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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보호 깃발 뒤의 셈법 '은행권 新KPI 바람'

고객만족 없인 수익도 어려워…이탈방지 장기비젼

임혜현 기자 기자  2013.10.02 08: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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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은행들이 고객 만족 어젠다에 눈길을 주고 있다. 그간 수익성 높이기 차원에서의 비이자수익 극대화 바람을 일으켰던 상황과는 결을 달리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일정한 자기 반성도 동반하고 있어 더 관심을 모은다. 이번 소비자보호 강화 국면이 근시안적인 경쟁과 수익 굴레에서 벗어나 한층 진일보한 전략 모델로 떠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4분기 조회사에서 하나은행 "KPI 손보겠다"…4대 주요은행들 소비자보호 대열에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1일 임직원 성과평가체계(KPI)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김 행장은 4·4분기 조회사를 통해 "고객 중심의 자율경영 강화를 위해 내년도 KPI를 개선할 것"이라며 "항목을 단순화하고 영업별로 점주권 특성에 맞는 전략을 수립해 실행할 수 있도록 평가지표를 선택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기업영업그룹과 리테일영업그룹간 교류·협업을 통해 기업점포는 거래기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개인거래를 활성화하고, 가계점포는 외환거래를 포함한 기업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은 하나은행 역시 주요 시중은행들의 소비자보호 강화 트렌드에 적극적인 동참을 선언한 것으로 읽힌다. 다만 하나은행의 경우 고객의 만족도와 함께 교차영업력 강화라는 점에도 주력해 이번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 이는 하나금융그룹의 외환은행 인수로 기업금융 저변 확대라는 문제가 그룹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해결되면서 하나은행으로서는 현재의 역량을 높이는 쪽에 주력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소비자보호본부를 신설한 바 있다. 아울러 은행원들의 KPI에 '소비자보호지수'를 추가하고 금년 4월엔 금융소비자 중심 헌장 선포식을 개최하는 등 이 문제를 발빠르게 손본 바 있다.

국민은행 역시 이건호 행장 등장 이후 KPI의 개편 검토를 통해 소비자보호 강화에 주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단기적 이익 도모 위주로 짜여져 있는 KPI를 개편함으로써, 비이자수익을 내기 위한 무리한 상품 권유 등 잘못된 영업 관행에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참금융'을 캐치프레이즈로 걸고 있는 우리은행도 민원 담당 독립부서인 '금융소비자보호센터'를 수석부행장 직속으로 설치, 운영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소비자보호와 만족의 기치를 높이 들고 있지만, 사실 다른 계산도 깔고 있는 일석이조 노림수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좌로부터 신한, 하나, 우리, 국민은행 각 본점 전경. ⓒ 프라임경제  
주요 시중은행들이 소비자보호와 만족의 기치를 높이 들고 있지만, 사실 다른 계산도 깔고 있는 일석이조 노림수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좌로부터 신한, 하나, 우리, 국민은행 각 본점 전경. ⓒ 프라임경제

고객 늘리기만으로는 한계…이탈방지 플랜으로 초점 이동

이 같은 흐름은 은행들이 이미 벌여 온 고객 늘리기 경쟁이 한계에 부딪히고 지나친 영업 시도가 염증을 불러오고 있다는 반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무리한 영업 추진이 독이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소비자보호로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참금융을 내세우고 신한은행이 KPI 관련지표 수정을 단행하는 등 변화 바람이 거세다. 사진은 우리은행의 창구 상담 장면. ⓒ 우리은행  
무리한 영업 추진이 독이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소비자보호로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참금융을 내세우고 신한은행이 KPI 관련지표 수정을 단행하는 등 변화 바람이 거세다. 사진은 우리은행의 창구 상담 장면. ⓒ 우리은행
이제는 저성장이 일시적인 고비가 아니라 일상이자 새 기준점(뉴노멀)이 된 상황인 만큼, 성장 기대치를 낮추는 등 변신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 변화 물결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9월30일 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국의 금융산업 위기, 과연 현실화되나?' 세미나에서 구본성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제 성장에 대한 기대보다는 현실적인 환경 속에서 효율적인 수익구조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승연 명지대 교수 역시 "이제 금융기관은 소비자보호를 고민하면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강화해야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고객 늘리기 시도보다는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복합적 영업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셈법으로 귀결된다. 은행권이 이미 지역별·고객별 수익, 고객분포 등을 분석하고 각 지역의 지점을 특화하는 전략을 세우는 등 영업망을 손보는 시도를 한 바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소비자보호는 이 같은 하드웨어 정비에 비정형적 요인인 만족도를 보충하는 후속조치로 뒤따르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