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여의도25시] CJ채용 언어대란, '신의 한 수' 필터링?

임혜현 기자 기자  2013.10.04 10:22:39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주요 기업들의 입사 지원이 문정성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SSAT, CAT 등은 고시 수준이라는 소리가 이미 오래 전부터 나오고 있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기업에서도 시험 절차를 진행하는 게 여의치 않아 골머리를 앓는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CJ그룹의 인적성 시험이 6일로 바짝 다가온 가운데, 언어 선택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인적성 검사에 응시하라는 통지를 받은 수험생 중 상당수가 화들짝 놀란 것인데요. "영어 혹은 중국어로 시험을 치라"는 통보 내용을 보고 뒤늦게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짐작한 것이지요.

이들이 이야기하는 자초지종은 이렇습니다. '테스트언어'를 지정하는 선택항목이 있었는데, 무심히 넘어간 경우 영어로 처리되었다는 것입니다.

지원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테스트언어의 선택 순위가 영어-중국어-한국어로 돼 있어서 최종 제출 전에 이를 알고 고친 이들도 있는 한편 모르고 그대로 간 경우도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은 관련 부서에 '선처를 부탁하는' 메일과 Q&A를 남기는 등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다만 시험이 임박해 시험지 인쇄 등 현실적 문제로 한국어 응시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CJ의 인적성은 문제가 어렵다는 평이 있는데요. 그래서 우리말로 시험을 봐도 시간 내에 다 풀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당연히 중문 혹은 영문 지문으로 시험을 본다는 건 학교에서 영어 좀 배웠다, 토익 영어 좀 공부했다는 수준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는데요. 즉 그 언어가 우리말보다 편한 소수 사람에게나 가능한 일이랍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막상 한 고비를 넘겼지만 테스트언어 때문에 포기했다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를 둘러싸고 사회 생활의 첫 관문인 지원서 작성부터 부주의하게 하는 이들은 항의할 자격이 사실 없다는 소리도 나오는데요. 일각에서는 여기에 덧붙여 CJ측이 불성실한 묻지마 응시자들을 걸러내기 위해 '신의 한 수'를 둔 게 아니냐는 웃지 못할 농담도 하고 있습니다.

한편, 모바일 지원을 할 때 해당 스크롤 부분이 잘 안 보였다는 소리도 나오는 등 온갖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이런 부분은 추후에라도 점검을 해 볼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넷북 등을 사용한 지원자 중에도 "한국어 선택이 있었다, 없었다" 말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사실 이런 작은 항목 하나에도 세심함을 요하는 게 냉정한 사회 생활에 적합한 새 식구를 뽑는 회사로서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해당 그룹에서도 지난해에도 이런 언어 문제가 일어난 적이 있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것인데요. 경고가 있었다고는 해도 많은 이들이 이를 이해나 인지하지 못한 것은 이번엔 회사 책임이 좀 있지 않은가 생각해 봅니다.

적어도 한 번 홍역을 치른 만큼 많은 젊은이들이 '알아 듣게끔' 세세히 지원 내역을 짜는 눈높이 시험관리를 했으면 좋았을 겁니다.

지난 연말 잡코리아가 진행한 '그룹사 이미지 조사'에서 대학생들은 CJ를 떠올렸을 때, '유행에 민감하며 세련됐고, 여성스럽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앞으로 '신의 한 수'보다는 꼼꼼하고 세심한 채용 진행에 대한 기대를 CJ측에 걸어 보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