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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오! 찬양하라, 우리 회장님"

전지현 기자 기자  2013.10.14 17:2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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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홈플러스의 지나친 회장 동정 알리기를 두고 뒷얘기가 많습니다. 최근 미국 보스턴대학은 한국 유통기자들을 대상으로 오는 15일부터 20일까지 일주일여 일정의 미국 초청행사를 실시했습니다.

현재 보스턴대는 올해 경영대학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을 초빙교수 겸 Executive in Residence(계약임원) 자격으로 초청, 홈플러스를 키운 이 회장의 '창조경영이론'을 연구하는 라운드테이블을 6월초부터 100일 동안 운영했죠.

이 회장의 라운드 테이블이 3개월째 이어진 가운데 이에 대한 결과 발표의 일환으로 기자들은 갑작스러운 초청을 받아 보스턴을 방문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기자들을 데리고 갈 만큼의 이슈가 되는가'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의 개인 브랜드화나 성과를 언론에 알리고자하는 욕심이 도를 지나칠 정도로 과욕이 아닌가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죠.

사실상 이번 행사는 지난 5월, 이 회장이 보스턴대학교와의 연구와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경영이론과 혁신시스템, 홈플러스 성공사례 등을 분석, 경영이론을 정립하는 프로젝트임을 만천하에 알린 바 있습니다.

이 이론은 보스턴대 MBA 프로그램은 물론 전 세계 14개국 테스코그룹 리더들을 교육하는 자료로, 이 가운데 세계 최초의 홈플러스 가상스토어에 관한 내용은 9월 보스턴대 경영학 교재로 출간된다는 얘기도 흘러나왔었죠.

얼핏 보면 국내 한 기업인으로서 해외에서 인정받는 그의 행보가 자랑스러울 법합니다. 그러나 이 행사 자체가 이미 홈플러스 최고경영자(CEO)직을 내려놓은 이 회장의 개인동정을 알리는 수준이었던 만큼 호사가들은 미국까지 기자들을 불러들인 이번 일을 두고두고 거론하는 것입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 행사라기보다는 보스턴대학으로부터의 초청행사"라며 "이런 이유로 비용 역시 보스턴대학이 더 많이 지불했고 지난 10일, 갑작스럽게 초청해와 우리도 진행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하더군요. 

그러나 이 회장의 '기자들을 활용한 자기PR'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지난해 8월, 홈플러스 출입 유통기자들은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의 '대학생 Y-CSR(기업의 사회적책임) 컨퍼런스'에 초청받은 바 있습니다.

이 행사는 유엔이 주최하는 대학생 CSR 컨퍼런스로, 이 회장이 회장직을 맡은 UNGC 본부가 공동 개최하고 이 회장이 UNGC 한국협회 회장으로 기조강연도 진행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유통과 관련 없는 이슈였지만 기자들은 갑작스런 초청을 받아야 했죠.  
 
지난 5월에는 이 회장의 아내 엄정희 한국 사이버대학 가족상담학과 교수가 에세이를 출간하자 홈플러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홈플러스와 관계없는 책 출간 소식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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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2년 전 국산식품 100여종이 영국 테스코매장에 첫 선을 보인다는 이슈로 홈플러스가 진행한 영국 출장 역시 '보여주기식'의 기자 활용에 바빴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홈플러스는 테스코 본사에 시시각각 진행하는 행사보도부터 매출현황까지 모든 사항을 보고한다"며 "'이승한 회장의 성공론'을 인정받기 위해 기자들과 함께 어디 매장 한 곳 더 들렸다는 것을 본사에 알리려는 듯 출장 목적과 상관없는 무리한 스케줄을 강행했다"고도 귀띔하더군요.

홈플러스에 몸담은 직원들의 이 회장을 향한 충성심은 십분 이해합니다. 바닥부터 손수 일궈 국내 2위 대형마트의 수장으로 14년간 사령탑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그는 주목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의 공적을 무리하게 홍보하는 모습은 과히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닙니다.

우리 속담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품질 좋은, 알갱이가 꽉 찬 이 회장이라는 벼가 젊잖게 고개를 숙일 때 주변인들은 절로 진정한 존경심을 보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