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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닥 잡은 삼성家 후계구도, 3세 '위기경영' 지속될까?

비상장 에버랜드·삼성SDS 약진, 이재용 부회장 중심 오너십 강화 예상

나원재 기자 기자  2013.10.02 14: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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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윤곽이 보다 뚜렷해졌다. 매년 임원인사 시즌에서 마치 잘 짜여진 각본처럼 3세 경영의 전진배치가 두드러졌지만, 최근 그룹에 감돌고 있는 기류는 보다 구체화된 형국이다. 이는 그룹이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을 삼성에버랜드로 이전하겠다는 방침과 맞물린 것으로, 핵심은 이재용-이부진-이서현 3남매 간 사업별 오너십 강화다. '10년 후 삼성모습을 장담할 수 없다'던 아버지 이건희 회장 특유의 '위기경영'이 이들 3세 경영에 어떻게 투영될지도 지켜봐야 한다. 내용을 살펴봤다.

삼성그룹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찮다.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의 삼성에버랜드 이전 소식과 삼성SDS-삼성SNS의 합병에 오너가 3세 경영과 사업분할이 막바지 작업에 들어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현재 가장 큰 설득력을 얻고 있는 그림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전자와 금융계열을,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이 서비스·중화학계열을, 이서현 제일모직(001300) 부사장은 패션·광고계열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시 불거진 이건희 회장의 와병설도 이번 사업 개편을 단순히 바라볼 수 없는 배경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패션사업을 에버랜드로 넘긴 제일모직이 전자소재에 역량을 집중키로 한 만큼 전자계열사로 분류되고, 이 부회장이 이끌 가능성은 커진다. 현재 그룹 지주사인 삼성에버랜드에서 3남매가 각각의 사업을 맡아 경영하는 새로운 실험무대도 배제할 수 없다.

◆금산법·순환출자 해소에 지배력 강화 수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구도가 보다 구체적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지난 시간을 되짚어보면 그리 부산떨 정도는 아니다. 최근 몇 년간 3세 경영 전진배치에 따른 경영권 승계 전망은 이러한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지속됐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후계구도가 얼추 윤곽을 잡은 모양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의 그룹 내 오너십 강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건희 회장 특유의 '위기경영'이 이들 3세 경영에 어떻게 투영될지도 지켜볼 일이다. 사진은 좌측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프라임경제  
삼성그룹 후계구도에 있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의 그룹 내 오너십 강화가 예상된다. 사진은 좌측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프라임경제

이와 관련, 금산법에 따른 그룹 내 순환출자구조 변화와 뒤따를 이 부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 강화, 그리고 이 사장, 이 부사장 중심의 3남매 체제 사업분할이 정해진 수순으로 알려져왔다.

그룹은 삼성에버랜드(19.34%)→삼성생명(7.57%)→삼성전자(37.45%)→삼성카드(5%)→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에서 현재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5%까지 줄였다.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감안한다면 이 부회장에게 남은 가장 시급한 과제는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 지주사 내 오너가 지분이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보다 탄탄한 오너십을 구축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과정 중 하나다.

삼성SDS-삼성SNS의 합병과 글로벌 성장 가속화가 불러올 변화에 재계 호사가들이 바빠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가 최대주주인 삼성SDS를 발판삼아 전자 계열사와 금융 계열사를 지배할 가능성에 무게감이 더해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에 대해 8.81%의 지분을 보유하며 개인 최대주주에 위치했고, 이 사장과 이 부사장은 각각 4.18%의 지분을 확보 중이다. 또, 삼성에버랜드도 이부회장은 25.10%의 지분으로 최대주주에 올라 있고, 이 사장과 이 부사장은 각각 8.37%를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련의 과정을 두고 그룹 내 비상장사지만, 핵심인 두 회사의 덩치가 커지는 것은 곧 이 부회장의 자금력 확대와 직결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삼성SDS는 최근 삼성SNS와 각각 이사회를 열고 삼성SDS가 신주 교부 방식으로 삼성SNS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의했다. 삼성SDS는 이번 합병을 통해 양사가 보유한 전문역량을 결합, 급격한 ICT(정보통신기술)시장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사업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SDS는 삼성SNS가 보유한 통신인프라 설계 및 구축 역량을 활용, 스마트타운 사업의 글로벌 실행역량을 한 단계 끌어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SDS의 IT 인프라 운영 경험과 해외 거점 등을 기반으로, 삼성SNS가 추진해 온 무선통신망 구축사업을 운영, 서비스까지 확대해 글로벌 통신사업자 대상의 ICT서비스 사업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삼성전자와 삼성SDS 간 차세대 IT산업 분야에서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주요 포인트다.

◆3세 경영 오너십 강화 여전히 부담, 커뮤니케이션 중요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향한 삼성 내 경영권 승계구도는 어느 정도 윤곽을 잡은 듯하지만, 이 회장의 '위기경영'이 이들 3세에 어떻게 투영될지도 지켜봐야 한다.

이 회장이 '보다 젊은 삼성'을 강조하면서 그룹의 비전을 이끌어갈 젊고 혁신적인 인물을 중용하는 등 후계구도를 매년 강화해왔지만, 3세 경영이 어떻게 이어나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 부회장의 경우 대외적으로 뚜렷한 결과를 보이지 않았지만, 그간 핵심인 삼성전자에서 각 사업부문 수장들과 최대 영업이익을 이끄는 등 경영수업을 차근차근 밟아나가고 있다.

이 사장은 알려진 대로 '완벽형' 경영스타일을 가졌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해 호텔신라의 괄목할 성장을 주도했다. 삼성에버랜드 경영에 참여한 이후에는 각별한 관심을 갖고 경영전반에 참여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미국 파슨스디자인학교를 졸업, 이후 지난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해 2005년부터 제일모직 패션부문 기획을 담당하는 상무를 역임했다.

이 부사장의 경영스타일은 한 마디로 '현장형'이다. 이 부사장은 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의 위원일 만큼 패션 및 디자인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를 위시해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주도하는 등 '스킨십' 경영자로 유명하다.

다만 삼성은 여전히 미래 '먹거리' 개발을 고민 중이고, 이를 위한 오너십 강화가 요구되는 만큼 3세 경영이 짊어지고 갈 부담 또한 크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아 시장을 지켜 가게 된다. 지난 성공은 잊고 새로운 성장의 길을 개척하고, 도전해야 한다"며 신사업 개척과 인재육성을 강조한 이건희 회장.

3세 경영의 오너십 강화와 함께 이들 간 커뮤니케이션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은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