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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닮은 듯 다른 주류업계 두 수장

'휴머니즘 영업의 신' 장인수 오비맥주 대표 vs '깔끔 엘리트'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

전지현 기자 기자  2013.09.27 16: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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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어제 부산엘 다녀왔습니다. 영업담당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납품처였는데, 상을 당했다는 겁니다. 일마치고 바로 와이프랑 같이 갔다가 새벽에 서울에 왔죠. 한번 맺은 인연은 소중하기 때문입니다."-장인수 오비맥주 대표

"전문경영인이기 때문에 경영성을 평가 기준인 주가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국내 주류시장에서 손꼽히는 것으로만 만족할 수 없습니다. 초반 시행착오로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저에겐 세계에서 손꼽히는 글로벌회사가 될 때까지라는 미션이 있습니다.”-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

국내 맥주 부문을 이끄는 두 수장은 닮은 것 같으면서도 확연히 구분된다. 주류업계에 평생 몸담은 채 수장으로서 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과, 술에 관한 전문성으로 전문경영인의 위치에 올랐다는 점은 두 인물의 유사점이다.

   장인수 오비맥주 사장(사진 좌측),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사진 우측). ⓒ 각사  
장인수 오비맥주 사장(사진 좌측),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사진 우측). ⓒ 각사
또 딸을 가진 아버지라는 공통분모 외에도 거칠게 목적만 말하기보다는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차근차근 설명하는 말투와 세심함도 닮았다.

지난 4월 홍콩에서 진행된 오비맥주 기자간담회 이후 사진첩 하나가 집으로 도착했다. 기자의 세세한 모습이 담긴 사진첩은 사람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는 인연의 중요성 강조하는 장대표의 지시로 남모르게 진행됐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직원들의 마음까지 배려하는 장대표의 세심함은 영업맨 시절부터 '영업신'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장 대표 취임 1주년을 맞기 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에는 반대로 직원들이 나서 몰래 케이크와 다과로 장 대표를 감동시킬 계획"이라고 말을 꺼냈던 사실이 떠올랐다.

국내 주류업계 양대 산맥을 이루는 두 수장은 모두 소주 명가 진로 출신이지만 겉모습부터 상반되는 경영스타일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살짝 벗겨진 하얀 머리에 묵직한 얼굴형을 가진 1955년생 장인수 오비맥주 대표는 동네 산신령을 연상시킬 만큼 푸근하지만 세심한 성격만큼이나 물샐틈없을 정도로 현장경영이 철저하다. 1980년 진로에 입사해 33년간 주류 영업만 해 오던 장 대표는 영업 최일선에서 진로 소주 참이슬의 성공을 이끌다가 2010년 1월 오비맥주로 스카우트됐다.

약속이 있을 때마다 한 시간 전에 미리 장소에 도착, 주변상권에서 소비자들이 어떤 맥주를 마시는가를 직접 연구하고 살피는 그는 '바닥 현장 영업'을 강조한다. 이 같은 진취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불도저식 경영방식을 인정한 오비맥주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작년 6월 장인수 영업총괄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이후 장 대표는 타고난 영업력에 '휴머니즘'을 접목시킨 마케팅으로 오비맥주의 변화를 이끌며 맥주시장 1위를 탈환한다.

이에 반해 1962년에 태어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190cm 가까운 장신에 자연스레 넘긴 올백 헤어스타일과 영국신사를 연상시키는 정장스타일로 '깔끔한 엘리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연세대학교 수학과 출신인 김 사장은 1989년 하이트맥주 입사 후 인사, 경영기획, 영업을 두루 거친 전문경영인으로 2009년 영업본부장을 맡아 지내오다 지난해 4월 사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드럼통에 술을 들이 부을 정도로 주량이 쎈 장 대표에 비해 주량이 약하지만 진취적 자신감과 관리총괄 사장 출신이라는 이력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김 사장은 기업의 먼 미래까지 내다보는 큰 그림으로 하이트진로의 '세계화'와 '그룹 중장기적 발전계획' 수립에 능하다.

현재 하이트진로 1주당 가격은 2만7800원. 최저점을 찍었던 지난해 8월 2만4000원 이후 지속적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김인규 대표는 지난 8월말 중국에서 있었던 간담회 자리에서 "국제무대에서 하이트진로 술이 인정받는 날이 올 때까지 박차를 가하겠다"고 장담한 바 있다.

이 같은 호언의 결과물 중 하나로 하이트진로는 이달 초 3년간의 연구 끝에 에일(Ale) 타입 맥주 '퀸즈에일'을 국내 최초로 내놨다. 오비맥주의 독주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국내에서 출시되지 않은 제품을 출시, 선제공격에 나선 것도 있지만 점차 소비자의 인기를 얻는 수입맥주와의 경쟁을 위한 맞불을 놓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에 앞서 하이트진로는 합병 2주년을 기해 수요공급망(SCM, Supply Chain Management)에도 혁신체제를 가동했다. 앞서 내부 프로세스를 질적 개선하고 시장회복에 나서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 2011년 9월 합병 이후 전사자원관리(ERP) 통합을 꾸준히 추진해왔던 터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갓 50세를 넘긴 젊은 수장이지만 입사 이후 줄 곳 기획업무를 담당했다"며 "그룹의 크고 작은 계획이 그의 손을 거치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만큼 먼 미래를 바라보는 장기전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