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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국감] 스포츠토토, 불법도박 변질…알고도 모르쇠?

1인 5000만원 불법베팅 정황 드러나…전자카드 도입 '시급'

최민지 기자 기자  2013.10.16 14: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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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유일 합법적 스포츠 배팅인 '스포츠토토'가 불법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회차당 1인 10만원까지만 구입할 수 있는 스포츠토토가 실제로는 불법적 무한베팅이 가능하다는 것.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스포츠토토 측으로부터 이 같은 사실에 대한 보고를 받았지만 묵인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가 발간한 '사행산업 관련 통계'에 따르면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의 지난해 총매출액은 2조8435억원이다. 이는 전체 사행산업 중 14.5%에 달하는 규모다. 성장속도도 빠르다. 2010년 1조9375억원이었던 매출액은 1년 만에 46.8% 급증했다.

스포츠토토는 성장하고 있으나,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해 이에 따른 부작용도 제기되고 있다. 사감위가 조사한 중독예방치유상담실의 '중독자 도박 유형별 현황'을 보면 합법 사행산업인 체육진흥투표권에 중독된 사람들은 △2009년 52명 △2010년 123명 △2011년 204명 △2012년 245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는 한 군데 상담센터만을 기록한 수치라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지난 1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진룡, 이하 문체부) 국정감사 중 제기된 스포츠토토 불법 베팅에 대한 질의내용이 눈길을 끈다. 박홍근 의원(교문위·민주당)은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스포츠토토 발매기록'을 분석, 한 사람이 10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투표권을 발매한 구체적 정황을 밝혔다.

◆전국매출 1위 모 판매점 5000만원 발매에도 '경보발령 無'

박 의원에 따르면 지난 3월25일 25회차에서 발매금이 3000만원에 불과했던 서울 중랑구 소재 모 판매점은 3월28일 26회차에서 총 발매건수와 발매금이 4952건·1억6626만원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4월1일 시작된 27회차에서는 총 발매금은 7000만원으로 다시 줄었다.

   합법적 스포츠 배팅인 '스포츠토토'가 불법 베팅 의혹에 휩싸였다. 일부 판매점에서 한 사람이 10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투표권을 발매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 최민지 기자  
합법적 스포츠 배팅인 '스포츠토토'가 불법베팅 의혹에 휩싸였다. 일부 판매점에서 한 사람이 10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투표권을 발매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 최민지 기자
스포츠토토가 제출한 이 판매점의 26회차 발매전산기록을 보면, 회차당 평균 매출액인 300만원 이상의 금액을 베팅한 동일조합이 전체 발매금의 58%인 9600만원을 차지하고 있었다. 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경기를 대상으로 한 '80패 116패 130패'라는 하나의 동일조합에 무려 4497만원이 베팅돼 있었다.

이 동일조합의 구매 전산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틀 밤낮으로 2426회에 걸쳐 2만원권을 구매한 사실이 파악됐다. 3월29일 11시44분부터 2만5000원권을 수차 구매해 이후 2만원권으로 변경, 30일 오후 5시56분까지 총 20시간16분간 2426회에 걸쳐 4997만원가량을 발매한 것이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전산기록상 발매일시를 보면 거의 5~6초 단위로 기계적으로 발매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스포츠토토 측의 '발매 이상 징후 경보발령시스템'은 단 한 차례도 울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2만원권을 2426명이 동일조합에 투표할 확률을 전문가에게 문의하니 전자계산기로 계산이 불가능하고, 전문 확률프로그램으로 계산해도 사실상 '0'이라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스포츠토토 관계자는 "전국 6500여개의 판매점이 있는데, 이들의 불법발매에 대한 적발조치 및 관리방안이 마련돼 있으나 교묘하게 불법적으로 이용하는 판매점들이 일부 있다"며 "국민체육진흥공단과 협의해 악용될 소지가 없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해명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매출증대 위한 묵인? 전자카드만이 '해결책'

박 의원은 "각종 사행산업 규제정책이 무용지물이며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라며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불법적 판매가 이뤄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출 증대를 위해 눈을 감았다"고도 주장했다.

스포츠토토는 토토발매 관리지표로 발매액 급등, 동일조합 등 3가지를 정해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회차가 끝날 때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박 의원은 "체육진흥공단은 한 달에 한 번 보고받는다며 의혹을 축소시켰지만, 실제로는 스포츠토토 측이 이 같은 사실을 문건으로 보고했었다"며 "명백하게 불법 발매가 이뤄지고 있는데, 검찰수사를 의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 같은 반문에 유진룡 문체부 장관은 "검찰 수사의뢰 전 사실 확인 후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고, 박 의원은 "이러한 불법적 사태를 정부가 묵인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장관이 직접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후 스포츠토토의 불법베팅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자카드' 도입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박 의원은 "전자카드가 도입되면 1인 10만원 이상 초과발매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만큼 사감위가 제안한 전자카드를 2018년까지 늦출 것이 아니라 당장 내년부터라도 시범운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의 제안과 관련, 사감위는 스포츠토토의 경우 향후 시행할 전자카드제 시행 안에 내년 전자카드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2017년 전자카드제를 전면 실시하겠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라는 부연을 보탰다.

사감위 관계자는 "전자카드제 도입은 필요하며, 현장점검에 대해서는 좀 더 실효성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