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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2.0 탐방 21] 파스텔톤 단청 보셨나요? '문화알리미 오색'

단청 기능인들 재능 모아 현대적 감각 새 디자인 이슈화 노림수

임혜현·정수지 기자 기자  2013.09.30 12: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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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동을 통한 단청 전문가들의 삶의 질 향상과 전통의 재해석 및 재창조를 추진하는 협동조합이 결성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진은 협동조합 '문화알리미 오색'에서 작업한 여주 세종문. ⓒ 문화알리미 오색  
협동을 통한 단청 전문가들의 삶의 질 향상과 전통의 재해석 및 재창조를 추진하는 협동조합이 결성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진은 협동조합 '문화알리미 오색'에서 작업한 여주 세종문. ⓒ 문화알리미 오색
[프라임경제] 청색·적색·황색·백색·흑색 등 다섯 가지 색을 기본으로 사용하여 건축물에 여러 가지 무늬와 그림을 그려 아름답고 장엄하게 장식하는 '단청'. 하지만 나무기둥과 기와로 짓는 전통적 건축 방식이 주류에서 밀려나면서 단청의 영역은 전통 건축물로 한정되어 온 게 사실이다.

일반인들로서는 고궁이나 절에 가지 않는 한 단청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전통의 미적 감각이 응축돼 온 단청은 한국 고유의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연구와 활용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이런 점에 관심을 갖자는 취지에서 2013년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단청을 연구하는 협동조합이 출범했다.

경기도 하남시에 둥지를 튼 '문화알리미 오색(이하 오색)'은 단청에 대한 열정과 기술을 가진 이들이 모인 곳일 뿐만 아니라 단청 기능을 모르지만 뜻을 함께 하는 이들이 어우러진, 그러면서도 단순히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 같은 분위기이고 싶지는 않다는 '협동조합'의 취지를 가장 잘 활용한 조직을 이루고 있다.

전통적 단청부터 현대적 파스텔톤 디자인 단청까지

  서울 강동구 참여예산한마당 당시 조합에 대해 알리고 구민들에게 단청 꾸미기 기회를 제공했다. ⓒ 문화알리미 오색  
서울 강동구 참여예산한마당 당시 조합에 대해 알리고 구민들에게 단청 꾸미기 기회를 제공했다. ⓒ 문화알리미 오색

  오색은 초등학교 체험학습 등의 기회를 통해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전통이란 낯설지 않은 것임을 깨우치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 문화알리미 오색  
오색은 초등학교 체험학습 등의 기회를 통해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전통이란 낯설지 않은 것임을 깨우치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 문화알리미 오색

오색이라는 조직체로 함께 한 역사는 짧지만, 구성원들의 실력과 연대감은 탄탄하다. 조합의 대표인 이주형 이사장은 단청 관련 경력만 20여년을 헤아린다.

원래 전통 단청과는 거리가 다소 있는 건축 전공 출신이지만 친구와 함께 전통 미술을 배우면서 천직을 찾은 보기 드문 케이스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고히 구축한 데다, 후학을 양성하는 등 단청과 함께 반평생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강원도 평창의 정자 단청을 작업한 모습. ⓒ 문화알리미 오색  
강원도 평창의 정자 단청을 작업한 모습. ⓒ 문화알리미 오색

이런 이 대표가 요즘 들어 부쩍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이 후배 단청인들의 삶에 있어 질적 향상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단청 시스템은 작업을 수주하는 업체에서 단청 기능인들을 불러 작업을 맡기되 급여는 일당으로 계산하는 말 그대로 일용직 시스템이 관행인데 단청에만 전념하기가 매우 취약한 구조로 오색은 이를 개선, 공동분배를 통해 이윤이 고르게 배분이 되도록 하자는 시스템을 정관으로 명시했다. 

마침 '문화 한류'가 차츰 영역을 확장하고 한국 고유의 미에 대한 관심이 깊어짐에 따라 단청업계도 혁신을 가미해 보자고 관계된 주변 인사들을 설득한 것도 오늘날 오색의 태동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오색에서는 전통 단청 뿐만 아니라 현대적 감각으로 단청을 재해석, 창조해 내는 일에도 모두 하나같이 열심이다. 이런 오색의 취지와 전통 단청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전국 각지의 고객들은 그래서 오색을 별도로 지정, 작업을 맡길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서 내노라하는 전통 건축물 중 오색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건물이 없을 정도라는 표현이 전혀 과하지 않을만큼 열거하는 작업을 들어보니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다.

   청소년수련관 내부를 새로운 감각의 파스텔톤 단청으로 꾸민 모습. ⓒ 문화알리미 오색  
청소년수련관 내부를 새로운 감각의 파스텔톤 단청으로 꾸민 모습. ⓒ 문화알리미 오색
그렇다고 새로운 시도에 있어서도 전혀 인색하지도 않다. 파스텔톤 단청을 본 적이 있는가? 대표적으로 오색은 경기도 하남시 박물관 계단에 만다라(불교의 그림으로 우주의 진리를 나타냄)를 차용, 색을 연하게 적용한 단청을 선보여 큰 관심을 끈 바 있다.

이 대표는 "단청이 우리 고유의 디자인과 색채 감각을 반영한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현대인의 느낌과 현대 건축과의 마리아쥬(전반적인 조화 감각)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오랜 세월 충분한 검토를 했다"고 밝혔다. 오색은 이에 따라 단청 고유의 강한 색채를 덜어내고 현대인에게 익숙한 파스텔톤을 사용하고 전통 문양도 일부 변형해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현대 건축과의 '어울림' 가능성에 어느정도 확신을 얻었다. 

이 같은 컨셉트를 잘 적용된 곳이 박물관, 청소년수련관 등이며, 충북 청주의  한 병원(치과)도 이같은 현대적 단청 스타일을 인테리어에 활용하여 고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등, 건물의 크기와 성격에 구애받지 않고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미 입증됐다.
   천장에 파스텔톤의 단청 문양 장식을 넣어 벽에 전통적인 느낌의 그림과 잘 어울리도록 꾸몄다. ⓒ 문화알리미 오색  
천장에 파스텔톤의 단청 문양 장식을 넣어 벽에 전통적인 느낌의 그림과 잘 어울리도록 꾸몄다. ⓒ 문화알리미 오색

나아가, 경주 농산물판매센터처럼 매우 비중있고 시민들의 눈길을 끌 만한 중,대형 수주로 연결된 것도 오색이 전통과 현대적 영역을 고루 아우르는데 있어 어느정도 성공했다는 평가가 가능하게 했다.
   신축 회관 내부 인테리어를 파스텔톤 단청으로 꾸며 새로운 감각을 선보인 실제 사례. ⓒ  문화알리미 오색  
신축 회관 내부 인테리어를 파스텔톤 단청으로 꾸며 새로운 감각을 선보인 실제 사례. ⓒ 문화알리미 오색
   같은 듯 다른 듯, 전통적인 단청(여주 세종문)과 기둥에 현대적 느낌의 단청 문양을 활용한 모습(신축회관 모습). 문화알리미 오색에서는 단청의 전통을 연구하는 한편, 신패러다임 개척에도 나서고 있다.  ⓒ 문화알리미 오색  
같은 듯 다른 듯, 전통적인 단청(여주 세종문)과 기둥에 현대적 느낌의 단청 문양을 활용한 모습(신축회관 모습). 문화알리미 오색에서는 단청의 전통을 연구하는 한편, 신패러다임 개척에도 나서고 있다. ⓒ 문화알리미 오색

체험 저변 넓히고 디자인등록 추진에 컴퓨터 활용 'DB 구축화'에 선두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의 외국인 원어민 교사들의 체험학습 진행 현장.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 체험을 즐겁게 진행하고 있다. ⓒ 문화알리미 오색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의 외국인 원어민 교사들의 체험학습 진행 현장.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 체험을 즐겁게 진행하고 있다. ⓒ 문화알리미 오색

취재 와중에 오색만의 장점이 무엇인지 물으니 "협동조합이라는 점이 주는 여유"라는 답이 돌아왔다. 기업(사회적기업 포함)의 틀을 택했다면 어떤 형식으로든 수익을 늘상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텐데, 단체의 구성원들과 협력, 의논해 결정하면서도 일의 많고 적음의 오르내림에 일희일비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조합원의 절반이 기능사 등 관련 인력이라 상업적인 기술이나 재주는 없지만 나머지 절반은 영업이나 컴퓨터 등에 재능이 있는 이들이 많아 일손을 따로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일러스트, 포토샵, 3D MAX 등 그래픽 프로그램을 동원해 단청을 미리 입혀 보는 가상 작업을 통해 심미안과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이 대표의 말은 그래서 더 설득력을 갖는다.

  서울 강동구 소재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의 외국인 원어민 교사들의 체험학습 진행 현장. 외국인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행사 기회를 제공, 좋은 반응을 얻었다. ⓒ 문화알리미 오색  
서울 강동구 소재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의 외국인 원어민 교사들의 체험학습 진행 현장. 외국인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행사 기회를 제공, 좋은 반응을 얻었다. ⓒ 문화알리미 오색

 

  오색 관계자가 외국인들에게 단청의 아름다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원어민 근무자 체험교육 현장). ⓒ 문화알리미 오색  
오색 관계자가 외국인들에게 단청의 아름다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원어민 근무자 체험교육 현장). ⓒ 문화알리미 오색

이런 분위기는 오색이 일반인들에게 단청을 알리는 체험행사와 교육 등에 있어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행사를 치를 수 있는 경쟁력까지 확보하는데 크게 일조했다. 실제로 경기도 광명시 소하초등학교 체험학습과 강동구 국제영어대학교대학원 외국인 원어민 교사 단청 체험도 이런 개념이 적용되어 성공적으로 치르게 되었다.

특히 학교 관계자는 처음에 전문 단청회사에 교육 의뢰를 문의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비용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고 한다. 이에 비해 "반대로 오색은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의 저렴한 비용을 제시하였다"고 반색을 표했다고 오색측은 전했다.
   이주형 오색 대표는 컴퓨터를 접목한 각종 DB화 등 새로운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프라임경제  
이주형 오색 대표는 컴퓨터를 접목한 각종 DB화 등 새로운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프라임경제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외국인들에게 우리 문화를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서 원가 개념으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즉, 단청 저변 확대라는 기본 이념을 밑 바탕에 깔고 있었다는 얘기로 이후 오색의 행보가 무척이나 기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 대표는 체험학습 등을 통해 일반인을 상대하며 감각을 단련하는 것은 단청을 건축에 연계해 묶지 않고 일반디자인으로까지 끌어내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의 일환임을 언급하며 단청의 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디자인 소재로 확장하겠다는 의미있는 시도를 진행할 것임도 밝혔다.

특허청에 디자인 의장등록 신청을 하고 디자인 벽지등에 단청 패턴을 연구, 적용하는 등의 작업은 그래서 괘를 같이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앞으로의 오색의 여정이 기대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잘 어우러지는 단청의 신 패러다임을 여는 오색의 여정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