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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운전 중 DMB 안 된다" 곶감과 뭐가 다를까?

나원재 기자 기자  2013.09.27 18:4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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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옛날 어느 마을에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났어요. 그 호랑이는 소를 잡아먹으려고 한 집에 들어갔는데 이 때 집 안에서는 아기의 울음소리가 크게 들렸죠. 엄마는 우는 아기에게 '귀신 온다', '호랑이가 온다'고 말했지만, 아이의 울음은 멈추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곶감을 주겠다'며 아이를 달래자, 아이는 금세 울음을 그치더래요. 호랑이는 '곶감이 나보다 더 무서운 것인가 보다'며 줄행랑을 치고 말았습니다."

모두가 다 아는 전래동화의 대략적인 줄거리라 새삼스럽지도 않겠지만 '성인을 위한 이솝우화' '전래동화 내용 비틀기'라는 최신 트렌드에 맞춰 각색해보면 이 내용은 무섭고도 위험한 이야기로 탈바꿈한다.

호랑이가 곶감의 실체를 알게 됐다고 내용을 바꿔보자. 호랑이는 본색을 드러낼 것이고, 이 집에 있는 소는 물론이거니와 엄마와 아기까지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은 자명하다.

내년부터 운전 중 DMB나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시청하다 적발되면 최고 7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는 '도로교통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통과됐다. 운전 중 DMB 등 영상을 켜거나 기기를 조작하다 적발되면 승합차는 7만원, 승용차는 6만원, 오토바이 등 이륜차는 4만원, 자전거는 3만원의 벌금을 각각 내게 된다. 벌점도 15점이나 부과된다.

여기에 동화 비틀기를 빗대보면 어떨까. 경찰청 등 정부에서 "운전 중 DMB나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시청하다 적발되면 벌금과 벌점이 부과된다"고 얘기했지만, 도로에서 언제든지 야성을 드러낼 가능성이 큰 운전자들이 실효성 없는 정책이란 걸 알게 된다면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운전 중 위법행위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을 전파하는 데 의의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를 제재할 구체적 방법이 명확치 않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으니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빨리 달리는 차량은 불가능하지만, 서행하거나 정체구간에서는 얼마든지 운전 중 단속을 진행할 수 있고, 육안으로 확인하면 단속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달리는 차량 내부에서 운전자가 영상을 시청하는지 내비게이션을 보는지 여부를 확인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내비게이션도 단순 조작인지, 영상 시청인지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영상시청에 대한 단속은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단속보다 운전자 스스로 조심하자는 경고성 의미가 더 크다"고 밝혔지만, 이미 실효성을 지적하는 운전자들의 마음이 얼마나 동할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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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 의식에 근거한 전체적 상황을 놓고 보면 보다 구체적인 방안이 절실하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지 않다. 면허정지·취소로 받게 되는 도로교통 안전교육의 내용이 보다 알차게 변하고 있다는 평가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이번 조치에 들어갈 재원이 관련 캠페인 등 홍보에 보다 더 집중된다면 좋은 결과에 대한 기대감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