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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현대제철 '숨 가빴던 60여년' 일관제철사업 대장정 마감

전후복구 사업으로 출발… 한해 조강생산능력 800만톤 확대, 철강사 유례없는 업적

전훈식 기자 기자  2013.09.27 09:4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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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철강 역사의 산증인 현대제철이 새로운 글로벌 철강산업의 미래를 개척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한국전쟁 폐허에서 국가경제를 일으켜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과 함께 탄생했다. 60여년간 '제철 한국'의 면면을 이어왔고, 최근 연산 12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현대제철은 이로 인해 자원순환형 생산구조라는 자동차그룹만의 독특한 순환체제를 구축했다. 글로벌 11위 규모 철강사로 우뚝 선 현대제철의 변천사를 살펴봤다.

철강은 '산업의 쌀'이라 불린다. 철강 생산능력이 증대되면 조선, 기계, 자동차 등 국가 기간산업의 성장이 견실해져 국가경쟁력도 강화되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 철강회사인 현대제철은 한국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던 1953년 6월10일 '대한중공업공사'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이후 여러 과정을 거쳤지만, 광양제철소 건설 참여를 꿈꿨던 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회사를 1978년 인수하면서 현대家에서 눈부신 성장을 계속했다.

전쟁 폐허 속에 버려진 유일한 자원인 고철(철스크랩)을 원자재 삼아 전쟁 후 복구작업에 필요한 건설자재를 생산·공급하며 국가 기간산업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던 현대제철은 이젠 글로벌 철강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고품질 철강 확보를 위한 고로사업 진출계획을 구체화하기 시작한 '일관제철소'도 지난 13일부로 대장정을 마치면서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전쟁 폐허에서 자라 국가기간산업 주춧돌 우뚝

현대제철은 지난 1953년 6월 설립돼 전쟁 직후 고철을 이용한 철강재 생산을 통해 전후 복구사업에 크게 기여하기 시작했다. 특히 1960년대와 1970년대를 거치면서 건설 중화학공업에 기초소재를 제공해 국가기간산업을 일으키는데 주춧돌 역할을 담당했다.

   전쟁 폐허 속에 버려진 고철을 원자재로 전후 복구 건설 자재를 생산·공급하던 현대제철이 어느덧 글로벌 철강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사진은 당진제철소.  Ⓒ 현대제철  
전쟁 폐허 속에 버려진 고철을 원자재로 전후 복구 건설 자재를 생산·공급하던 현대제철이 어느덧 글로벌 철강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사진은 당진제철소. Ⓒ 현대제철

또 지난 1982년에는 국내 처음으로 대형 구조물 골조(骨組)로 주로 사용되는 H형강을 생산하는 등 1980~1990년대에는 지하철, 아파트 건설 등에 철강재를 공급해 도시개발을 통한 국민의 삶 질적 향상에도 앞장섰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은 정몽구 회장은 90년대 후반부터 자동차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겸비한 자동차용 강판 공급의 절실함을 역설해 왔다. 완성차 및 부품 등 경쟁력이 철에 달려있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더군다나 2000년대에 들어와 현대·기아차가 '자동차 600만대 생산체제' 구축을 통해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만큼, 철강재를 단기적 시장가격으로 구매해야 하는 공급자 중심의 거래상황에서 시급히 벗어나야만 했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와의 경쟁과 차량 경량화를 통한 에너지 절감, 안전성 향상 등 시대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자동차용 강판의 고급화와 세분화가 필수과제였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이러한 배경 하에서 2000년 인천제철(現 현대제철 인천공장)과 강원산업(現 포항공장)을 합병하고 삼미특수상(現 비엔지스틸)을 인수했다. 이어 2004년에는 7년여 넘게 표류하던 한보철강(現 당진제철소)을 인수함으로써 현재 △인천 △포항 △당진 3개 지역에 생산체제를 구축해 글로벌 철강기업들과 견줄 만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특히 한보철강 인수로 현대제철(당시 INI스틸) 조강 생산규모는 연간 770만톤에서 1270만톤으로 늘어나 세계 15위의 철강사로 우뚝섰다. 2006년에는 현재 사명으로 변경하고 세계 초일류 종합 철강기업 도약을 선포했다.

◆정주영 회장 숙원, 고로사업 진출… 글로벌 경쟁력 강화 기여 

이처럼 현대제철의 한보철강 인수는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부도 후 7년 넘게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기업인 한보철강을 인수, 정상화해 국가 및 지역경제에 기여함은 물론 철강 수급불균형 해소에 큰 몫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현대제철의 3고로 화입(火入)은 향후 고품질의 철강 소재의 적기 공급을 의미하며, 이에 따라 국가 주력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3일 개최된 3고로 화입식. Ⓒ 현대제철  
현대제철의 3고로 화입(火入)은 향후 고품질의 철강 소재의 적기 공급을 의미하며, 이에 따라 국가 주력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3일 개최된 3고로 화입식. Ⓒ 현대제철
뿐만 아니라 조선·기계 등 국내 기간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이와 함께 현대·기아차와의 유기적 협력체제를 구축해 고로와 전기로의 효율적 활용을 통한 자동차용 강제의 가격 및 품질경쟁력도 확보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숙원인 '고로사업'에 진출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국가 경쟁력 강화와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했다. 공장 정상화를 진두지휘해 온 정몽구 회장이 고로사업 진출계획을 구체화해 당진에 연산 12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한 것이다.

정 회장은 지난 2006년 10월 열린 일관제철소 기공식에서 "일관제철소의 성공적인 건설로 대규모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를 통해 지역균형 발전을 도모함은 물론, 국민경제 성장과 소비자 권익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건설 취지를 밝혔다. 또 "일관제철소 건설은 한국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배가시킬 뿐만 아니라 조선·전자·자동차 등 국가 기간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현대제철은 성공적인 제철소 건설을 위해 2007년 12월, 200년이 넘는 철강 제조경험을 가진 독일 티센 크루프스틸과 제철 조업기술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2010년 1월, 드디어 현대제철은 일관제철소의 심장인 연산 400만톤 규모의 고로 1호기 건설을 계획보다 앞서 완료하고 역사적인 화입식을 진행했다. 세계 수준의 엔지니어링이 도입된 내용적 5250㎡, 최대 직경 17m, 높이 110m의 고로가 화입과 함께 생명의 약동을 시작함으로써 한국 경제에 새 희망의 불꽃을 피워 올리게 됐다.

고로 제1기의 시험생산을 성공적으로 마친 현대제철은 2010년 4월8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정 회장을 비롯한 각계 2500여명 내외빈이 참석한 가운데 충남 당진공장에서 역사적인 '일관제철소 준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아울러 현대제철은 그해 11월23일 제 2고로 화입식을 갖고 연산 8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 본격 가동을 대내외에 다시 한 번 선포했다.

현대제철은 2010년 한 해에 조강생산능력을 800만톤이나 확대하는 세계 철강사에 유례가 없는 업적을 달성하며 새로운 철강시대의 리더로 발돋움한 것이다.

◆7년간 9조8845억 투자…자동차 소재 전문제철소 대역사 마무리
 
"백 년 동안 꺼지지 않을 불을 지피니 감회가 새롭다. 제철산업이 기계 산업, 경제발전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많은 발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3고로 화입식 행사에 참석한 정몽구 회장. = 전훈식 기자  
3고로 화입식 행사에 참석한 정몽구 회장. = 전훈식 기자
지난 13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열린 3고로 화입식에서 정 회장은 이 같이 말하며 제철사업의 새로운 도전을 약속했다.

이날 진행된 현대제철 3고로 화입(火入)은 자동차소재 전문제철소 완성을 알리는 동시에 국내 기간산업이 새롭게 고동침을 선포했다. 안정적인 3고로 조업은 고품질의 철강 소재의 적기공급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건설·조선·기계·자동차 등 국가 주력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크게 향상시키면서 경기 침체로 고전하던 분위기마저 전환시킬 것으로 분석된다.

성공적으로 화입식을 마친 현대제철 3고로는 기존 1·2고로와 동일한 △내용적 5250㎥ △최대 직경 17m △높이 110m 규모에 연간 400만톤의 쇳물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다. 지난 2006년 10월 민간기업 최초로 일관제철소 건설에 나선 현대제철은 1·2고로 건설에 6조2300억원, 3고로 건설에 3조6545억원 등 7년간 총 9조8845억원을 투자하며 고로 3기를 갖춘 자동차소재 전문제철소의 대역사를 마무리한 것이다.

특히 현대제철은 3고로 가동으로 고로 부문 조강생산능력 1200만톤 체제를 갖추게 되면서 기존 전기로 부문 조강생산능력 1200만톤을 합쳐 총 2400만톤의 조강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비록 지난 2006년에는 31위에 그쳤지만, 일관제철사업을 시작한 2010년에는 조강생산능력 글로벌 20위로 상승했으며 3고로 가동으로 11위 규모의 글로벌 철강사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정 회장은 "일관제철소 공사기간이 7년이 됐고 고용창출 효과도 20만명을 넘어섰다"며 "제철 가공품의 품질 수준을 앞으로도 단계적으로 높여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자부했다.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가동은 해외 철강업체에 의존해 온 열연 강판 등 고급 철강재의 수입대체는 물론 △자동차산업 경쟁력 강화 △대규모 일자리 창출 △여타 연관 산업 발전 밑거름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고철을 원자재로 국가 기간산업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던 현대제철은 이번 제 3고로 완공과 함께 국가 경제가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할 수 있는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