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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 내 롤모델은 '우리 회장님'

박성경 이랜드 그룹 부회장, '테마파크 조성' 향한 집념과 열정

전지현 기자 기자  2013.10.04 14: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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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중국에서 이랜드가 정착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신용'입니다. 전 한 번 꺼낸 약속은 꼭 지키죠."

지난 10월 이랜드그룹의 '이랜드 크루즈' 닻을 올린 날,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박성경 부회장과 첫 대면했다. 박성수 회장과 박성경 부회장 등 이랜드그룹 남매는 언론에 쉽게 노출되지 않는 인물들이었기에 현장분위기는 박 부회장에 집중됐다.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 ⓒ 이랜드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 ⓒ 이랜드
자리한 모든 기자들은 항상 모자를 쓰는 이유에서부터 즐겨 입는 옷의 브랜드, 며느리인 여배우 최정윤 씨와의 관계까지 그의 몸짓과 말투 하나하나를 매서운 눈초리로 관찰하기 바빴다.

이 자리에서 박성경 부회장은 "중국사업이 잘된다는 소식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실제 보지 않고 그 유명세를 실감할 수 없다"는 질문에 "내년에 함께 가시죠"라고 답변했지만 현장은 '짠돌이 이랜드가 설마'하는 분위기였다.

이후 지난 1월, 박 부회장은 석 달 전 지나치듯 내뱉은 발언을 지키기라도 하듯 중국으로 기자들을 초청, 중국에서 견고하게 자리 잡은 이랜드 위상을 자랑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박 부회장은 "나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기에 약속했기에 기억하고 보이는 것"이라고 운을 뗀 후 "중국에서 이랜드는 아주 잘 나가고, 그 이유는 약속은 꼭 지킨다는 철학이 중국에서 이랜드가 성공한 비결"이라며 "이제 직접 보고 판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사흘 전인 1일 자정이 가까운 시간,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 내 돔아트홀에서 열린 '와팝' 첫 공연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부회장이 진두지휘한 이랜드의 신수종사업 와팝공연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와팝(WAPOP·World & Asia WOW POP)은 이랜드가 엔터테인먼트사업에 뛰어든 첫 작품으로 드라마와 케이팝(K-pop) 등 여러 한류 콘텐츠를 엮은 새로운 장르의 공연이다.

현재까지는 여행사와 연결된 패키지 안에 든 상품 형태로 무료공연을 펼치고 있어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그는 '중국과 일본 관광객들을 영입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라는 강한 신념으로 한류와 연결시킨 이번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강단·적극성 넘치는 경영스타일로 '폭풍 M&A' 진두지휘

단발머리에 빵떡모자를 즐겨 쓰는 박성경 부회장은 작은 키와 마른 몸 등 겉모습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카리스마 넘치는 기업의 여성 최고경영자(CEO)라기 보다는 품위 있는 여성에 가깝다. 조곤조곤한 말투와 주변인의 말을 항상 차분히 경청하는 모습에서 남성성 강한 전투적인 모습이 연상되는 당찬 여수장의 모습 또한 없다.

그러나 경영면에서 박 부회장이 그동안 보인 스타일을 살피면 확고한 신념으로 강단 있고 적극성을 띤다는 평을 받고 있다. 따라서 언론은 노출을 꺼리는 박성수 회장 대신 지난해부터 지나온 사업성과에 대한 인정이라도 받으려는 듯 굵직한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전방위적 사업에 얼굴을 보이는 박 부회장의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랜드그룹 와팝 VIP 시사회 테이프커팅식. ⓒ 이랜드  
이랜드그룹 와팝 VIP 시사회 테이프커팅식. ⓒ 이랜드
최근 이랜드의 행보 역시 이에 대한 반증이듯 폭풍 인수합병(M&A)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달 3일 이랜드는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종합 레저시설인 베어스타운과 M&A를 체결했다. 올해 M&A만도 모두 7번. 2009년부터 최근까지 20여곳 넘게 인수하며 쉼 없이 몸집을 불리고 있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이랜드그룹이 향후 모태인 의류사업에만 국한하지 않고 사업부문을 의(衣)·식(食)·주(住)·휴(休)·미(美)·락 등 6개 부문으로 확장, 굵고 작은 M&A를 통해 사업을 넓히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박 부회장의 최종 목표는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깜짝 놀랄 만큼의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것. 이랜드는 올 초 공연장, 외식·숙박시설 등이 들어서는 '더 오름 랜드마크 복합타운'사업자로 선정돼, 제주에 초대형 테마파크 조성 중이다.

   이랜드그룹 와팝 공연이 이뤄지는 어린이대공원 내 월돔 내부. ⓒ 이랜드  
이랜드그룹 와팝 공연이 이뤄지는 어린이대공원 내 윌돔 내부 전경. ⓒ 이랜드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테마파크를 위한 패션과 유통, 외식, 레져, 건설, 테마파크(제주) 여행(한강유람선), 엔터테인먼트(와팝) 등 기존 '의·식·주·미·휴·락' 6대 영역을 착실히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박 부회장은 "제주도 테마파크 외에도 지자체에서 개발하려다 멈춘 것들이 많아 그것들을 살리고 싶은 욕구가 크며 인원도 패션에서 차출해 많이 보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디즈니랜드보다 더 보완해 모든 콘텐츠가 총망라된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식상한 박물관이 아닌 아직까지 현재 없는 굉장한 테마파크를 몇 년 안에 만들 것"이라고 부연했다.

◆廢 수익창출원 저가 매입…실속 챙긴 메력콘텐츠로 개발

박 부회장은 매번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강조하는 말이 있다. 이랜드가 새로운 사업을 위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보다는 가치평가가 저하된 사업성 있는 것들을 매입해 콘텐츠를 넣어 살린다는 것이다.

지난 1일 있었던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도 그는 "와팝이 진행된 어린이대공원 윌돔 역시 다 쓰러져 가는 곳이었다"며 "이곳을 사서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콘텐츠로 와팝 공연을 만들었듯이 지방을 살릴 수 있는 사업 역시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 공연이 반응이 좋다면 제주도에도 유치할 예정"이라며 "지방 큰 도시에도 관광객을 끌어들일 만한 여건도 된다면 콘텐츠를 엮어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을 더했다.

하지만 시장은 이랜드가 가진 부정적 현금유동성에 주목하고 있다. 6월말 기준 이랜드그룹의 총 차입금은 4조3553억원, 부채비율 390.4%, 차입금 의존도는 59.9%에 달해 그룹의 재무부담이 과중한 수준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만큼 업계는 무리한 M&A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박 부회장은 걱정 없다는 모습이다.

1일 간담회 자리에서 박성경 부회장은 자신의 경영 롤모델로 박성수 회장을 꼽으며 "지금까지 이랜드가 연관성 없는 사업을 M&A 한다고 여길 수 있으나 장기적 관점마저도 오차 없이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는 분이 회장님"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금까지 '카니발'을 타고 다니며 법인카드 하나 없이 필요한 것 외에는 낭비하지 않는 스타일의 박 회장을 닮고 싶다는 말도 덤으로 보탰다.

◆할리우드 사랑…매머드급 테마파크 지향의지

박 부회장은 그동안 공식석상에서 "테마파크 안에 들어설 박물관의 경우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할리우드 소장품들로 모든 이들을 깜짝 놀라게 할 것"이라며 할리우드에 대한 강한 애정을 보여 왔다.

이랜드는 이미 수많은 소장품을 소유하고 있다. 그룹 내에서는 정확한 액수나 품목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랜드 컬렉션 중 영화 관련 소장품만 7000점이 넘고 아카데미 트로피도 28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0월 이랜드가 소유한 영화 소장품 5점은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 왕립박물관에 전시될 정도로 가치가 있다. 이 소장품들은 이랜드가 미국 디즈니랜드에 견줄 수 있는 국내 최대 테마파크 건립을 위해 오래 전부터 모아둔 것이다.

   이랜드그룹이 소유한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 의상. ⓒ 이랜드  
이랜드그룹이 소유한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 의상. ⓒ 이랜드
전시회에 전시된 이랜드 소유 소장품은 찰리 채플린이 '황금광 시대(The Golden Age, 1925)'등에서 선보인 중절모와 대나무 지팡이, '밀드레드 피어스(Mildred Pierce, 1945)'를 통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조안 크로포드가 입었던 의상은 물론,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한 월터 플렁킷(Walter Plunkett)이 만들고 캐서린 햅번이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Mary of Scotland, 1936)'에서 입었던 의상, 1969년 오스카상 7개 부문 중 4개 부문을 석권했던 '헬로, 달리!(Hello, Dolly!, 1969)'에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입었던 의상 등을 포함한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외식사업인 '애슐리'도 헐리우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남자 주인공 이름에서 따왔다. 국내 애슐리 인테리어도 할리우드 풍이 강하지만 지난 1월 중국 상해에 오픈한 매장 역시 박물관이나 갤러리 같은 요소를 가미해 화제를 모았다.

애슐리 1호점에는 평소 허리가 좋지 않았던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주치의 권유로 평상시뿐 아니라 대통령 전용비행기인 에어포스원에서도 애용했던 흔들의자와 가구를 좋아했던 재클린 케네디 여사가 소장했던 의자가 전시돼 있다.

2호점도 케네디 대통령이 입었던 가죽 재킷과 재클린 케네디 여사가 애용했던 가구 등으로 꾸며져 있다. 이 밖에 1900~1970년대 미국 아카데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배우들의 친필 사인을 비롯해 미국 각주의 깃발 등 주요 소장품들이 식당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와 관련 박 부회장은 "애슐리에 전시된 귀중한 소장품들은 1년에 2~3번씩 주기적으로 교체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지향할 사업의 이미지를 넌지시 암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