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살갗에 약간의 소름이 돋는 계절, 그래서 두께감 없는 다양한 패션아이템들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계절. 그렇다. 패션피플들이 가장 사랑하는 계절인 가을이 다시 찾아 왔다.
10월 즈음해서는 거리가 런웨이가 된 듯 사람들의 패션에 과감한 변화가 엿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이리저리 둘러봐도 중년 남성들의 패션엔 별다른 변화가 감지되지 못한다. 아직까지 반팔 와이셔츠에 헐렁한 정장 하의만을 입고 다니는 중년남성들이 부지기수다.
많은 이들이 대한민국의 중년남성들은 패션에 '무신경'하다고 단정 짓는다.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대한민국 중년 남성들이 패션에 무신경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중년남성들에게 무신경한 것이다. '아저씨'라는 타이틀을 씌어놓고 그 누구하나 그들에게 친절하고 세심한 패션 노하우를 들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어제 입은 옷을 오늘 또 입고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 대한민국 중년 남성들에게 속죄를 하려한다. 그들이 벤치마킹할 최적의 인물을 추천해 그간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세상의 시선에 대해 사과를 하고 싶다. 부디 내가 건네는 이 사과를 받고 대한민국 중년남성들이 세상을 향해 통쾌한 승리의 세리머니를 펼쳤으면 좋겠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00인에 항상 손꼽히고 피플지에서 최고의 섹시남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헐리웃 최고 배우인 '조지 클루니'. 그가 바로 내가 대한민국 중년 남성들에게 추천하는 최적의 벤치마킹 모델이다.
혹자들은 "세계 제일의 패셔니스타의 스타일을 어떻게 벤치마킹할 수 있단 말이야?"라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조지 클루니가 가진 세련된 마스크와 탄탄한 몸매 없이 그의 패션스타일을 벤치마킹한다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내가 얘기하고 싶은 벤치마킹의 핵심은 조지클루니가 가진 자연스러움의 미학이다.
조지 클루니의 이미지 중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그의 은발 헤어다. 그리고 그의 선한 눈주름 역시 그의 대표적 이미지 중 하나다. 이 두 가지는 젊음이 가질 수 없는, 세월이 만들어낸 작품일 것이다.
사실 조지 클루니는 '윈저공 이후, 남성 패션계의 흐름이 조지 클루니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칭송을 받고 있지만 그가 즐겨 입는 스타일은 의외로 소탈하고 평범한 것들이다. 청바지와 카디건, 그리고 스트라이프 양복은 남성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아이템인데, 조지클루니는 이 아이템을 이용해 자신의 패션을 완성시킨다.
그는 은발 헤어에 어울리는 색의 수트를 착용하며 자신의 나이를 구태여 감추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이를 먹었음을 당당히 여기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패션을 코디한다.
풋풋하고 싱그러움이 가득한 이 세상에서 세월의 흔적을 지워내지 않고 농익은 매력을 어필하는 것, 나는 이것이야말로 대한민국 중년남성들에게 필요한 패션 노하우라고 생각한다.
나이를 거슬러 억지로 젊어보이게 하거나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과한 코디로 일관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첫 번째 사항. 스카프나 커프스 등을 이용해 소소한 포인트 하나 정도를 부각하는 것이 오히려 중년의 품격을 더욱 잘 나타낼 수 있다.
더욱이 대한민국 중년남성들은 인권운동가들과 함께 수단의 민간인 학살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다가 체포까지 당한 그의 내면적인 면도 벤치마킹을 한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 같다. 그 어떤 패션보다 내면의 고급스러움이 더 깊고 은은한 향을 내뿜는 법이니까.
사람의 인생은 그 사람의 주름으로 기록된다고 한다. 중년, 인생 2막의 시작이다. 풋내기들의 생동감을 부러워할 필요도 원로들의 관록을 경외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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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이미지컨설턴트 / KT·아시아나항공·미래에셋·애경백화점 등 기업 이미지컨설팅 / 서강대·중앙대·한양대 등 특강 / KBS '세상의 아침' 등 프로그램 강연 / 더브엔터테인먼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