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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형마트VS전통시장' 양분화 옳을까?

전지현 기자 기자  2013.10.10 15: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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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아가씨 미역 좀 사가. 물이 엄청 좋아." "아, 그래요? 그럼 5000원에 두개 주세요." "그런 식으로 에누리하는 거 아니야. 말도 안 되는 소릴 하고 있어. 재수 없게. 물건 상하니 만지지 말라니깐."

지난 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중문시장을 방문했다. 가족이 오랜만에 시장나들이를 하며 장을 보는 사이 주변 상인의 호객행위에 끌려 한 상점에 들렀다 볼멘소리를 들어야 했다. 칠순을 바라보는 노모는 전통시장에서는 '으레 있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불쾌한 감정을 지울 수 없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마트에 '판매장려금' 금지조치를 발표하자마자 유통업체들은 '업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더군다나 정부가 주초에 내놓은 '전통시장 활성화 대책'에도 업계는 '결국 탁상공론'이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대형마트 의무휴무와 영업시간 제한을 시작으로 정부는 국내 유통산업에 수많은 잣대를 들이대며 관련 산업활성화에 제동을 걸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자구책들이 전통시장 매출에 별 기여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전통시장은 대부분 동네주민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젊은 층이 바라는 쾌적한 상품진열 환경이나 주차시설 등이 미비한 경우가 많고, 상품의 품질 면에서도 전문 바이어가 원산지에서 제품출하까지 이력을 관리하는 대형마트에 비해 신뢰도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한 원산지 표기 및 식품 안전성관련 수시점검에 나서는 반면 전통시장의 경우 '활성화'를 이유로 사실상 관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실정이다.

전통시장이 제대로 활성화하려면 노년층을 주요고객으로 삼기보다는 목표 층을 20~30대까지 확대해야하건만 이런 노력은 기대하기 힘들다. 실제 젊은 세대가 제품구매에 있어 우선시하는 △상품진열의 청결성 △판매 서비스 △가격 및 원산지 신뢰 △소비자 보호창구 등은 전통시장에서 바라기는 어렵다.

10일 조선일보는 국내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수퍼마켓) 규제가 심화되는 사이 일본계 SSM 트라이얼 코리아의 매출액이 2010년 400억원에서 2012년 607억원으로 52%나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진출한 또 다른 일본계 SSM인 바로도 첫해에 14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들은 24시간 연중무휴로 영업하고, 재래시장 인근 출점도 가능하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규제로 우리도 정말 살기 힘들다"며 "대형마트 규제보다는 정부는 소비자가 전통시장을 찾도록 만드는 원산지 안정화 정책 등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책일 것"이라고 현재 상황에 대한 나름의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함께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대형유통업체 입점이 중소기업 경영성과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하며 "중소기업들이 대형마트와 대형백화점에 입점한 이후 매출액 등 경영성과가 호전되고 자사 브랜드 인지도도 개선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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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들은 브랜드 홍보, 판로 확충, 소비자 취향파악 등 자사 경영전략 수단으로 대형유통업체 입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경제민주화라는 이름 아래 과도한 대형마트 규제에 나서는 정부는 대형마트 손발을 묶을 것이 아니라 주요 소비 타깃 층이 전통시장으로 발을 돌릴 수 있는 실질 지원책 마련에 나서야한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양분해 한쪽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다른 한쪽의 피를 말리는 일은 수준 낮은 억지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