 부당하고 유난한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해외 기업에게는 한국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방해하는 제약이 되고, 우리 기업에게는 국내의 틀에 맞추다 보니 해외시장으로 뻗어나갈 여력을 깎아먹는 일이 될 여지가 있다.

즉 자유무역에 심각한 위해 요소가 된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이나 WTO/무역상 기술장벽협정(TBT) 협정 내용에 비춰 이른바 국제표준 준수의 의무가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재계와 이 법을 발의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의 의견 차이는 이렇게만 보면 타당해 보인다. 다만, 이번 화평법 논란에서 불거진, EU 기준으로 맞춰주면 따르겠다는 재계의 입장은 문제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심 의원은 이날 질문에 앞서 "그간 재계에서 화평법과 관련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화평법을 대표발의한 본 의원이나 국회 환노위에 단 한번도 찾아와 의견을 전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재계의 입장을 직접 청취하기 위해 국감장에 증인으로 소환하게 됐다는 것.

심 의원은 또 이 법의 쟁점인 1톤 미만 신규 화학물질 등 등록문제에 대해 "재계가 안 된다고 주장만 하지 말고 (위험성 콘트롤을 위한 지금 제도 대신 못지 않은 타당하고 유효한) 대책을 가져오라"고 따졌다. 이에 대해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대책을 연구해보겠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심 의원을 위시한 정치권과 이 법에 반발하는 재계 사이의 의견충돌은 단순히 왜 기업에게 유독 다른 나라보다 강한 족쇄를 채우는가, 이에 부수해서 이 같은 문제는 우리나라 기업들만 반발할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해외기업들로서도 장벽문제로 무역분쟁(제소)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정당한 우려와 반발을 넘어서는 것으로 판단 가능하다.

우리 입법과 법률 집행이 국제법상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제도해석의 논쟁이 생산적이고 건설적으로 진행되는 대신, 외국 기업 일각의 불평을 등에 업고 유리하게 활용해 보려는 사대주의식 전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 나라 저 나라 규정을 모두 맞춰가며 기업 활동하기는 귀찮으니 외국 기준에 맞춰달라는 쪽으로 지금 논쟁에 임하는 기업들의 속내가 보였다면 지나친 것일까? 아울러 제도 일부분은 다른 나라 제도에 비해 불리하고 일부는 오히려 더 유리한 때, 대승적으로 이를 수용하기 보다는 모난 부분을 깎아서 맞춰달라는 요구만 기업들이 내세워서도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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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우리 기업들은 지금 논쟁을 위한 시간과 노력의 할애라든지 환경이라는 범지구적 이슈를 위해 고통 분담에 대한 진정성 없이 불평 먼저 하는 것 같다. 이건 우리 입법권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살펴야 한다는 타당한 제 목소리 내기가 아니라, 법해설기술상의 아전인수에 가까울 수 있다. 심 의원이 "화평법보다 규제가 강한 건 준수하면서 한국의 화평법은 기업을 죽이는 법이라고 하면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고 강조한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