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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 경징계' 금융지형 변화에 금감원도 무리수 자제하나?

당국과 마찰 인사엔 무관용 패턴 반성 조치? 내부공감대 관행될지 주목

임혜현 기자 기자  2013.10.11 08: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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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금융감독원이 KB금융 종합검사 결과에 대한 제재수위를 발표하면서 어윤대 전 KB금융그룹 회장이 경징계를 받은 것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번 발표 결과 어 전 회장은 '주의적경고 상당'의 경징계를, 박동창 전 부사장은 '감봉 상당'의 중징계를 각각 받았다. 아직 최종 확정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번 제재가 뒤집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이번 제재 수위는 당초 금감원쪽에서 올린 수위보다 낮아진 것이라는 점에 관심이 집중된다. 당초 금감원은 검사를 통해 어 전 회장에게 '문책경고(상당)', 박 전 부사장에게는 '직무정지(상당)'의 제재를 생각했지만 위원회에서 장시간 논의 끝에 징계 수위가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카리스마 기반 당국에 도전한 금융기관 수장에 단호…당국과 마찰 인사 제거 오명도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경징계 추진 소식이 알려지면서, 징계 수위 조절에 새 기류가 조성되는 징표가 아니냐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한때 표적검사 의혹 등 각종 불신과 논란도 낳았덛 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 패턴이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사진은 여의도 금감원 건물 야경.  Ⓒ 프라임경제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경징계 추진 소식이 알려지면서, 징계 수위 조절에 새 기류가 조성되는 징표가 아니냐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한때 표적검사 의혹 등 각종 불신과 논란도 낳았덛 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 패턴이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사진은 여의도 금감원 건물 야경. Ⓒ 프라임경제
이 같은 금감원의 흐름은 비정상적 조직 장악 시도에 온정적 패턴을 보인 것으로 요약된다. 어 전 회장은  ING생명 인수건을 두고 사외이사와 지주사 경영진 간의 이견에 대해 불만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파로 박 전 부사장이 외부에 내부 정보를 전달하는 상황으로 연결됐고 어 전 회장도 이에 관련 보고를 받아 인지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행법(금융지주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사외이사를 장악하려던 시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엄벌론에 힘이 실릴 수 있는 상황. 실제로 당초 금감원에서 흐르던 어 전 회장과 박 전 부사장에 대한 중징계 기류는 이를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어 전 회장에 대한 감독 책임만으로 중징계를 할 수 있느냐는 점에서 이견이 제기돼 결국 적정한 선에서 매듭지어졌다는 해석이다. 책임 입증에서 어려운 시도를 굳이 하지 않으려는 게 아니냐는 점에서 이번 징계 수위를 놓고 최근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이 징계 무효 소송에서 승소판결 확정을 받은 사례 등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황 전 회장의 경우 다른 금융기관 수장(우리은행장)으로 일하던 시절 막대한 파생상품 손실이 일어난 점에 관련해 징계를 받은 것인데 이번 판결은 법원이 우리은행의 행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만들어진 은행법을 적용한 징계는 부당하다고 본 것이 주효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 징계 논란시에도 회계처리기준 위반이 맞느냐는 논란이 첨예했지만 강행을 했고,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 낙마 당시에도 금감원이 고강도 표적조사 후문을 낳을 정도로 관용은 별로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김 전 행장의 경우에는 LG사태 때 당국과 마찰을 빚었다는 점, 강 전 행장의 경우 사실상 당국의 KB금융 회장직 도전 자제 신호를 무시했다는 점이 강한 징계를 불러와 결국 낙마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뒤따랐다(강 전 행장은 황 전 회장 시절 행장으로 있다가 황 전 회장 낙마 후 금융그룹 회장직에 도전했다).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좌)이 경징계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KB의 경우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에 이어 강정원 전 행장(우) 등 여러 조직 수장이 연이어 중징계를 받은 바 있으며 과도한 낙마 시도였다는 비판도 종종 일었다.  Ⓒ 프라임경제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좌)이 경징계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KB의 경우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에 이어 강정원 전 행장(우) 등 여러 조직 수장이 연이어 중징계를 받은 바 있으며 과도한 낙마 시도였다는 비판도 종종 일었다. Ⓒ 프라임경제

한 마디로 '통합 국민은행'을 강한 리더십으로 이끌면서 당국의 견제에 눈치를 보지 않던 김 전 행장이나,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부터 당국과 마찰을 빚어왔지만 화려하게 KB수장으로 부활했던(이를 놓고 야인 시절 이명박캠프에서 경제 살리기 특위 부위원장으로 몸담은 점이 작용했다는 이른바 낙하산 논란도 나온 바 있다) 황 전 회장 등에 이르기까지 강란 카리스마로 조직을 이끌려 시도한 경우 문제의 소지가 있으면 언제든 강력한 징계 표적이 됐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은행에서 오래 일하며 이를 자기 텃밭처럼 생각해 여러 주변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주 회장 출사표 무리수를 둔 게 아니냐는 강 전 행장도 넓게는 이 패턴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당국에 부담스러운 수장들의 전성시대 저물어…현직 떠난 이에 필살기 쓸 필요도↓

 
 

하지만 어 전 회장 쪽으로 넘어오면서 금융지형이 확실히 변했다는 것이다. 당장 가깝게 '금융그룹 4대 천황' 운운하던 시대에서는 정권과의 연계성이나 조직 장악력을 기반으로 한 장기 집권과 이를 통한 철저한 조직 장악이 가능했다. 이 두 가지 측면을 적절히 사용하는 금융그룹 수장은 당국으로서도 견제가 사실상 어려운 눈엣가시 같은 측면이 있었고, 현직에 있는 이런 유형의 인사와 당국이 맞부딪히는 경우 파열음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러 인사의 물갈이로 이런 시대가 점점 저물면서, 회장이 사외이사 중심 이사회와의 마찰을 빚는 등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이는 정권과의 연계성이 캐릭터인 경우에 레임덕을 함께 강하게 겪는 문제와도 겹친다) 지형적 변화가 이뤄졌다. 물론 지금도 관치 등 인사 코드에 대한 논란은 없지는 않지만, 과거처럼 필살기로 승부를 걸어야 할 정도로 금감원 등에서 힘에 부치는 상대는 이제 등장할 확률이 많이 적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징계 수위 조절은 그래서 문제를 어중간하게 남겨두고 봉합했다는 불평보다는, 적절한 곳에 적정한 수준의 징계를 추진하는 기본에 충실하자는 공감대가 금감원 더 나아가 금융당국 전반에 내부적 공감대로 뿌리내려 가는 과정의 한 단초로 보는 게 적합하다는 풀이다. 이 같은 변화에는 물론 관련 소송 등 법원의 해석론에 영향을 받아 변화가 촉발될 점도 없지 않으나 당국이 금융지형 변화에 안주하기 보다는 이를 계기로 긍정적 역할론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는 요소가 더 크게 부각될 대목이라는 점에는 변화가 없어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