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인사이드컷] 잊힌 영화 '국가대표' 그러나 진행 중인 비상

이정하 기자 기자  2013.10.04 16:57:51

기사프린트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알펜시아 스키점프경기장. 선수들의 훈련은 계절과 관계 없이 사시사철 이뤄지고 있다. = 이정하 기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알펜시아 스키점프경기장. 선수들의 훈련은 계절과 관계 없이 사시사철 이뤄지고 있다. = 이정하 기자
[프라임경제] 지난달 가족과 함께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알펜시아 리조트를 다녀왔습니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스키점프대가 눈에 띄었는데요. 따가운 초가을 태양 볕에도 아랑곳없이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구경을 하고 있었습니다. 가을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스키점프 구경에 계절적 이질감이 들었죠.

잔디밭에 둘러싸인 경기장 안에서 한참을 서서 올려다보고 있자니 점처럼 보이지만 분명히 누군가가 점프대를 향해 아슬아슬 가고 있더군요. 이내 과감하게 점프를 시도했는데요. 눈 위가 아닌 잔디밭을 향해 점프하는 모습에 사람들의 탄성이 쏟아졌습니다. 

시설 관계자에 말을 빌리면 겨울을 제외하고 눈이 없는 나머지 계절에는 물을 틀어 미끄럽게 만든 다음 훈련을 실시한다고 합니다. 아득한 점프대 높이는 보고 있기만 해도 정신이 아찔한 지경이었지만 선수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스키에 몸을 얹고 낙하를 시도하고 있더군요.

스키점프가 스포츠 종목으로 우리나라에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라 말할 수 있는데요. 눈과 얼음의 나라인 북유럽에서 스키점프는 언덕이 많은 지방을 중심으로 오랜 전통과 함께 내려오던 놀이라고 하네요. 스포츠 형태로 발전한 것은 한참이 지난 후라고 합니다.

1862년 노르웨이에서 첫 스키점프 대회가 열린 19세기 무렵부터 스키점프는 본격적으로 스포츠의 한 종목이 됐는데요. 프랑스의 샤모니에서 1924년 열린 제1회 동계올림픽부터 스키점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현재까지 이르는 역사를 갖게 됐습니다.

특히 급경사만을 활강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스키 경기의 꽃'이라고 불리는데 이러한 스키점프가 국내에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영화 덕분이라고 해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지난 2009년 개봉된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는 당시 잘 알려지지 않은 종목인 스키점프를 소재로 삼아 국가대표팀의 고군분투를 담았습니다. 결국 8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종목도 유명세를 타게 됐죠.

하지만 유명세는 '반짝이슈'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여전히 스키점프는 동계올림픽 종목 중에서도 소외 중목으로 분류되는데요. 우리나라 초·중·고·대학 및 일반부를 통틀어 스키점프 선수는 단 15명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국내 알파인스키나 스노보드 선수가 200~300명가량인 것과 비교해 봐도 선수층이 매우 얇죠.

다만 다행스럽게도 최근 평창 알펜시아에 스키점프 파크 건립 이후 스키점프 캠프가 개최돼 유소년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더구나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외국인 감독을 새로 영입해 선수들의 기량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고 합니다.

반짝 주목 이후 스키점프가 대중의 관심에서는 다소 멀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더 멀리 더 높고 그리고 더 아름답게' 비상하기 위한 선수들의 노력은 눈이 없는 태양 볕 잔디밭 아래서도 계속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