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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탐방 55] '공정여행'도 느낌있게… 트래블러스 맵

변형석 대표 "10년 안에 공정여행 당연시 될 것, 윤리적 여행 즐겨라"

김병호 기자 기자  2013.10.02 10: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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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2009년 여행사업을 시작한 '트래블러스 맵'은 사회적기업 중 여행부문 1호 케이스다. 이 기업은 독특하게 '여행에서 찾을 수 있는 공정함'이라는 가치를 강조한다.

흔히 하는 관광여행, 골프여행 등과 공정여행은 그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도 인간적 가치에서 특별하다. 쉽게 말해 모든 여행활동에 있어 여행하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여행지 그리고 여행지의 평번한 주민들까지 도움이 되는 여행을 일컫는다. '공정여행'이란 낯선 말이 처음 한국에서 회자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그것이 한국 여행 산업의 새로운 흐름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영등포 하자센터에 위치한 트래블러스 맵을 찾아 사람들이 왜 호응하는지, 그 배경을 들어봤다.

◆가치 더한 '윤리적 소비' 매칭

하자센터는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 즉 청소년 학습공간이다. 하자센터 본관 안에 위치한 트래블러스 맵. 변형섭 대표는 하자센터 대안학교 교사에서 공정여행을 위한 지금의 트래블러스 맵을 창업했다.

   국내 최초 여행부문 사회적 기업 1호인 트래블러스 맵은 그들만의 공정여행을 실천하며 목표를 향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사진은 변형섭 트래블러스 맵 대표. ⓒ 트래블러스 맵  
변형섭 트래블러스 맵 대표. ⓒ 트래블러스 맵
쇼핑에 바가지 씌우기 일쑤, 현지 문화를 즐기기는커녕 식당과 마사지샵 등을 전전하는 저가 패키지 투어, 심지어 성매매까지 알선하는 한국인 가이드까지 기존의 낡은 관광문화를 타파하자는 의견을 가진 이들이 어느 날 의기투합했다. 이렇게 속속 모여들어 지금의 트래블러스 맵을 만들었다.

초창기 티켓 발권, 수속 등 여행사업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이들이 뜻을 모아서인지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넘쳐나고 원하는 무엇인가를 한다는 열의에 힘든 줄도 모른 채 뛰었다고 변 대표는 회상했다.

그는 "대안학교 교사로 제직하면서 지역의 마을주민들과 연계된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며 "여행 산업이 부조리들을 탈피하고자 2009년에 마음 맞는 이들 7명과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금 트래블러스 맵의 직원은 40명, 처음 시작할 당시 여행분야 전문가들도 없는 상황에서 공정여행의 틀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트래블러스 맵은 일반적인 사회적기업들처럼 고용창출 등을 위해 기업을 영위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공정여행의 효과가 지역 안에서 지역민들을 살리고, 도움을 주는 것을 참 뜻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기업을 '지역사회공헌형' 사회적기업이라고 칭한다.

트래블러스 맵은 현재 노동부에서 지원을 받고, 정부정책이나 지원정책들과 호응해 가면서 상장사는 아니지만 경영공시를 하고 있다. 노동부에서 시작한 사회적기업 공시제도에 맞춰 기업의 기본적인 재무와 경영을 고객들과 공유하고 있는 것. 이러한 투명성은 간접적인 지원과 고객들의 '믿음'이라는 효과를 자연히 생성시킨다.

◆공정한 여행 추진하지만, 고객 만족 위한 업그레이드도 게을리 하지 않아

해외여행산업의 경우, 지역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 등에 대해 계속된 논의와 인증절차 등을 거쳐 실제 비지니스화된 제도를 마련하고, 지속적인 노력들을 실천하고 있다.

   지중해 여행학교의 프로그램중 하나인 안달루시아 아랍음악 코스다. ⓒ 트래블러스 맵  
지중해 여행학교의 프로그램중 하나인 안달루시아 아랍음악 코스다. ⓒ 트래블러스 맵
공정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현지에 공정한 숙소, 공정한 방식의 가이드, 공정한 식당 등 맞춤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이와 같은 특성만으로 기본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이상 사업 진행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변 대표는 공정여행의 차선책들을 찾아내고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전한다. "기본적인 인프라가 없으면 만들어야 됐고, 어느 일정 수준 이상 끌어올려야 상품성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트래블러스 맵은 상품을 발굴·개발하기 위해 회사 전체 전략 회의를 거쳐, 현지의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늘리고, 또 이들을 교육시켜 산업을 발전시키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팀별 활동을 강조하고 있으며, 팀별로 회의하고 상품을 개발하며 가이드까지 도맡아 진행한다. 업무를 진행하는 직원들도 틀에 박힌 업무에서 벗어나 티켓팅부터 현지 일정까지 책임을 지고 종합적인 관리를 하며 재미를 더한다. 이는 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상품이 기획될 수밖에 없으며, 일대 일은 아니더라도 좀 더 고객과 소통하는 여행을 만들어 가는 차별화된 트래블러스 맵의 장점이라 평가된다.

예를 들어, 올해로 네 번째로 운영되는 지중해여행학교는 아프리카와 유럽 문화를 골고루 접할 수 있는 모로코와 이슬람문화와 가톨릭문화를 함께 볼 수 있는 트래블러스 맵의 스페인일정이다. 어느 일반 여행사의 상품과 비교해도 매력이 뒤떨어지지 않는다.

1년에 단 한번, 상품으로 내놓는 트래블러스의 여행상품이라고 말하는 변 대표의 얼굴에서 자부심이 역력하다. 이 상품은 △스페인에서 라틴과 이슬람의 공존과 융합, 열정과 광기의 거룩함, 예술과 자연의 균형 △모로코의 사막, 태양, 바다, 나무. 자연으로부터 가져온 천 가지 예술품과 생활의 미학 등을 경험할 수 있다고 회사에선 자부하고 있다.

◆해외 체인 인프라 형성, 여행의 참 맛은?

강인영 트래블러스 맵 팀장은 "트래블러스 맵의 상품은 국내 50개, 해외 40여개 등을 위주로 팀별로 진행됩니다. 특히 만족도가 높은 곳은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 같은 커뮤니티 마을체험 등이며, 마을에서 사용되는 돈의 일부는 기금으로 적립되거나, 학교를 짓는데 사용되기도 합니다. 모로코와 스페인, 지중해 상품도 고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 여행부문 사회적 기업 1호인 트래블러스 맵은 그들만의 공정여행을 실천하며 목표를 향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사진은 지중해 여행학교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사막낙타의 모습이다. ⓒ 트래블러스 맵  
국내 최초 여행부문 사회적 기업 1호인 트래블러스 맵은 그들만의 공정여행을 실천하며 목표를 향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사진은 지중해 여행학교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사막낙타의 모습이다. ⓒ 트래블러스 맵
강 팀장은 "비용은 어찌 보면 타 단체 여행에 비해 비싸 보이지만, 이제는 여행객 스스로가 판단하고, 평가할 만큼 높은 수준을 가지고 있다"며 "한번 갔다 온 사람들은 이를 후회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변 대표는 "국내상황도 빠르게 바뀌어 10년 이내에 공정여행이 당연시 될 것"이라며 "빠른 변화를 위해선 대기업들의 자기 자정 노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유럽의 경우 여행사들이 도덕적 책무를 지키기 위한 선언이나 선서를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공정여행, 트래블러스 맵의 주 고객은 청소년들과 30대에서 40대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국내 관광과 해외관광 비중은 각각 40%와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트래블러스 맵의 올해 목표는 해외 파트너 사들을 다섯 개까지 늘리는 것이다. 변 대표는 "지난해 약 25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해는 45억원, 후년에는 100억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며 "아시아 기반 공정여행의 새로운 체인들을 만들고 그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행문화의 공정문화형성을 위한 트래블러스 맵의 향후를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