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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신동아건설, 두 번이나 오비이락?

박지영 기자 기자  2013.10.16 16:5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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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우리말에서 '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까지 높은 수준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낱말 51만여개 중 절반(57%) 이상이 '한자어'일 정도라고 하네요. 하지만 20대는 물론 50~60대도 한자에 서툴긴 매한가지입니다.

이는 1968년 정부지시로 초등학교 한자교육이 금지되면서 한자를 익힐 기회가 점점 줄어든 탓이 큰데요, '사자성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하나가 '오비이락(烏飛梨落)'인데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뜻을 가진 오비이락은 우연히 동시에 일어난 일로 궁지에 몰렸거나 혹은 어떤 이슈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때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2년여 전 완공된 경기 고양 덕이지구 신동아 파밀리에. 이곳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들이 올 국정감사서 속 시원히 풀리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은 신동아 파밀리에 조감도. ⓒ 프라임경제  
2년여 전 완공된 경기 고양 덕이지구 신동아 파밀리에. 이곳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들이 올 국정감사서 속 시원히 풀리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은 신동아 파밀리에 조감도. ⓒ 프라임경제
오비이락을 논하자니 2년여 전 '그 일'이 생각나는데요. 까마귀도 아니고 '까마귀떼'가 지나간 경기 고양 덕이지구 신동아 파밀리에 분양의혹. 이 사건에는 두 번의 오비이락 이슈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강명구 현 신동아건설 부회장을 둘러싼 '보은인사' 의혹인데요. '유럽풍 명품단지'를 표방한 덕이지구 신동아 파밀리에는 모두 3316가구 규모로 사업비만 2조3000억원에 이르는 대형사업이었습니다. 이 중 NH농협은행에서 받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무려 1조3000억원이나 됐다고 하네요.

문제는 '조 단위' 대출을 해준 장본인이 바로 강 부회장이라는 데 있습니다. 1951년생인 강 부회장은 1973년 농협중앙회 입사 후 청주교육원 부원장, 영동군지부 부장, 신탁부 부장, 금융기획실장, 비서실장을 거쳐 퇴사 직전인 2008년까지 자금운용본부 본부장을 지낸 바 있는데요.

그러던 2008년 말 뼛속까지 '농협맨'이던 강 부회장이 돌연 사표를 제출, 2009년 1월 신동아건설로 둥지를 옮겼습니다. 강 부회장이 보은인사 논란에 휩싸인 것도 여기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다음은 NH농협은행 관계자 전언입니다.

"신동아건설과 관련된 PF대출건을 강 전 본부장님께서 총괄한 건 맞지만 아마 나가지 말아야 할 PF를 내보낸 건 아닐 겁니다. 그때 PF사업은 황금알이라고 불릴 정도로 블루오션이었어요. 부동산시장도 마찬가지였죠. 당시엔 부동산시장이 활황이었잖아요. 어느 누가 몇 년 뒤 레드오션이 될 거라고 예측을 했겠습니까."

다만 NH농협은행 측은 강 부회장의 인사논란에 대해선 말을 아꼈습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그건 강 전 본부장 개인의 문제지 우리가 언급할 사항은 아닌 것 같다"고 강 부회장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조심스러워 했습니다. 

반면 보은인사 의혹과 관련 신동아건설 측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습니다. 이어지는 멘트는 신동아건설 관계자의 전언입니다.

"(강 부회장이 편법으로) PF대출을 해준 뒤 우리 쪽(신동아건설)으로 왔다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입니다. 우리가 로비를 한 것처럼 비쳐지고 있지만 현재 부회장님은 1사1촌 사업에 매진하고 있으며 정황상도 그렇고 전혀 응대할 가치조차 없는 얘기죠."

강 부회장을 둘러싼 의문은 이뿐만 아닙니다. 부실기업에 편법으로 대출해 준 의혹에서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줄곧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던 신동아건설은 결국 2012년께 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습니다.

또 다른 오비이락은 허위분양 의혹인데요. 임직원들이 사들인 신동아 파밀리에 360가구가 허위분양이냐 아니면 특별판매였느냐가 쟁점입니다. 물론 신동아건설 측은 '분명한 특별판매'라는 입장을 강력히 견지하고 있습니다.

신동아건설 관계자는 "당시 이례적으로 일산지역만 부동산시세가 뛰었다. 신동아 파밀리에 소형면적 경우 프리미엄까지 붙었던 상황"이라며 "임직원들이 재테크를 목적으로 순수하게 분양받은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신동아건설 측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이자대납' 때문인데요. 현재 신동아건설은 파밀리에를 분양받은 일부 임직원의 중도금 대출이자를 매년 60억원가량 대신 내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 신동아건설 관계자는 "계약 당시 나중에 원금을 보장해 주겠다는 조건이 붙었었다"며 "분양 받자마자 아파트값이 폭락해 직원들 위로 차원에서 이자를 내주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일부 임직원에만 이자대납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파밀리에를 분양받은 임직원 360명 중 실제 입주한 60명은 제외하고 300명에 대해서만 이자를 내주고 있는 것이죠. 임직원 명의를 도용한 허위분양 의혹이 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필자가 해묵은 고양 덕이지구 신동아 파밀리에 의혹을 굳이 꺼내든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이번 금융감독원 국정감사 때 예의 의혹들이 말끔히 해소될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고 있어서죠.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오비이락 이슈가 발생한 고양 덕이지구 신동아 파밀리에. 이곳을 둘러싼 의혹들이 2년여가 지난 현재 풀리게 될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