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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승연 회장 배임사건이 남긴 아쉬움

정수지 기자 기자  2013.09.26 16: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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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위장계열사에 대한 부당 지원 등으로 회사에 수천억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로 1·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다시 항소심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대법원은 2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는데, 이번 판결 파기로 인해 앞으로 형량은 기존의 판결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한화 주변에서는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반적으로 이제 김 회장이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지만, 오랜 수감 생활 탓에 악화된 김 회장의 건강이 경영 복귀 시점의 변수로 꼽히고 있어 향후 총수 부재 장기화 국면시 한화그룹 경영 시나리오가 우려스러울 뿐이다.
 
대법원은 부실계열사 지원 등 행위가 그룹 전체의 구조조정 차원에서 필요했다며 '경영판단이론'을 적용해 달라는 김 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큰 틀에서 이 경영판단이론이 이번 사건에 적용되지 못한 점에 아쉬움을 느끼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김 회장의 경영상 판단에 대한 면죄부 제공 여부 대신, '기업인의 배임에 대한 중형 경향' 그 자체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일은 전체적인 그림으로 봤을 때 실보다 득이 크다는 점이 핵심일 것이다. 수천억원대의 부당 지원은 한화의 대주주와 그룹이 책임지고 부실자회사를 살려 협력업체의 연쇄부도를 막고, 금융회사의 부실이 늘어나는 것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이 사익을 편취하지 않은 것도 주목해야 한다.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자회사 지원을 통해 오너가 개인적으로 사익을 편취한 것이 명백해야 하는데, 김 회장의 경우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개인적 이익을 편취한 바 없고, 부실회사를 살리기 위한 구조조정이었다는 점은 대체로 하급심도 인정하는 것 같다. 
 
더욱이 배임이 되는가에 대해 세부 항목에 대해 각 심급별로 유죄와 무죄가 엎치락 뒤치락 뒤집히기도 했다.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한 이유도, 이처럼 명확치 않은 점들을 '교통정리'할 필요가 높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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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업의 미래가 걸린 회장의 신변 문제를 이처럼 명확하지 않는 잣대로 재서 중형을 선고할 수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이는 기업인들이 개인 이익을 위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전형적인 기업범죄에 철퇴를 내리는 것과는 조금 다른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