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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공업 신동력 ①현대중공업] 친환경에서 IT까지… 시대맞춤형으로 시장장악

국책과제 주관 조선·플랜트 고른 성장…해양플랜트 블루오션 '서브씨' 선택·집중

전훈식 기자 기자  2013.10.07 13:2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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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의 미래는 '심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의 과감한 투자와 노력이 점차 결실을 맺으면서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에 올인하고 있다. Ⓒ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의 미래는 '심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의 과감한 투자와 노력이 점차 결실을 맺으면서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에 올인하고 있다. Ⓒ 현대중공업

[프라임경제] 대항해시대(大航海時代). 15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중반까지 유럽의 배들이 세계를 돌아다니며 항로를 개척하고 탐험과 무역을 하던 시기를 이렇게 칭했다. 그 과정에서 유럽인들은 자신들이 알지 못했던 아메리카 대륙과 같은 지리적 발견을 달성했다. 이처럼 바다는 문명이 출현하기 이전부터 인류 생활 무대이자 끊임없는 개척 대상이다. 이후 약 2세기가 지난 지금, 한 단계 나아가 해상 교통로나 식량 공급원이 아닌 자원 공급원으로써 가치가 점점 더해지고 있다. 특히 지속적인 글로벌 경제의 악화로 또다시 세계는 바다로 눈길을 돌리고 있으며, 바다를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조선·중공업 업체들도 신성장동력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 역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제2의 대항해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조선해양플랜트(현대삼호중공업 포함) 부문에서 124억달러(76척)를 수주해 목표인 238억달러의 51%를 달성하며 순항 중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수주한 55억 달러 대비 122% 증가한 수치로, 조선과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고르게 양호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국내 조선사 중 유일하게 1만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 10척 수주에도 성공했다. 특히 지난 5월 중국으로부터 수주한 1만8400TEU급 컨테이너선(5척)은 세계 최대 규모로, 고연비·친환경 선형 등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선주사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일반상선 분야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컨테이너선 분야에서만 모두 19척을 수주했으며, LNG선, LPG선 등 가스선 분야에서도 11척의 건조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해양플랜트 분야에서도 초대형 로즈뱅크 FPSO를 비롯해 토탈사 콩고 모호노르드 해상플랫폼 등 건당 20억달러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했다. 상반기에만 각종 심해자원 개발용 부유식 생산설비를 수주하며 해양플랜트 분야의 강자 자리를 굳건히 다진 것이다.

물론 아직 불황이 끝나지 않은 만큼, 현대중공업은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끊이지 않는 노력을 하고 있다. 더군다나 오는 2016년 이후 필요 선박에 대한 발주를 내년부터 시작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수주의 증가가 전망되고 있다.

◆해양플랜트 '블루오션' 서브씨 연구 박차

현대중공업은 현재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심해저 플랜트(Subsea, 이하 서브씨)에 대한 기술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서브씨 사업은 유럽과 같은 몇 선진 업체만이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블루오션이다.

   현대중공업은 아직 불황이 끝나지 않은 만큼,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끊이지 않는 노력을 하고 있다. Ⓒ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은 아직 불황이 끝나지 않은 만큼,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끊이지 않는 노력을 하고 있다. Ⓒ 현대중공업

'조선 빅3' 중 가장 먼저 서브씨에 뛰어든 현대중공업은 해저파이프라인 공사를 수주한 경력이 있는 유일한 업체이기도 하다. 지난 1991년 중국 해저파이프라인 설치 공사를 수주한 이래, 현재까지 5000여km의 해저파이프라인 설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또 최근 미얀마 쉐(SHWE) 가스전 공사를 수행하며 해저파이프라인 약 130km를 설치하기도 했다.

현재 현대중공업은 2011년 1월 라스가스社(카타르)로부터 수주한 바르잔(Barzan) 가스전 해양공사에서 가스 생산을 위한 해양플랫폼 3기 외에 가스 이송을 위해 해저파이프라인 300km를 바다 속에 부설하고 있다. 전력공급 및 통신 등에 필요한 해저케이블 설치도 100km에 이른다.

현대중공업은 서브씨 기술 국산화에 앞장서며 우리 기술과 기자재를 바탕으로 해당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7월 지식경제부로부터 미래산업 선도기술개발의 총괄기관으로 선정되면서 심해자원 생산용 해양플랜트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이 과제는 해저 3000m급 친환경 심해 해양 플랜트 해저·해상 통합 엔지니어링, 핵심 기자재, 설치 기술을 개발하는 등 친환경․지능형 해양 플랜트를 국산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뿐만 아니라 오는 2014년 완료될 예정인 지식경제부 국책과제 '해저 생산플랜트 설계 안정성 평가 및 심해 설치기술' 연구도 진행하고 있어 이를 통해 적지 않은 수익 창출도 전망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과는 달리 해양분야는 기자재 국산화 비율이 매우 낮은 편이며 서브씨도 마찬가지"라며 "고부가가치 해양플랜트지만 해외 기술과 기자재를 수입해 작업한다면 수익성은 높지 않을 것이다. 우리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친환경에서 IT까지 시대 맞춤형으로 글로벌 시장 선도

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은 고연비·친환경 선형 등의 앞선 기술력 등으로 선주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조선에 IT 기술을 융합시킨 '스마트십 1.0'은 엔진과 제어기, 각종 기관 등의 운항정보를 위성을 통해 육상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선박 내 통합시스템을 원격 진단, 제어할 수 있다. Ⓒ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조선에 IT 기술을 융합시킨 '스마트십 1.0'은 엔진과 제어기, 각종 기관 등의 운항정보를 위성을 통해 육상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선박 내 통합시스템을 원격 진단, 제어할 수 있다. Ⓒ 현대중공업
자제 제작한 '전자제어식(ME) 엔진'을 수주한 선박에 탑재해 선주사들의 연료비 고민을 덜어 주고 있다. 전자제어식 엔진은 운항 속도나 환경에 따라 자동으로 연료를 조절하는 엔진으로 탄소배출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또 설계 단계에서 연료 효율을 최적화 할 수 있는 친환경 선형 개발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이중연료엔진 패키지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 엔진은 필요에 따라 액체연료와 가스연료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배기가스를 줄이면서 디젤엔진과 동일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어 환경적인 면과 경제적인 측면을 모두 만족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연간 최대 32억원이 절감 가능한 G(Green)-타입 친환경 선박엔진은 실린더 내부에 위치한 피스톤 이동거리를 늘리는 등 최신 기술을 적용해 기존 대비 7%의 연비 향상과 7%의 유해가스 저감(低減)이 가능하다. 이 엔진을 포스트파나막스급(7500TEU) 컨테이너선에 탑재할 경우, 선박 평균수명인 25년간 운항시 약 800억원의 경비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국내 조선업계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스마트십에서도 가장 먼저 결실을 보고 있다. 세계 조선업계 1위라는 명성에 걸맞게 스마트십 분야에서도 일찍부터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로 앞서나가고 있다.

지난 2011년 3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조선에 IT 기술을 융합시킨 '스마트십 1.0'을 선보였다. 스마트십 1.0은 엔진과 제어기, 각종 기관 등의 운항정보를 위성을 통해 육상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선박 내 통합시스템을 원격 진단, 제어할 수 있다.

업그레이드 버전 '스마트십 2.0'도 오는 2015년 완성 예정이다. 이는 지상에서 선박기관 모니터링은 물론 기상상황과 주변 선박들의 운항정보, 항해계획 등 각종 정보들을 종합 분석해 선박 항해를 지원하면서 보다 안전하고 경제적인 운항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친환경·고효율 선박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기술력 확보가 대규모 수주로 이어졌다"며 "남은 하반기에도 드릴십과 LNG선 등 옵션물량이 남아 있어 올 수주목표 초과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중공업은 지속되는 글로벌 경제 악화로 시장이 움츠린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날개를 펼칠 만발의 준비를 마쳤다.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차별화가 중요하다는 판단한 현대중공업이 세계 속의 일류기업으로 거듭나고자 전 임직원이 혼연일체가 돼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