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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박중독, 사람을 먼저 봐라" 이광자 도박관리센터 원장

11개 지역센터·재활시스템·24시간 헬프라인 구축 "빚을 빛으로… 기적 만들 것"

최민지 기자 기자  2013.10.11 09:2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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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도박중독은 자신뿐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 앗아가며, 범죄로 이어져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홍일표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범죄현황에 따르면 도박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저지른 범죄는 최근 3년간 4738건에 달했다. 이처럼 도박중독은 심각한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예방과 치유방안은 미비해 국가적 대응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월 출범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이하 도박관리센터)의 역할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이광자 원장의 어깨가 사명감으로 한층 무거워진 대목이기도 하다.

"자살문제를 연구하다 도박중독이 자살로 연결되는 사례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보였다면 그들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들이 생명을 놓지 않고 빚을 빛으로 만드는 희망을 보여주는 곳이 도박관리센터라고 생각해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지난 9일 도박관리센터에서 만난 이광자 원장에게서는 비장함까지 느껴졌다. 이 원장은 도박관리센터 제1대 원장으로, 정신간호학을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이 원장은 '간호'를 통합적인 관점을 가지고 모든 직종을 끌어안을 수 있는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원동력으로 평가했다. 간호는 질병이 아닌 사람을 중심에 두고, 그들 내면의 아픔을 들여다보며 종합적으로 사고하는 분야라는 것.

이 원장은 취임하자마자 전국 릴레이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는 중독자와 회복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도박중독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행보였다. 그는 도박중독은 반드시 치유될 수 있고, 가장 가까운 곳에 예방·치유·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또 중독자를 위한 센터확대와 시스템 구축에도 힘쓸 예정이다.

◆3시간 기다려야 상담 받을 수 있어… '지역센터 확대' 필수 과제

   지난 8월28일 공식 출범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도박중독 예방·치유·재활 △전문인력 양성 및 조사와 연구 △중독예방치유부담금 징수·관리·운용 등을 전담한다. ⓒ 도박관리센터  
지난 8월28일 공식 출범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도박중독 예방·치유·재활 △전문인력 양성 및 조사와 연구 △중독예방치유부담금 징수·관리·운용 등을 전담한다. ⓒ 도박관리센터
도박관리센터가 출범한 지 갓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이 원장은 향후 도박관리센터가 도박중독 해결에 앞장서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예방 △치유 △재활 △홍보 전 부문에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가장 눈길이 가는 내용은 지역센터 확대다. 이 원장은 "예방치유센터의 전국적인 확대가 가장 중요한 대목"이라며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도박중독자에 대한 통합적인 치유·재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도박관리센터는 △서울 △경기 △강원 △부산 △광주에 지역센터를 갖췄다. 하지만 센터 확장과 접근성 제고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현재 서울·경기·부산센터는 인원 폭주로 도박중독 상담을 받는 데만 3주라는 시간이 소요된다.

이 원장은 "도박중독자들이 상담을 받기로 마음먹은 것도 어려운 결정이라, 이들이 상담 받고자 할 때 빨리 조치를 취해줘야 한다"며 "3주나 기다리는 상황은 지역센터와 상담인력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도박관리센터는 현재 전국 5개 지역센터를 향후 11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24시간 헬프라인부터 치료공동체까지 '원스톱'

도박관리센터는 현재 도박중독 상담을 위한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도박중독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24시간 헬프라인을 추가로 구축할 방침이다.

도박중독이 의심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24시간 헬프라인을 통해 시간에 상관없이 1차로 전화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후 2차 조치로 지역별 치료 및 예방 프로그램을 제공받는다. 내달 쯤 본격적으로 헬프라인이 작동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도박관리센터는 기존에 미약했던 재활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원장에 따르면 본부 차원에서 내년부터 재활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며, 이는 지역사회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 원장은 재활프로그램 중 하나인 공동거주 방식의 치료공동체를 지역에 설립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원장은 "장소 선정 시 지역에서 도박중독자들에 대해 '낙인효과'를 보일까봐 우려된다"며 "도박중독자들을 지역 내에서 격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내에서 함께 생활하고 치료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도박중독 예방 위한 '홍보'에도 박차

도박중독관리센터는 도박중독 예방을 위한 다양한 홍보활동을 진행·계획 중에 있다. 우선, 초·중·고등학교에 훈련된 도박중독 예방강사를 파견하고, 대학교 홍보활동단을 구성했다. 홍보활동단은 내달 말 쯤 교육을 통해 홍보활동에 나서게 된다. 내년 1월 말에는 공모전 방식을 통해 국민들에게 도박중독 문제를 알릴 계획이다.

   이광자 원장은  
이광자 원장은 "도박중독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서적·심리적 안정을 찾고, 치유·재활 서비스를 통해 조속히 사회복귀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전문기관"이라고 강조했다. = 정태중 기자
국민들에게 도박관리센터와 도박중독문제를 적극 알리는 이유에 대해 이 원장은 "도박중독에 걸려도 정신질환자로 낙인찍힐까봐 선뜻 센터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센터에 오면 무료로 치료를 받고 다시 살아나갈 수 있다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큰 문제는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터라 센터의 존재에 대해 국민들이 많이 모른다는 것이기에, 홍보활동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실, 도박중독으로 고통 받던 사람들이 치유·재활을 통해 사회로 복귀한 사례는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이 중에는 현재 도박관리센터의 직원으로 일하는 회복자도 있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도박관리센터 예산은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수준이다. 현재 도박관리센터 예산은 178억으로, 지역 센터별로 6억5000만원씩 배당된다. 이는 중독 치유부담금의 0.35%를 받아서 운영되는데, 보통 선진국 치유부담금 수준은 3%에 육박한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이 원장은 "누구나 도박중독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도박으로 인해 피해 받은 사람들이 가정·직장·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하는 것이 우리센터의 목표이자 나의 궁극적인 비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