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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전쟁? 틈새시장 찾으려다 더 큰 화 부를라

금융권, 블루오션 개척·무리한 도전 사이 줄타기

임혜현 기자 기자  2013.10.14 10: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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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금융권이 저수익·저성장시대 본격화에 새로운 성장동력 개척을 위해 틈새대출 시장 발굴에 열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블루오션 개척과 무리수 행보의 경계선을 구분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인 만큼 자칫 손실은 물론 금융시장 전반에 위험도를 높이는 부작용을 경계해야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김영주 민주당 의원이 이번에 금융감독원 제출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수협은행의 올 상반기 교회대출 관련 연체율은 2.16%에 달했다. 일명 '523억짜리 경매물건'으로 회자되기도 한 판교 충성교회 대출문제로 연체율이 수직상승하는 직격탄을 맞은 것.

하지만 단순히 특정 대출 건 한둘이 불운을 겪었다는 '해프닝'이라기 보다는 위험한 틈새시장을 파고들기 위해 부득이 하게 알고도 안고 들어간 '미필적 고의' 내지 '인식있는 과실' 문제로 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라는 점에서 금융권에 경종을 울린다고 할 수 있다.

은행권 SOHO 대출질주, 저축은행 사업자 LTV 예외 악용 뇌관 건드릴까

이런 상황에 최근 시중은행들이 개인사업자대출(SOHO대출)을 새 먹거리로 생각하고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 시선을 끌고 있다. 당국이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금융권이 새 수익원 창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SOHO대출 등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주유소대출이나 교회대출 등 그간 부침이 심했던 개념들을 살펴볼 때 작은 이익을 위해 금융 전반에 부담을 줄 과열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프라임경제  
금융권이 새 수익원 창출에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SOHO대출 등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주유소대출이나 교회대출 등 부침이 심했던 개념을 살필 때 작은 이익을 위해 금융 전반에 부담을 줄 과열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프라임경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말 현재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잠정치)은 641조5000억원으로 이중 개인사업자에게 빌려준 대출은 28.8%인 185조원에 이른다. 개인사업자 비중은 작년 말부터 지난 3월까지 28.4%를 유지했으나 이후 가파르게 비중이 상승하고 있다.

중소기업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돈줄을 풀도록 독려하고 있는 박근혜정부의 시책이 금융 일선에서는 자영업쪽으로 쏠리고 있는 왜곡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 우선 문제로 지적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개인사업자 대출 쏠림 문제가 적잖은 부담 요인으로 우리 경제에 작용할 수 있다는 대목이다. 소규모 개인사업자가 '괜찮은 대출거리'로 일단 판단하는 문제는 이들이 주로 퇴직금을 갖고 사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자기자본이 많다는 점, 아울러 연체율이 낮아 은행 입장에서는 시장을 선점할 매력도가 높게 판단될 가능성 등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영업자 상당수가 몇 년 내 휴·폐업할 가능성이 높다는 또 다른 진실이 문제다. 결국 대출에 따른 리스크가 법인보다 오히려 높다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는 것이다. 자칫 개인사업자 대출문제가 적잖은 부담 요인으로 우리 경제에 작용할 수 있다는 걱정이 따라붙는 대목이다. 은퇴 후 '달랑 밑천'으로 사업에 나서는 개인사업자가 많다는 한국경제의 문제점은 이미 월스트리트저널이 '치킨집 경제'라는 키워드로 분석한 바 있다.

아울러 이미 하우스푸어, 상가푸어 등 여러 이슈화에 따라 문제로 떠오른 우리 금융·경제의 여러 세부 이슈들이 모두 진화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SOHO대출 키우기가 일종의 새로운 뇌관을 추가로 꽂거나 기존 뇌관을 자극하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점도 해결과제다.

자영업자 대출 대부분이 부동산담보대출에 쏠려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자영업자 대출에서 부동산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지난 연말 현재 57% 비중인 상황은 중소기업 대출의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이 불과 39%라는 점에 비해 보면 상당한 위험도를 가늠케 한다. 

무엇보다 부동산 경기에 민감한 상업용부동산을 담보로 하는 대출 비중(금액 기준)이 84%에 달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상가푸어 이슈가 처음 부각된 것도 경기에 민감한 상업용부동산 속성과 건전성, 유동성의 문제 때문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은행의 건전성을 위협할 가능성으로도 이 SOHO대출과 대출의 담보문제를 봐야 할 필요도 높다. 

시중은행권이 근래 이 같은 문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에 저축은행들이 이미 개인사업자대출의 문제를 키워 왔다는 점을 기억하는 이들은 은행권이 전반적인 건전성 관리가 아쉬운 영역에 오히려 골라담기 방식으로 가담, 열기를 더하는 게 옳지 않다는 점도 건드린다.

일부 저축은행들은 사업자대출로 주택담보를 하는 경우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왔다. 금감원 등에서는 그래서 지난 가을부터 이에 대한 계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LTV를 넘는 금액은 신용대출로 해주되 근저당권은 신용대출 금액까지 포함해 설정하는 등 편법을 동원해 사실상 적발도 어렵고, 관리나 규제가 쉽지 않다.

위험도 높은 교회대출 열기 "연착륙 위해 '2010년경 오일론' 떠올려야"

아무리 선별적으로 옥석을 가린다고 해도 전체적으로 은행권 건전성에 부담을 안길 수 있는 위험요소인 만큼 신중한 판단이 요청된다는 점, 전체적 대출 팽창 상황과 개인사업자 대출시장의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거시적으로 연착륙을 도와야 할 공익성을 포기하고 영업전에 나서는 것이 옳은가 하는 점. 이 두 가지는 근래 틈새시장 개척이 궤도 이탈을 하지 않도록 지켜볼 필요성을 내포하고 있다.

한때 틈새시장으로 눈길을 끌었던 교회대출의 경우 건물(종교시설 외)이 다른 용도로는 사용하기 어려워 담보의 가치에 한계가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쉽게 답이 나올 문제인데도, 전문성을 갖춘 금융기관들이 영업전 국면에서 오히려 눈을 감아 버리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2010년경에도 소호대출 특히 '오일론(주유소대출)' 영역이 각광을 받았으나, 오늘날 주유소대출에 대해 유망하다거나 좋은 소재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그런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마찬가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발과 개척에 접근, 검토할 필요는 어느 새 시장에나 존재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