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요즘 어색하고 지나친 높임말 사용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리 주시면 되세요"라든지 "일시불로 하시면 되세요"처럼 불필요하게 겹친 경우는 그나마 양반이고, "이 상품은 하나밖에 안 남으셨구요"라든지 "오늘은 이 상품이 세일 중이세요"처럼 상대방을 높이다 못해 이제는 아예 물건을 높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는데요.
이는 우리말의 높임법이 워낙 발달해 있어서 어떤 상황에 어떤 말을 쓸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일단 모두 올려 버리는 '안전 드라이브'를 택한다는 것이지요.
우리말 문장의 주체(주어)를 선어말어미 '-시-'를 사용해서 높이는 문법적 기술인 직접높임법도 있지만, 간접높임법까지 있기 때문인데요. 간접높임법은 주체에 관련된 신체, 사물, 관계되는 것 등에 대하여 '-시-'를 사용하는 높임법인데 사용이 여간 까다롭지 않습니다. "선배, 시간 좀 있으세요?" 같은 경우가 간접높임을 적용한 것인데요.
"댁에 바퀴벌레 있으세요?" 과연 이 표현이 맞는지 참 난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국립국어원 |
난제는 간접높임법을 쓸 범위가 확실치 않다는 점에 있습니다. "할아버지 요새 걱정거리 있으시다"는 좀 생각해 보면 쓸 수 있지만, "댁에 강아지 있으세요?"는 맞는지 "강아지 있어요(있나요)?"가 맞는지 모호하기도 합니다.
개 같은 애정의 대상인 존재 말고 무생물이나, 그냥 같이 사는 존재까지 생각해 보면 이야기는 더 복잡해집니다. 얼마 전에는 홈스테이 유치를 독려하는 "빈 방 있으세요?"라는 표현이 등장한 적도 있었죠. 여기에, 아예 듣는 이를 높여주려면 집에 있는 벌레 등도 모두 같이 간접높임을 써야 옳지 않냐는 소리도 논리일관성 측면에서는 타당해 보입니다. 하지만 듣고 보면, 감정상 이건 좀 이상하다는 생각도 동시에 듭니다.
ⓒ 국립국어원 |
이 경우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상황이겠지요. 심지어 사람과 연관이 별로 없다고 생각되는 존재라면 괜한 높임 시도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이를 테면 '절약의 미덕'이 더 강하게 부각되겠지요. "바퀴(벌레)처럼 애완동물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간접높임을 사용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국립국어원은 말합니다.
그러니, 높임말을 구사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오히려 복잡함 속의 간단한 모순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두 올려', '모두 내려' 같은 일관성이나 편리성은 없지만, "내가 지금 이걸(이 부분을) 높이면 듣는 사람이 좋겠는가" 혹은 "내가 (낮은 사람이지만) 아무리 이런 존재까지 높여야 될까?"하는 소박한 상식에 비추어 보면 해결이 차차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