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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당국 책임론'부터' 외워서야 되겠나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9.30 15: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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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동양·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 등 동양그룹 3개사의 법정관리 신청이 경제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될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른바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문제, 즉 이 같은 위험을 사전에 막지 못한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금융권 내외에서는 동양그룹이 지난 2010년 주채무계열 대상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은행의 관리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출발하며 그 이후의 파생 결과물들이 사태의 핵심을 이룬다고 보고 있다.

현재 금융기관의 신용공여 잔액이 금융기관 전체 신용공여 잔액 대비 0.1% 이상인 계열기업군(소속기업체 포함)은 주채무계열로 선정돼 금융권의 관리를 받고 있다. 주채무계열 대상으로 선정되면 주채권 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는 등 금융권이 재무구조 개선을 유도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도 금융권을 통해 해당 계열의 기업 차입 상황을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동양이나 현대 등 일부 그룹은 이 기준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사각지대에서 문제가 터지자, 뒤늦게 당국이 일을 어떻게 하느냐는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관치 금융 논란이 종종 나올 정도로 여러 이슈마다 매번 영향력을 과시해 온 당국이 이번에는 문제의 소지를 비켜나갔다며 비판하고 있다. 문제가 있다면 고쳐야 하고, 당국이 늘 감시의 눈을 번득이는 걸 게을리하지 않다가 적시에 예방책 마련 등 조치를 취하는 게 일이긴 하겠으나, 다만 문제가 터질 때마다 "당국이 문제다"라며 당국 책임론을 '가장 먼저' 들고 나오는 것은 초점에서 빗나간 일이라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지난 4월 신용등급이 낮은 계열사가 발행한 유가증권 인수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금융투자업 규정이 개정됐고 이는 조만간 시행될 예정이다. 여기에 처리가 늦다는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 경우 '어떤 공공적 목적 하에'라는 미명으로 구상을 마치자마자 당장 시행했다면, 그건 그것대로 옳은 일이었을까 궁금하다. 당국의 조치가 '사후 약방문'식이 되는 부분도 없지 않으나, 행정에는 일의 순서와 처리 과정이라는 게 있다. 일부 그룹 행태에서 보듯, 감독의 그물망을 피해 나가려고 보호막을 벗어던지고 넓은 광야로 뛰쳐나가는 경우에 가장 1차적인 책임은 해당 기업이 진다고 할 것이다.

동양의 경우도 동양증권에서 기관경고 등 지적을 받은 바 있는 점을 기억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이런 것도 특정금전신탁 문제를 통한 CP 논란으로, 이번 일이 불거지기 전에 이미 이를 보고 타산지석으로 삼아 다음 수순으로 넘어갈지를 생각해 본 투자자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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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이 감독을 하고 제도를 수정해 나간다고 해도, 일정한 '시간차'는 있다. 아무 때나 큰 폭으로 규정을 마음대로 고치라는 식으로 무소불위의 권한을 열어줄 수는 없지 않은가. 이는 특정인이나 특정한 기업을 노린 그야말로 '관치'라 하기 적당할 모호한 금융감독이 될 수밖에 없다. 

'기동성'과 '무원칙한 폭주' 사이에서 어느 정도까지 당국의 보폭을 정해 허용해 줄지는 중요한 문제다. 우리는 관치를 가장 싫어한다면서도 그런 관치를 어쩌면 신봉하고 있고 그래서 매번 가장 먼저 주문처럼 당국 책임론을 외우며 모든 비판과 분석을 시작하는 건 아닐까. 1차적으로 책임 소재는 해당 기업에 있으며, 투자를 할 때엔 소비자가 일단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번 동양 사태는 극명히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