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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재현 회장, '악어의 눈물' 보다 진심어린 사죄해야

이정하 기자 기자  2013.10.08 18: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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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영업 압박에 계열사 회사채를 팔고는 있지만 회사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죠. 여차해서 부도라도 나면 야반도주라도 하려고요. 제가 투자자들 설득해서 팔았는데 그 원망을 어떻게 감당하겠어요. 면목 없죠 뭐."

지난해 웅진에 이은 STX팬오션, 동양 사태를 지켜본 한 증권사 영업맨의 자조 섞인 한탄이다. 부실 대기업들이 하나둘 법정관리에 들어서며 '예외는 없다'는 우려감이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달콤한 유혹으로 회사채를 판 영업맨이나 높은 이율에 솔깃해 구매를 결정한 투자자들 모두 두려움에 떨긴 마찬가지다.

동양사태로 동양증권에서는 지점 영업직원이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 2일 제주지점 소속 한 여직원이 자신의 차안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자살을 한 것. 유서에서는 "회장님, 개인고객들에게 이럴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 고객님들에게 전부 상환해주세요. 이런 일이 생겨서 정말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네요"라고 심적 고통을 남겼다.

이와 함께 지난 27일 수원본부점에서는 동양증권에 투자, 1000만원가량을 손해 본 투자자가 판매 지점직원의 집을 찾아가 몸싸움 끝 흉기를 휘두르는 일이 있었다. 이 직원은 팔에 부상을 입었지만 출근이 가능한 정도로,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부터 친분이 있던 사이로 확대 해석을 경계, 합의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듯 투자자와 판매자들 모두 부실 그룹 자금조달에 피멍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멍에에도 그룹 오너는 자기 살 궁리에 골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현재현 동양증권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 부회장이 법정관리 신청을 전후해 동양증권 본사 대여금고서 보관중인 6억원과 금괴 등을 인출해 갔다는 것. 이런 의혹에 임직원 및 투자자들을 분노하고 있다.

또 현 회장이 자신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사기성 기업어음을 발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사건을 특수1부 배당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사법고시 12회에 합격, 검사 출신인 현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말들이 무성했다. 누구보다도 법을 잘 알고 있는 그였기 때문이다.

법정관리를 신청하지는 않았지만 그룹의 자금줄이 된 동양증권에서는 자금 이탈이 심각한 수준이다. 그 규모가 8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날 한국예탁결제원이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3분기 동양증권이 발행한 ELS의 중도상환은 1000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전일인 8일 동양증권 노조위원장은 공식적으로 사임의 뜻을 내비췄다. 동양그룹의 법정관리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에서였다. 회사를 견제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노조가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에 책임을 통감했다.

한푼 두푼 모아 조금이나마 살림에 보탬을 되고자 했던 투자자들도, 회사에 압박에 상품을 권했던 영업맨들도 고개를 떨궜지만 오너만은 살길 모색에 바쁜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물론 오너인 현 회장은 경영권 포기를 비롯, 사태 해결에 힘쓰겠다고 밝혔으나 엎질러진 물이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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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유동성 위기가 제기된 후에도 동양그룹의 안정성을 내세우며 회사채를 판매를 독려하거나 법정관 리 전 금고서 자금을 빼가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에 믿음을 얻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 회장의 사죄를 돌이켜 보며 '악어의 눈물'이라는 말이 떠올랐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 보다 오너의 진심어린 사죄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