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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탐방 54] 박물관이 놀이터로? '놀이나무'

활동지 활용해 흥미 높이고 수학도 신개념 스토리텔링 전달

정태중 기자 기자  2013.09.30 09: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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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박물관은 역사적 유물이나 예술품 등을 수집·보존·진열하고 전시하여 학술 연구와 사회 교육에 기여할 목적으로 만든 시설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있어서 박물관이란 지루한 곳, 재미없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사회적기업 (주)놀이나무(이하 놀이나무)는 이런 박물관에 대한 인식을 깨고 박물관을 재미있는 놀이터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재미와 교육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놀이나무는 2001년 설립한 놀이교육연구소 '놀자아'라는 비영리 단체로부터 시작됐다. '놀며 자라는 아이들'의 줄임말인 놀자아는 어린 시절 아이들이 노는 시절을 보장받았으면 좋겠다는 부모님들의 놀이교육 정보 공유 커뮤니티에서 시작돼 2010년에 사회적기업으로 발전했다.

영국박물관 벤치마킹한 '활동지'

2003년 영국여행 당시 박물관을 찾은 이원영 당시 놀자아 대표(현 놀이나무 대표)는 종이를 들고 박물관을 즐겁게 둘러보고 있는 영국인 모녀를 발견했다. 호기심에 가까이 가서 봤더니 종이에 그려진 유물을 찾고 그림도 그리며 노는 것처럼 박물관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이 대표도 박물관 측으로부터 한 장의 종이를 받아들었다.

이 종이는 다양한 그림과 함께 박물관의 전시내용이 담겨있는 '활동지'였다. 이 대표는 활동지를 통해 딸과 함께 즐거운 박물관 견학을 경험하면서 큰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우리나라에도 박물관이 많고 박물관에 대해 공부하는 사람도 많은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경험을 못했을까' 생각한 이 대표는 귀국 후 놀자아 회원들에 박물관 활동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 또한 중앙박물관에 박물관 활동지에 관한 편지를 보냈다. 중앙박물관에서 승낙이 떨어지고 기획전시를 중심으로 활동지를 만들기로 결정됐다.

이후 가족들과 함께 활동지를 제작해 회원행사를 했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사에 참여했다. 반응도 좋아서 놀자아 회원들의 제안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박물관 활동지를 제작하게 되었다.

  놀이나무는 박물관 등 기존의 학습 아이템에 어린이들의 관심을 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원영 놀이나무 대표가 영국 방문 당시 영감을 얻어 제작한 '활동지'를 직접 아이들이 활용해 박물관을 마치 신나는 여행을 하는 것처럼 둘러보게 하고, 무공해 교육을 제공하는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놀이나무  
놀이나무는 박물관 등 기존의 학습 아이템에 어린이들의 관심을 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원영 놀이나무 대표가 영국 방문 당시 영감을 얻어 제작한 '활동지'를 직접 아이들이 활용해 박물관을 마치 신나는 여행을 하는 것처럼 둘러보게 하고, 무공해 교육을 제공하는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놀이나무

그렇게 시작된 박물관 체험학습 일이 커져 강사 분들이 생기고 교재도 필요하게 되자 이 대표는 기업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실행에 옮기게 됐다. 이렇게 탄생한 놀이나무는 2010년에 서울형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게 됐다.

활동지 활용하고 신개념 스토리텔링 수학으로 흥미 자극

이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의 교과정책은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 과학은 실험중심으로 사회도 체험중심으로, 그런데 정말 안 바뀐 게 수학이다"라며 "우리나라의 수학 성취도는 세계에서 1, 2위를 다툰다. 그러나 자신감이나 흥미는 하위권이다. 결과적으로 대학교 때부터 수학을 못하는 나라가 된 것이다"라고 말하며 스토리텔링 수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물관을 찾은 아이들이 질문에 즐겁게 답하고 있다. 박물관 활동지와 스토리텔링 수학 등 기존 학습지도와 다른 운영을 지향한다. ⓒ 놀이나무  
박물관을 찾은 아이들이 질문에 즐겁게 답하고 있다. 박물관 활동지와 스토리텔링 수학 등 기존 학습지도와 다른 운영을 지향한다. ⓒ 놀이나무

스토리텔링 수학이란 배우지 않은 것을 풀지 못하는 아이들, 흥미가 없는 아이들에게 체험을 통해 정답이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 수학의 기본 개념을 이해시켜 흥미와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을 말한다.

놀이나무에서 체험할 수 있는 '어라? 박물관에서 수학을?'은 놀이나무의 대표적인 스토리텔링 수학 체험 프로그램이다. 활동지를 통해 박물관에서 시작되는 스토리로 활동지에 따라 박물관에 있는 전시물들을 이용해 물건을 찾아다니면서 길이·넓이·부피 등의 개념을 배운다.

수학문제에서는 일정한 길이가 정해져서 문제가 나오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눈으로 봐서는 어떤 것이 더 긴지 모른다. 체험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들의 근거를 직접 만들어 내고 현실의 길이 속에 생겨나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개념을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디딜방아를 직접 사용해 보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 놀이나무  
디딜방아를 직접 사용해 보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 놀이나무

또한 박물관을 돌아다니면서 활동지에 말을 만들어서 넣도록 한다. 아이들은 활동지를 통해 자신만의 개념을 만들어낼 수 있고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만든 말을 보고 개념을 이해했는지 알아볼 수 있다.

아이들 위한 무공해 교육제공 추진

현재 놀이나무의 회원은 3000명 정도라고 한다. 놀이나무는 이런 부모님들의 호응에 보답하고 더욱 만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체험놀이 관련 제품을 개발하면서 동시에 '착한교육포털'을 만들자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체험놀이와 관련된 제품은 지역에 제한이 있는 체험학습과는 다르게 전국의 아이들이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더욱 많은 아이들이 박물관을 놀이터로 즐길 수 있도록 제품 개발에 힘을 쓰고 있다.

  이원영 놀이나무 대표는  
이원영 놀이나무 대표는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접해 조바심을 내지 말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길의 중심을 잡는 게 좋다"고 어린이 교육 관련 조언을 했다. ⓒ 프라임경제

'착한교육포털'은 아이들에게 무공해 음식을 먹이고 싶어하는 부모님들처럼 무공해 교육을 찾는 부모님들을 위한 교육 관련 포털이다. 무공해 교육을 찾는 부모님들을 위해 무료 강의도 열고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자는 계획이다. 부모 교육 커뮤니티로 시작했고 온라인 회원도 많아서 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자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부모님들에게 "실제로 할 수 있는 건 얼마 안 되는데 너무 많은 정보에 휩쓸려 불안감에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많다. 아이를 키우려면 정보를 너무 많이 보지 말고 그 눈을 아이들에게 돌리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길의 중심을 잘 잡는 것이 더 좋다"라고 당부하며 "부모님과 아이들의 유대 네트워크 사이에 '놀이나무'가 있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