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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위반 걸림돌' 계열사 지분정리 필요한데…

[기업해부] 두산그룹 ②지분구조…25개 계열사 케어 비법은? 기술적 분할・합병

이보배 기자 기자  2013.10.08 18: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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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상황과 경영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반대로 몰락의 나락에 내몰리기도 한다.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파악해보는 특별기획 [기업해부] 이번 회에는 두산그룹 2탄 계열사 지분구조에 대해 살펴본다.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 ⓒ 두산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 ⓒ 두산
1896년 문을 연 박승직상점을 모태로 하는 두산그룹은 117년 전통을 자랑하는 국내 최고(最古) 대기업이다. 1936년 박승직 창업주가 장남 박두병 초대회장에게 경영을 넘기고 물러나면서 그룹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고, 2013년 6월30일 기준 자산총계 32.9조원을 기록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공시한 '2013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현황'에 따르면 두산그룹의 2013년 4월 기준 재계순위(공기업 제외)는 12위다.

◆25개 계열사 '선택'과 '집중' 빠른 결단 중요

두산그룹은 2013년 6월30일 현재 (주)두산, 두산중공업(주), 두산인프라코어(주), 두산건설(주), (주)오리콤, 두산엔진(주) 총 6개의 상장회사와 19개의 비상장 회사를 포함해 총 25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6개 상장사 가운데 오리콤만 코스닥 상장사에 해당, 나머지 5개사는 유가증권 상장사에 포함된다. 

한때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졌던 두산그룹은 두산음료, OB맥주 등을 매각하고, 2001년 두산중공업의 전신인 한국중공업, 2005년 두산인프라코어의 전신인 대우종합기계를 각각 인수하며 중공업, 건설 위주의 그룹사로 거듭났다.

특히, 2009년 모기업 두산을 인적분할, 지주사로 출범시키며 두산→두산중공업→두산건설→두산 식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기 시작했다.

현재 두산그룹은 크게 두산→두산중공업→두산건설→네오트랜트로 이어지는 그룹 계열사 지분구조를 보이고 있다. 두산이 두산중공업의 41.23%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오리콤과 네오밸류 지분은 각각 67.87%, 66.71% 보유했다. 두산베어스, 엔셰이퍼, 두산생물자원, 두산동아, 두산타워, 디아이피홀딩스의 지분은 100% 모두 두산이 가지고 있다.

이어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의 지분을 각각 44.77%, 84.29% 보유하고 있고, 두산엔진 지분은 42.66%, 두산에이엠씨의 지분은 100% 모두 두산중공업이 가지고 있다.

두산건설은 다시 렉스콘과 두산큐벡스의 지분 100%과 함께 서울 왕십리에서 강남과 분당을 잇는 신분당선 사업을 추진 중인 네오트랜스 지분 42.86%를 보유하고 있다.

   두산그룹 25개 계열사 지분구조. ⓒ 프라임경제  
두산그룹 25개 계열사 지분구조. ⓒ 프라임경제

이밖에 두산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 디아이피홀딩스는 SRS코리아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방위산업부문 두산디에스티와 지게차 제조업체 두산산업차량의 지분 각각 50.91%와 51.00%를 가지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두산이 66.71%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던 네오플럭스의 두산 보유 지분이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두산은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금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말 네오홀딩스와 네오밸류를 신설하고 두산의 주요 금융 계열사인 네오플럭스를 투자부문과 컨설팅 부문으로 분할해 각각 네오홀딩스, 네오밸류에 편입시켰다.

분할 과정에서 두산은 자사주 보유 비율만큼 네오홀딩스의 지분(18.8%)를 소유하게 됐지만 공정거래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올해 초 제3자 신영증권에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3년 7월31일 현재 신영증권의 네오홀딩스 지분율은 30.48%다.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금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신영증권에 네오홀딩스 지분을 매각했을 뿐 네오홀딩스의 최대주주는 박용곤 명예회장이다 박 명예회장의 지분율은 2.12%에 불과하지만 27명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박 명예회장의 지분율은 총 64.17%에 이른다.

◆중공업과 인프라코어는 위반 범위 벗어났고, 네오트랜스는? 

비슷한 경우는 또 있다. 지난해 말까지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가 나란히 14.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두산캐피탈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두산그룹 본사 사옥. ⓒ 두산  
두산그룹 본사 사옥. ⓒ 두산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와 자회사는 금융계열 주식을 소유할 수 없고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갖고 있거나 아예 팔아야 하지만 두산을 비롯한 2개 계열사는 모두 두산캐피탈 주식을 보유했다.

법위반 기로에 서 있던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5월 두산캐피탈 지분을 해외계열사에 처분해 법위반에서 벗어났고, 2013년 6월30일 현재 두산캐피탈의 최대주주는 각각 837만5000주를 소유(22.78%)한 두산중공업 아메리카와 두산인프라코어 아메리카다. 이어 두산캐피탈은 비엔지증권의 지분 97.82%를 소유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두산의 증손회사 네오트랜스는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있다.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거나 매각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또 하나의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두산의 손자회사인 두산건설은 네오트랜스의 지분 42.86%를 갖고 있다. 2009년 두산이 일반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공정거래법에 따라 두산건설은 네오트랜스의 지분을 모두 보유하거나 매각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주식을 보유하다가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두산건설이 앞으로 1년 내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두산건설을 검찰에 고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분위기는 그리 녹록치 않다. 네오트랜스가 운영 중인 신분당선 사업이 아직 시작단계라 매입을 원하는 곳이 없는 이유에서다.

한편, 지난해 적자 계열사가 늘어났던 두산그룹은 최근 발목을 잡던 일부 계열사 리스크가 점차 해소되고 있다. 점진적인 글로벌 경기 회복과 함께 두산건설 재무구조 개선 등에 힘쓴 결과 계열사 리스크가 크게 완화됐고, 전자·모트롤사업부의 실적개선 등으로 자체 모멘텀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다음 회에서는 두산그룹 3탄 후계구도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