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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총력 진화에도 동양 '뱅크런' 계속되는 이유

과거 저축은행 사태로 신뢰 바닥…부도설에 불안감 증폭

이정하 기자 기자  2013.09.25 18: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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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동양그룹이 지난해 고강도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공급에 차질에 생기면서 설립 이래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다. 사면초가에 빠진 동양그룹은 계열사 지분 매각 등 특단의 조치 마련에 나섰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동양그룹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양파워 지분을 매각하는 등 고강도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 동양  
동양그룹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양파워 지분을 매각하는 등 고강도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 동양
동양증권의 고객 자금인출은 지난 23일을 기점으로 본격화됐다. 이날 자매그룹 오리온은 동양그룹에 자금을 지원할 의사가 없음을 공식화했으며 금융감독원은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동양증권 특별검사에 착수한다는 소식으로 악재를 더했다.

지난 사흘 동안만 살펴봐도 동양증권에서 빠져나간 금액은 4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중 즉시 인출이 가능한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자금 탈출이 특히 두드러졌다. CMA에서만 1조원을 웃도는 금액이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의 대규모 예금인출사태 이른바 '뱅크런'과 유사한 모양새를 보이자 금융당국은 투자자들에게 안전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믿음을 주기에는 다소 부족했는지 이날도 투자자들의 탈출은 계속됐다. 다만 이미 빠져나간 금액을 감안, 강도는 완화됐다.

25일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직접 나서 "동양증권에 대해 계속 모니터링 하고 있으며 동양그룹의 금융계열사는 상당히 분리돼 있어 고객 자산이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다"고 말했고, 최수현 금융감독원장도 "동양그룹과는 무관하게 동양증권, 동양생명 등의 고객자산은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거 저축은행 사태 이후 금융감독당국에 대한 신뢰가 금이 간 탓으로 투자자들의 불신은 여전히 팽배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한 투자자는 "동양증권 뱅크런이 계속되는 이유가 저축은행 사태 당시 뒤통수 맞은 기억 때문"이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 그룹 리스크 부각으로 부도설에 휘말린 게 된 점과 함께 웅진그룹, STX 사태를 지켜본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유선웅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차입금과 하반기 만기도래액에 대한 상환 자금 마련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국내 신용평가들은 지난 11일 동양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강등했고 감독 당국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 연구원은 "동양파워, 동양매직 등 추진 중인 계열사 매각과 정책금융기관의 지원 여부가 동양의 향후 방향의 키"라면서도 "유동성 리스크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