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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불평등 심각, '물가연동세제' 답 될까

최저임금 상승은 부작용 우려…'유리지갑'박탈감 해소에 눈길

임혜현 기자 기자  2013.10.07 11: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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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우리나라의 조세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소득자들에 대한 과세를 통한 소득 재분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비판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세법 개정을 추진했음에도 지난 정권의 '부자 감세 논란' 상황이 전체적인 틀에서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까지 겹쳐 제도 보완에 대한 필요 주문이 높다.

조세 기능의 중추는 국가 재원 확보이나, 부수적으로는 소득 재분배 효과도 있다. 하지만 이 기능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경고는 이미 여러 번 나온 바 있다. 소득세 체계가 고소득자에 유리하게 짜여졌기 때문이라는 우리나라의 소득 분배 상황이 통계청이 발표하는 공식지표 보다 최소 10% 이상 더 불평등한 상태라는 추정도 있다.

6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KIPF)의 '소득세제 개편의 기본방향과 기대효과' 자료에서는 설문조사로 산출되는 통계청의 '가계소득' 자료 대신 국세청이 축적한 납세소득을 토대로 계산할 경우, 계층간 분배 상황을 보여주는 '지니(Gini) 계수'(2011년 기준=0.3734)가 통계청의 공식 수치(0.3304)보다 0.043포인트나 높다고 밝혔다. 지니 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분배가 불평등함을 의미한다. 즉 우리 사회의 소득 분배 상황은 통계청 공식 발표보다 약 10% 더 불평등하다고 이해하는 게 현실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상반기 관심을 끌었던 세제 개편이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까?

기획재정부가 지난 2일 국회에 제출한 '2014년도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내년도 소득 계층별 세금 감면액의 실질적 혜택은 고소득층에 상대적으로 더 돌아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 소득(총급여액) 5500만원 이하인 서민·중산층이 13조 453억원, 5500만원 초과인 고소득층이 8조 4624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100%를 기준으로 서민·중산층 60.7%, 고소득층 39.3%의 비중이다.

단순히 금액만 비교하면 고소득층보다 서민·중산층에 더 많은 세제 지원이 가는 걸로 보이나, 1인당 인원으로 나눠 보면 고소득층이 4배 이상의 혜택을 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8월에 발표된 신동균 경희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조세와 공적이전의 소득재분배효과'에서 문제로 지적된 현재의 틀이 앞으로도 그대로 답습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이 소득재분배효과 자료 역시 우리나라는 조세와 공적이전을 거쳐도 지니 계수가 줄어드는 정도가 주요국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세 구조, 부가세 올리기부터 혹은 조세 불평등 수술 먼저?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로 세수 확충을 추진하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오히려 조세 불평등, 소득 재분배 효과의 실패 등 문제를 풀 때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소득세의 물가연동제 등으로 저소득층에 대한 세부담 경감 효과를 줘야 한다는 연구가 눈길을 끌고 있다. ⓒ 프라임경제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로 세수 확충을 추진하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오히려 조세 불평등, 소득 재분배 효과의 실패 등 문제를 풀 때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소득세의 물가연동제 등으로 저소득층에 대한 세부담 경감 효과를 줘야 한다는 연구가 눈길을 끌고 있다. ⓒ 프라임경제

이 같은 소득 재분배 실패 현상은 저소득층의 지급 능력을 촉진하지 못해 소비의 양극화 등 여러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경제는 낙수 효과에 대한 기대감 저하는 물론, 빠른 고령화의 영향을 함께 받고 있다. 고령층의 빈곤이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고, 65세 이상 노인 대상의 기초노령연금의 수급 대상과 지급액을 확대하는 기초연금 도입 공약의 추진도 현재 난관에 봉착해 있으므로, 고소득자에 대한 감세 혜택쪽으로 정책을 계속 갖고 가는 게 효율적인지 제도적 점검과 수술 시도가 빠르게 진행될 필요도 높다.

8월31일 한국경제연구원의 '2013년도 세법개정안 평가' 보고서처럼 간접세제를 통한 세원 발굴, 세금 조달에 주목하는 연구도 없지 않다. 이 보고서는 "(증세로 가닥을 잡는다면) 소득세제는 자영업자에 대한 과표양성화를 전제로 국민개세주의 원칙에 입각, 모든 소득계층을 포함하는 비과세·감면 축소 및 합리화가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 바로 "세입기반 확충과 과세효율 제고를 위해 부가가치세의 역할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조세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연구 결과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간접세의 일종인 부가가치세부터 세원 발굴의 방법으로 초점을 맞추자는 시각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삼성硏 "OECD 국가들 물가연동 소득세로 저소득층 유리"…여당 의원도 주목

이런 상황에 대안으로 떠오르는 게 물가연동세제다.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은 '한국의 소득 불균형 : 추세와 원인, 해법에 대한 분석(Income inequality in Korea: An Analysis of Trends, Causes, and Answers)'이라는 연구서에서 이 개념을 거론했다. 7월말 세상의 빛을 본 이 저서는 배리 보스워스 박사(미 브루빙스연구소)와의 공동 연구프로젝트로 나온 것이다.

이 책은 물가 상승으로 인한 명목 임금 상승이 조세의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물가연동세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즉 지금까지의 세법 개정은 공제 수준을 높이고, 과세자 비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추진됐는데, 이로 인해 소득세 개편이 물가 상승으로 인한 효과를 압도했다는 것이다. 결국 근로소득자의 세금 부담을 줄인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역시 지난해 5월 이 연동 문제를 주목한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소득세 과표구간의 물가연동' 보고서는 소득세 과표구간을 정기적으로 조정할 필요성이 증대됐다면서, 소득세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면 명목소득에서 물가상승률을 적용한 실질소득을 기준으로 과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물가상승률이 5%이고 급여가 5% 인상됐을 경우 현행 누진제에서는 명목소득 증가로 소득세가 늘어나지만 물가연동제 하에서는 과표구간도 함께 연동하여 5% 상승하므로 실질소득 증가가 없어 과세도 변동이 없게 되는 구조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9개국이 도입하고 있는 물가연동제를 실시하게 되면, 조세부담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고 저소득층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물론 모든 경제 개념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는 것에는 회의적 시각이 강하다. 예를 들어 한국개발원(KDI)의 '최저임금의 쟁점 논의와 정책방향'은 "최저임금을 일정한 공식(예를 들어 물가상승률 등과의 연동)으로 만들어 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좀 더 숙고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세금 부과 영역에 있어서는 그간 당국에서 주요 방식으로 활용해 온 각종 공제 확대, 소득세율 인하 조치 등의 세부담 경감 노력이 역효과를 낳아온 만큼, 소득세 등에서 물가와의 연동 개념을 시도해 과세 불평등을 보정하려는 시도는 검토 대상으로 유효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