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CEO 리포트] 이채욱표 '혁신 리더십', CJ 색깔 바꿀까?

신임대표 글로벌경영 성적표 촉각… 해외시장 확대로 내수기업 이미지 탈피 관건

이보배 기자 기자  2013.10.10 13:47:01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오너 부재상태인 CJ그룹(회장 이재현)이 지난 8일 지주회사 대표를 바꿨다. CJ(주)의 대표였던 이관훈 대표가 물러나고 이채욱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부회장이 CJ 대표까지 겸직하게 된 것.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지내면서 이미 능력을 인정받은 이 대표는 올 4월 전격적으로 CJ대한통운 대표로 영입됐고, 이로부터 6개월 만에 그룹 지주회사 대표까지 맡게 됐다. 이와 관련 재계에서는 이 대표가 오너 부재를 딛고 조직 안정에 성공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부재에 따른 경영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글로벌화와 상생경영 강화를 목표로 조직도를 개편했고, 이 중심에 이채욱 대표이사를 내세웠다.

   이채욱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부회장이 CJ그룹 지주사 대표이사로 겸임 임명됐다. ⓒ CJ  
이채욱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부회장이 CJ그룹 지주사 대표이사로 겸임 임명됐다. ⓒ CJ
이 대표이사는 삼성물산으로 입사해 GE메디컬 부문 아태지역 총괄사장, GE코리아 회장, 인천국제공항 사장을 지냈다. CJ그룹에는 지난 4월 CJ대한통운 대표로 선임되면서 합류, 5개월 만에 지주사 대표까지 맡았다. 

CJ그룹은 그룹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글로벌화가 절실하고 이를 위해 국제 감각이 있는 전문경영인이 필요하고, 이 대표가 제격이라는 설명이다. 그룹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 구속에 따른 사업 차질을 최소화하고, 조기에 조직을 안정시키려는 차원"이라며 "글로벌 사업 경험이 많은 이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 현재 30% 수준에 그치고 있는 그룹의 해외 사업 비중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대표는 인천국제공항 사장 시절 혁신적 리더십으로 '공항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세계최초공항상(ASQ)을 7년 연속 수상했고,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유엔 자문기구인 국제공항협의회(ACI) 세계총회 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그야말로 글로벌 사업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특히 CJ대한통운 대표이사를 지주사 대표이사로 겸직 임명한 것은 물류 사업의 글로벌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CJ그룹은 지난해 3월 물류 사업 비전인 'The Global SCM Innovator'를 선포하고 오는 2020년 물류사업 부문에서 매출 25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해외 매출비중 50% 이상과 해외 네트워크 100개를 갖춘 '글로벌 TOP 5 물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다만 이 대표가 CJ대한통운에서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영입 6개월 만에 지주사 대표이사 선임은 아직 시기상조 아니냐는 것. 

지난 5년간 대한통운과 CJ GLS의 합산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 2010년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속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 2011년 CJ그룹이 대한통운을 인수한 뒤부터 수익성 악화가 이어졌다. 특히 지난 4월 CJ GLS와 합병 이후 실적악화는 더욱 뚜렷했다.

그런가 하면 8일 한국투자증권은 CJ대한통운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1조610억원, 105억원으로 전망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2% 증가한 것이지만 영업이익은 68.2% 줄어든 수치다. 영업이익 축소 이유에 대해 한국투자증권은 해운항만과 택배부문의 손실이 아직 만회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내수 기업 이미지 딛고 글로벌 사업 확대

시장의 이 같은 지적에도 CJ그룹의 선택은 망설임이 없어 보인다. 이와 관련 CJ그룹 관계자는 "현재 CJ그룹 내 CEO 가운데 직급으로보나 나이로 보나 이채욱 부회장이 가장 어른"이라며 "이 부회장은 그룹 내 어떤 임원보다 글로벌 경영 경험이 풍부한 전문 CEO"라고 일축했다.

   이채욱 신임 대표 선임 이후 CJ(주)가 해외시장 확대로 내수기업 이미지에서 탈피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CJ  
이채욱 신임 대표 선임 이후 CJ(주)가 해외시장 확대로 내수기업 이미지에서 탈피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CJ
이 대표가 CJ대한통운 대표로 CJ그룹에 합류한지 6개월 동안 영업실적에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지만 옛 GLS와 대한통운의 통합 후 조직안정화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CJ대한통운의 저조한 영업실적은 이 대표의 능력부족이라기보다 경기침체 국면에서 합병 초기부터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점도 있고, 아직 합병에 따른 비효율성 개선 여지가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합병 6개월 만에 경영 정상화나 영업이익 개선 등의 실적을 보이는 것은 이 대표가 아니라 다른 누구였더라도 마찬가지였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택배 부문이 차츰 정상화하며 합병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에게 지주사와 물류 계열사 대표를 겸직시킨 것을 두고 재계에서 물류사업 강화를 위한 해외 지분투자, 인수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내다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합병, 택배기사 파업, 오너의 구속 등 계속됐던 비상사태가 수그러들고, 내년부터 택배 부문 정상화로 합병 시너지가 발생하면 이채욱호에 실리는 힘이 더욱 커지면서 이 대표가 능력 발휘를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현재 지주사와 계열사 사업 부문을 디테일하게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사 조직을 줄이더라도 계열사 사업을 강화하는 것이 이 대표 경영의 큰 방향인 셈.

이 같은 점을 미뤄볼 때, 향후 이 대표의 경영 방향은 크게 지주사 조직 슬림화를 통한 계열사 역량 강화와 해외사업 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

실제 내수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CJ 입장에서 해외 진출은 당위성이 매우 크다. 다만, CJ그룹의 이재현 회장의 부재에 따라 이 대표 체제의 글로벌 사업은 '사업 확대' 보다 '내실 다지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때 눈길을 끄는 사업이 바로 CJ CGV 해외시장 공략이다. 이 대표는 대표 선임 발표 이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해외사업은 산업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면서 CJ CGV 중국 영화 사업을 예로 들었다.

CJ CGV는 현재 중국 내 20개 상영관을 열었고, 올해 말까지 27개로 늘릴 예정이다. 현재 확보된 상영관 부지만 110개 수준이다.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상과의 제휴로 2%대의 시장점유율을 2015년까지 5~6%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진단되고, 이때부터는 중국사업에서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