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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2.0 탐방 22] 한 끼에 눌러 담은 情…행복도시락

1호 사회적협동조합 타이틀 '부담'…느리지만 상상 실현 충분히 가능

이정하 기자 기자  2013.10.04 08:5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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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맛있는 도시락에 사랑으로 버무린 행복까지 배달합니다."

지난해 12월 정부 주도의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이후 사회적협동조합이 새롭게 도입됐다. 정부는 협동조합이 취약계층 일자리 문제와 복지, 경제활성화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중 '협동조합의 꽃'으로 불리는 사회적협동조합은 공익사업에 전체 40% 이상을 수행해야 하며 조합원에 한해 소액대출과 상호부조가 가능한 구조다.

행복도시락은 이 같은 정부 움직임에 맞춰 2005년 결식아동과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에 대해 위생적이고 안전한 급식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로 출발, 사회적기업을 거쳐 올 초 제1호 사회적협동조합으로 거듭났다.

◆'빨리' 위에 새겨진 '늦더라도 함께 간다' 방점

지난달 중순 사회적협동조합 행복도시락 중구점을 찾아 최강종 이사장을 만났다. 사무실 방문 당시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이었지만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협동조합 붐에 편승하고자 자문을 구하려는 사람들이었다.

   최강종 행복도시락 사회적 협동조합 이사장. 그는 인터뷰 내내 1호 타이틀의 타이틀이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밝혔다. = 정태중 인턴기자  
최강종 행복도시락 사회적 협동조합 이사장. 그는 인터뷰 내내 1호 타이틀이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밝혔다. = 정태중 인턴기자
이에 대해 최 이사장은 "최근 협동조합이나 공동체 설립에 뜻이 있는 분들의 문의나 방문이 적지 않다"고 소소한 고충을 토로하며 우후죽순 생기는 조합 붐에 대한 경계감을 내비쳤다. 

행복도시락 센터장인 최 이사장은 행복도시락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이사장은 연초 이사회를 통해 선출되며 임기는 2년이다. 최 이사장은 '1호'라는 타이틀로 인해 받게 되는 스포트라이트에 대해 부담을 느낀다며 정착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사회적협동조합 1호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기도 해요. 주변에서는 빨리 성과를 내 본보기를 삼길 바라고요. 그러나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에요. 주변에서 뭐라고 해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걸 차근차근 진행할 생각입니다. 앞으로 1년은 교육사업에만 집중할 계획입니다."

최 이사장은 사회적협동조합 태생 자체가 성과에 방점을 둔 곳이라기보다는 '같이 간다'는 공동체의 의미를 강조한 곳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빠른 성과창출을 바라는 주변 시선에 대한 쓴 소리이자 천천히, 함께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역설이다.

◆향후 1년, 상상실현 위해 교육 매진

그는 당분간 조합원 대상 '교육'에 힘을 쏟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회적협동조합 자체가 생소할 뿐만 아니라 정해진 틀이 없는 만큼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상상한 만큼 실행하기 위해 1차년 계획에 교육을 담았으며 조합원들도 이에 동의했다는 설명이다.

교육 주제는 △양질 식자재의 안정적 공급 △급식 관련 사회서비스 수준 향상 △조합원 역량향상 및 핵심노하우 공유 등이다.

최 이사장은 이에 대해 "과정 자체가 인지해 가는 과정으로 본다"고 부연하며 협동조합의 더딘 의견결정구조와 관련한 의견을 보탰다. 대주주가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 주식회사와 달리 협동조합의 경우 조합원 1인당 1표를 갖고 있어 전체 조합원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게 쉽지 않다는 것. '1인 1표'의 장점만큼 맹점도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다만 협동조합의 경우 조합원의 창의적인 생각들을 실현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면도 충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하는 일은 일종의 길을 닦는 것입니다. 사회에서 소외된 자의 고용, 여기서 나온 이익을 다시 불우한 이웃을 돕는데 사용하는 것. 이 모든 게 누군가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일이죠."

◆양질인력 절대 부족…인력지원 절실

사회적협동조합 운영에 있어 최 이사장이 판단하는 가장 큰 난관은 인력과 관련한 부분이다. '양질의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실상 적은 급여로 필요한 부분의 전문가를 섭외해 채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최 이사장은 "과거 사회적기업으로 출발했을 당시 2년간 정부의 도움으로 몇몇 전문가를 꾸려 관련 업무를 쉽게 처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지원 기간이 끝나 더 이상 도움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말꼬리를 흐렸다.

   SK행복나눔재단 임직원이 행복도시락 급식센터에서 결식아동들에게 전달될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다. SK행복나눔재단은 행복도시락센터 설립·운영을 돕고 있다. ⓒ SK행복나눔재단  
SK행복나눔재단 임직원이 행복도시락 급식센터에서 결식아동들에게 전달될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다. SK행복나눔재단은 행복도시락 센터 설립·운영을 돕고 있다. ⓒ SK행복나눔재단
그러면서도 그는 "센터가 늘고 함께 꾸려가는 이들이 늘게 되면서 목소리가 커진 점은 이전과 다른 점"이라며 다시 밝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최 이사장은 규모가 커진 만큼 공동구매 등을 통해 식자재 비용 등을 낮출 수 있게 됐고 조합원 수가 늘어나면서 협상력 또한 커지게 됐다는 점을 긍정요소로 꼽았다. 이렇게 확장된 협상력을 보다 좋은 방향으로 쓰고 싶다는 뜻도 빼놓지 않았다.

"단가를 낮추고 상대와의 협상력에서 힘을 가지게 된 점은 좋죠. 하지만 이렇게 얻게 된 힘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쓸 계획입니다. 예를 들어 서류상에는 나타나지 않은 결식아동이나 소외 노인 등을 발굴하고 이러한 사각지대에 있는 계층을 도울 계획이에요. 그러나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