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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김계순·박순주 "당신 삶은 이미 감동"

김경태 기자 기자  2013.10.14 10:5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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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임상심리사인 김계순, 박순주 작가는 그동안 인간의 실존적 의미와 치유로 나아가는 방법을 탐구해 왔다. 그들은 많은 사람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감정노동자들이 지친 자기 삶을 따뜻하게 껴안고 하루하루 마음 편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이 결과 나온 책이 '대한민국에서 감정노동자로 살아남는 법'이다. 두 작가를 만나 책을 쓰게 된 동기와 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바람을 들어봤다.

통계청의 직종별 이직률을 보면 감정노동자의 이직률은 지난 2011년 사무직의 두 배가 넘는 31%에 육박한다. 게다가 수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감정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알 수 있다.

   임상심리사인 그녀들은  
임상심리사인 그녀들은 "감정노동자들의 내면적 복지에 가장 큰 중점을 두고 책을 썼기 때문에 사회적 대안과 사회심리적인 접근은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 정수지 기자
친절을 요구하는 고객과 매출을 요구하는 회사,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서비스 종사자들의 스트레스는 우울증·불안증·기억력 감퇴와 같은 정신병적 증세로까지 발전할 만큼 심각하다.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감정노동자들을 불량고객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일련의 요구와 움직임이 있지만 회사의 보호정책만으로 서비스 종사자들의 스트레스를 온전히 해소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이런 감정노동자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 불량고객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이에 김계순 작가는 서비스 종사자들은 불량고객에 대해 이미 고수들이라고 설명한다.

"국민체육진흥공단 내 표발매원 대상 교육을 준비한 적이 있어요. 옆에서 관찰하니 그들은 이미 진상고객을 잘 다루고 있었죠. 진상고객을 상대하다가도 쉬는 시간이 되면 고객 욕설을 되새기고 화를 내기보다 동료와 즐거운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삶의 자세에 깊은 감명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얼마나 고수인지 몰라 이를 다시 상기시키고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려줬을 뿐이죠."

◆'욕설' 받아들이면 무기

'대한민국에서 감정노동자로 살아남는 법'은 감정을 사용할 때 자신이 어떤 관점을 써야 할 것인지 그것을 한 번 더 생각해보게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또 이 책에서는 감정노동자들이 무력한 자신과 어떻게 화해하고, 어떻게 불량고객들을 우아하고 인간애 넘치는 세계로 초대할 수 있을지를 모색하게 만든다.

박순주 작가는 '대한민국에서 감정노동자로 살아남는 법'에서 감정노동자들이 어떻게 진상고객을 상대하고,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기술돼 있다고 말한다. 불량고객의 속내를 샅샅이 파헤쳐 '불량' 행동 뒤에 숨은 그들의 연약함을 직시하고 그들이 던지는 욕설과 공격을 여유 있게 받아들여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는 것.

"이 책이 사회에서 외면 받는 일선 감정노동의 영역에서 제대로 된 직업적 자부심을 되찾고 불량고객을 내 상처를 비추고 치유하는 거울이자 내 인생의 스승으로 모시는 방법을 안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봐요."

감정노동 환경은 향상돼야 하고 그런 노력을 하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 진상을 부리는 고객을 마주친 감정 노동자들은 상황을 해결하는데 많은 심력을 소비하고 힘들어 한다.

'대한민국에서 감정노동자로 살아남는 법'에서는 이런 감정노동자가 여전히 소중하고 행복한 존재일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잘 알려주고 있다. 박 작가는 이 책은 불량고객을 제압하고 고수의 길로 나아가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고 자평했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은 지위가 높거나 훌륭한 사람이 아닌 경비나 택시운전을 하더라도 인품의 한계를 느끼는 사람들이 인생의 고수라고 생각해요. 또 서비스현장을 생계를 위한 고통스러운 인내의 공간이 아닌 행복하고 균형 잡힌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내적성장의 기회로 삼을 때 서비스현장뿐 아니라 인생 전체에서 고수로 등극하는 길도 멀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려주고 싶어요."

◆진상고객 통해 행복 만날 수 있어

그들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고객으로서 자신의 모습을 한 번 비춰 봤으면 한다. 서비스를 받는데도 예외와 한계가 있고 남을 존중할 때 자신도 품격 있는 고객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실천하길 바라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감정노동자로 살아남는 법'에서는 감정노동자가 알아야할 불량고객에게 상처받지 않는 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프라임경제  
'대한민국에서 감정노동자로 살아남는 법'에서는 감정노동자가 알아야할 불량고객에게 상처받지 않는 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프라임경제
또 품위 있는 고객만 존재하기를 기대할 수 없는 현실에서 불량고객을 만나더라도 굴욕감에 시달리지 않고 튼튼한 자존감과 직업적 자부심을 가진 감정노동자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박 작가는 "행복지수는 소득이나 지위에 비례하지 않는다"며 "어디서나 당당하고 자기 자신에 만족할 때, 자신의 일에서 긍정적 의미를 발견할 때, 상황을 뛰어넘는 행복을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책 제목과 같은 '대한민국에서 감정노동자로 살아가는 법'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설교준비만 아니면 목사도 할 만하고, 시험만 아니면 고시공부도 할 만하다는 말이 있듯, 진상고객만 아니면 감정노동도 할 만한 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누가 뭐라고 해도 하루빨리 돈을 벌어 감정노동자의 벗어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불량고객은 어디서나 나타나기 마련이고 행복으로 나아가는 사람은 극히 드물죠. 오히려 지금 있는 자리에서 진상고객을 통해 행복을 만날 수 있습니다. 행복과 인간적 성숙도 지금 있는 곳에서 갖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감정노동자 "나는 소중한 사람"

이 책은 고객센터 직원, 콜센터, 마트 직원, 판매업 직원, 교사, 간호사 등 고객항의와 욕설 등의 거친 반응에 노출되기 수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들은 전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감정노동을 제공하지 않는 직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인생이 주위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대접을 받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대한민국에서 감정노동자로 살아가는 법'을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서비스업종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로, 감정노동자들은 더욱 많아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불량고객으로부터 욕이나 질적으로 낮은 언사를 당했을 때 감정노동자들은 부끄럽고 무가치한 생각이 것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행동을 하는 불량고객이 잘못된 것이란 생각을 갖고 상황을 유연하게 대처하고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들은 인터뷰 말미 "대한민국 감정노동자들 이미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이고, 그 어떤 것도 그것을 파괴할 수 없다"며 "감정노동자들의 삶은 이미 감동 그 자체"라고 한껏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