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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본능 vs 의심, '불륜'의 두 얼굴

이보배 기자 기자  2013.10.14 11:4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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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결혼은 했지만 애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정이 깨지는 것은 곤란하다."

이런 이기적인 생각을 하는 기혼자가 존재할까요? 기혼자들이 각자의 배우자를 속이고 다른 이성과 교제하는 것은 부도덕한 일로 우리는 이를 '불륜'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이 같은 불륜을 조장하고 도와주는 웹사이트가 10년이 넘도록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기혼자들의 불륜을 도와준다는 웹사이트 애슐리매디슨닷컴 화면 캡처. ⓒ 애슐리매디슨닷컴 홈페이지  
기혼자들의 불륜을 도와준다는 웹사이트 애슐리매디슨닷컴 화면 캡처. ⓒ 애슐리매디슨닷컴

2002년 캐나다에서 처음 론칭한 '애슐리매디슨닷컴(이하 애슐리)'이 바로 그것입니다. 애슐리는 '인생은 짧다, 바람을 피워라'라는 슬로건 아래 활발히 활동 중입니다. 미국 회원이 800만명, 캐나다 회원이 600만명에 달하고, 세계 29개국 모든 회원은 20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올해 6월과 8월에는 각각 일본과 홍콩에 진출(?), 유교적 문화가 강한 아시아 지역 접수에도 돌입했습니다. 애슐리의 아시아 진출은 현재로서는 성공적이라고 하는데요.

애슐리를 운영하는 노엘 바이더먼 CEO는 "지금까지 개설한 세계 각 지점 가운데 가장 성공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불륜은 우리 유전자 속에 감춰진 본능 같은 것으로 문화나 종교적 요소로 제어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유교적 문화와 불륜은 상관이 없음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불륜' '바람'이라는 단어를 쉽게 접할 수 있는데요.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 소재임은 물론, 뉴스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가운데 최근 이 같은 세태를 악용해 7000만원 상당을 편취한 피의자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피의자 이모(68세)씨는 '배우자의 속옷에 정액에 반응하는 시약을 뿌리면 외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인터넷에 광고해 9000여명의 피해자에게 시약을 판매했습니다.

그는 2010년부터 '남자의 정액에만 반응해 붉은색 혹은 보라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불륜이나 외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일명 '불륜시약'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인터넷 사이트에 광고했습니다. 무려 3년간 온라인상에서 버젓이 시약을 판매해오던 피의자의 덜미가 잡힌 것은 지난 8월이었습니다.

평소 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오던 피해자 전모(42세)씨는 이씨를 통해 시약을 구입, 아내의 속옷에 몰래 뿌렸습니다. 그 결과 붉은색 반응이 나왔고, 아내의 외도를 확신한 전씨는 끊임없이 아내를 추궁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끝까지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결국 전씨는 사설기관에 유전자감식을 의뢰했고, 이 결과 정액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회신을 받았지요.

이 과정에서 아내와의 관계가 틀어질 대로 틀어져버린 전씨는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동작경찰서에 진정서를 넣었습니다. 수사를 진행한 동작경찰서는 지난 8월 압수수색을 통해 피의자 이씨의 주거지에서 불륜시약 완제품 37박스를 압수하는 한편 시약을 구입한 928명의 명단도 확보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문제의 '불륜시약'의 성분인데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한 결과, 피의자 이씨가 판매했던 '불륜시약'은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페놀레드' 가루와 '에틸알코올'을 섞어 만든 것으로 성분의 특성상 알칼리 성분을 띄는 물질에는 붉은색으로 반응합니다.

즉, 비누나 계란 흰자 등 알칼리성을 띠는 물질이라면 모두 검붉은 색의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특이시약으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가정에서 쓰이는 가루세제 대부분도 알칼리성이니 전씨의 아내 속옷에 시약이 반응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 것입니다.

평소 배우자를 신뢰하던 경우에도 저렴하고 확실한 방법으로 불륜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입한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하는데요. 평생 서로 사랑하고 의지해야 할 부부관계마저 불신으로 얼룩지는 요즘 사회의 세태를 마주하게 돼 가슴 한쪽이 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