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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중독 해결' 정부 중심 사행산업구조 탈피 관건

사감위, 도박중독 예방치유 심포지엄…24시간 헬프라인 구축 포함 대처안 제시

최민지 기자 기자  2013.09.27 14:5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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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해하는 4대 중독 가운데 '도박중독'이 화두로 떠올랐다. 개인의 삶뿐 아니라 주변사람과 가족들까지 고통 받게 하는 도박중독. 이로 인해 발생한 사건·사고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온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간 '인천 모자 살인사건'은 도박빚에 따른 생활고 탓에 패륜을 저지른 사건으로 드러났다. 피의자 정모씨(29)는 카지노를 드나들며 도박빚을 지게 되자 자신의 친 어머니 재산을 노리고 형과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정씨의 도박빚은 8000만원에 이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나 26일 범행 공모혐의를 받고 있던 정씨의 아내 김모씨(29)가 목숨을 스스로 끊으며, 정씨의 가족은 도박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게 됐다.

이처럼 도박중독은 개인을 넘어 가족으로, 그리고 사회로 파장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도박문제를 개인 탓으로만 돌리는 사회분위기를 염려하며, 이를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런 점에서 26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이하 도박관리센터)에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 주최로 열린 '제7회 도박중독 예방치유 심포지엄'은 눈길을 끈다. 이번 심포지엄은 도박문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릴레이 심포지엄의 일환으로, 학계·언론·실무 법조인·도박문제 전문가들이 참여해 열띤 논의를 벌였다.
   사감위가 26일 '도박중독 예방치유 발전 방향'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1부 토론회에는 김광기 인제대학원대학교 교수와 이헌욱 법무법인 로텍 변호사, 장병호 내일신문 팀장을 중심으로 도박문제 관리 방안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 최민지 기자  
사감위가 '도박중독 예방치유 발전 방향'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1부 토론회에는 김광기 인제대학원대학교 교수와 이헌욱 법무법인 로텍 변호사, 장병호 내일신문 팀장을 중심으로 도박문제 관리 방안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 최민지 기자

◆문제핵심은 기금확보·국가발전사업으로 연결된 사행산업구조

현재 우리나라 사행산업은 정부관리 아래 강원랜드와 스포츠 토토, 온라인복권, 경정 등으로 확대돼 왔고 사행산업 총 매출 규모 역시 급증하고 있다.

법무법인 로텍은 우리나라 사행산업 총 매출 규모가 2000년도 6조2761억원에서 2012년 19조5443억으로 증가했다는 자료를 내놨다. 또한 지난해 사행산업으로 거둔 국세와 지방세는 2조3175억원, 사행산업 출연기금은 2조8329억원에 달한다.

이헌욱 로텍 변호사는 "정부가 사행산업을 합법화한 이유는 이를 불법화할 때보다 도박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라며 "합법이라고 말하려면 이용자가 합법도박장에서 망가지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상황은 그렇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장병호 내일신문 팀장은 "국가가 도박장을 벌이고, 국민에게 이득을 취하는 현실이 본질적 문제의 핵심"이라며 "도박문제를 해결하려면 도박장 개설행위에 정부가 손을 떼고 단계적 민영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도박폐해와 관련한 철저한 감독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동감의사를 내비친 김광기 인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국가와 지자체가 도박에서 나오는 돈에 중독돼 있다"며 "국가가 사행산업에서 나오는 자금을 좋은 사업으로 연결해 놓아 국민들이 쉽게 받아들이는 상황이기에, 사회적책임 프레임 안에서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들의 견해처럼 사행산업의 실질적 주체는 정부로서 기획재정부는 온라인복권(로또), 농림수산식품부는 마사회, 문화체육관광부는 경륜·경정을 관할하고 있다. 강원랜드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광해관리공단과 강원도개발공사 등 공공부문이 50% 이상 지분을 갖고 있다.

◆사감위 독립성 보장·도박관리센터 기능 강화

도박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감위와 도박관리센터의 독립성과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주를 이뤘다.

양수 가톨릭대학교 간호대학 교수 겸 경기센터 운영위원장은 "사감위는 사행산업체·정부기관·외부 압력단체로부터 어떠한 외압이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관리센터가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감위 권한에 대해 이헌욱 변호사는 "사감위는 소관부처 느낌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권한을 부여받아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현행 사감위법에 △사감위 상임위원 보임 △인·허가권 등 관리감독권의 일원화 △사행산업영향평가제도 △사행산업 종사자 면허제 등 실질적인 관리 감독권과 예산·인력 확보 등의 내용을 추가해야 사감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24시간 헬프라인·전문인력 양성과정 포함 구체안도

   2부 토론회에는 양수 가톨릭대학교 교수가 발제자로 나선 가운데, 권선중 침례신학대학교 교수·임인자 희망센터 센터장·이태호 한국채권연구원 이사가 토론자로 참가했다. = 최민지 기자  
2부 토론회에는 양수 가톨릭대학교 교수가 발제자로 나선 가운데 권선중 침례신학대학교 교수·임인자 희망센터 센터장·이태호 한국채권연구원 이사가 토론자로 참가했다. = 최민지 기자
심포지엄에서는 도박중독 치유와 예방, 사후 대처에 대한 구체안도 함께 제시돼 참가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임인자 희망센터 센터장은 도박중독자 80%가 심각하게 자살을 고려 중이고, 이 중 23%가 실제 자살을 한다는 조사결과를 언급하며 '24시간 헬프라인' 시스템 도입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24시간 헬프라인은 위기에 처한 도박중독자들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자살·청소년·성폭력·가정폭력 등과 관련한 사회문제의 경우 이미 도입돼 있어 도박중독에도 쉽게 적용 가능하다는 것. 또 임 센터장은 회복자와 회복자 가족을 치료인력으로 양성해 헬프라인에 투입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권선중 침례신학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도박중독 유관단체와 기관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문제 중 하나가 전문인력 양성임을 강조하며,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태호 한국채권연구원 이사는 "현재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규모나 조직, 인원예산이 전국적인 도박중독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며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실질적인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재원확보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운을 뗐다.

또한, 이 이사는 '범죄피해자보호 기금법'에서 벌금징수금액의 4% 이상을 기금으로 적립해 피해자를 지원하는 곳에 사용하도록 한 법적 규정을 예로 들며 "불법도박으로 압수되는 금액의 4% 이상이 도박관리센터로 투자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