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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원자재 분석 국가대표 이석진 동양증권 연구위원

원자재 투자, '선택' 아닌 '필수'…"신흥국 스토리 끝나지 않았다"

이정하 기자 기자  2013.09.24 15: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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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원자재 시장은 주식, 채권과 같이 금융투자업계 주력 상품은 아니지만 대체 투자 상품으로써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침체가 계속되면서 원자재 시장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았고 향후 시장 전망도 밝다고 생각합니다. 유한성을 가진 원자재 가격이 장기적으로 오르는 건 당연한 이치 아니겠어요."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동양증권빌딩에서 이석진 수석연구위원을 만났다. 2009년부터 동양증권에서 원자재 시장을 담당하고 있는 그는 원자재 시장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높이 사며 투자자들에게 원자재 시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에 입사해 학부 시절 전공을 살려 중국 사업 진출과 관련된 일을 시작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그는 이후 미국 텍사스의 라이스대학에서 경영전문대학원(MBA)을 마치고 돌아와 애널리스트로 변신, 글로벌 전략 담당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후 원자재 가격 급등 등 관련 시장이 주목을 받게 되면서 그의 말마따나 '자의반타의반' 원자재 애널로 활동하게 됐다.

◆반대급부 떠오른 '원자재 시장'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증시는 침체를 겪었고 당시 각광을 받던 신흥대국인 중국, 브라질, 인도 등 브릭스(BRICs) 경기는 가라앉게 됐죠. 부동산시장도 장기침체에 들어서게 됐고요. 반대급부로 원자재 시장은 슈퍼사이클이라는 용어가 생겨날 정도로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원자재와 관련해 아직까지는 관심이 적으나 글로벌 투자라는 전체 그림에서 보면 매력적인 시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이 연구위원은 "신흥국 잠재 커피 수요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차 문화에서 커피 문화로 변신했던 미국처럼 중국도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정태중 인턴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위축으로 주식과 채권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쓴잔을 들이켜야 했으며 원자재 시장은 중국 경제 성장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특히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커지면서 금값은 큰 폭으로 뛰었다. 과거 전무했던 원자재 시장에 대한 관심은 이때부터 시작됐으면 담당 애널도 하나둘씩 늘었다.

5년째 원자재 시장을 연구하고 있는 그는 채권은 저금리 시대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있고 주식의 경우 저평가 논란에서 이미 벗어나 있어나 있기에 대안투자로 원자재 시장에 관심을 가지라고 투자자들에게 조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포트폴리오를 다양화를 위해 원자재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 연구위원은 원자재 투자와 관련, 인식의 변화를 주문했다. 원자재가 글로벌 자산과 괴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시장 흐름에서 보면 같은 맥락이라는 것을 살필 필요가 있다는 것.

"주식도 경기에 안 좋을 때 선방하는 경기방어주 등이 있듯 원자재 시장도 경기가 좋을 때 구리, 알루미늄, 산업금속 등이 급등세를 타고 반대의 경우는 금과 농산물이 상대적으로 선전하죠. 사실 가장 강력한 안전자산도 금이잖아요. 투자의 타이밍을 잡으면 원자재 시장도 기회는 있습니다."

◆"커피값, 싸도 너무 싸다"

원자재 시장 가운데서도 이 연구위원은 커피에 관심을 당부하며 가격 상승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원자재를 포함 주요자산 중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커피 가격은 금융위기 이후 저점에 가까운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에 그는 커피 가격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봤다.

그는 "2002년 장기강세장에 진입했던 커피 가격은 2011년을 기점으로 빠른 속도로 후퇴했다"며 그 원인은 △수급 불균형 △신흥국 경제성장 기대감 하락 △환율 등의 요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 연구위원은 "커피는 아직 선진국 시장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시장을 염두에 두면 향후 전망은 밝다"고 단언했다.

특히 그는 커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 출시가 의미 있는 타이밍에 접어들었다고 제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커피 가격은 지난 몇 년간 지속된 부진으로 인해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록한 저점과 멀리 않은 수준"이라며 "현 시점에 DLS를 가입한다면 금융위기 저점보다 30%는 더 떨어져야 원금손실 기준에 도달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그는 동양증권도 커피 가격을 기초자산을 한 DLS를 출시하도록 힘을 쓰고 있으며 이미 상당히 싸다는 점과 변동성이 낮다는 점에서 원금보존과 조기상환 가능성을 높이 점쳤다.

◆슈퍼사이클 종료? '뒷북일 뿐'

원자재 호황 이른바 슈퍼사이클의 종료 논란에 대해서는 이미 2년 전에 불거진 이슈로 한 마디로 '뒷북'이라고 평했다. 슈퍼사이클은 원자재 등 상품시장 가격 폭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원자재 슈퍼사이클은 금융위기로 인해 곤두박질치기도 했으나 2010년 기준으로 다시 치솟았다. 그러나 신흥국의 경기둔화와 함께 슈퍼사이클은 끝났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이 연구위원은 '원자재를 알면 글로벌 경제가 보인다'에서 원자재와 관련된 단순 사실에서 벗어나 원자재의 가격결정 요인들, 원자재 시장과 국내 산업사이클, 글로벌 경제와의 연관성을 폭넓게 설명했다. ⓒ 블로거 화면캡처  
그는 '원자재를 알면 글로벌 경제가 보인다'에서 원자재와 글로벌 경제 연관성을 설명했다. ⓒ 블로그 화면캡처

이 연구위원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슈퍼사이클 종료는 이미 2년에 제기됐던 주장으로 이제와 이런 논리를 다시 부각시키는 것은 의미 없다"며 "슈퍼사이클 종료 논란에도 시장은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슈퍼사이클 종료 논란에는 신흥국의 성장에 대한 의구심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친디아(중국·인도)가 미치는 세계 경제 기여는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어요. 다만 기대감이 낮아진 것이지, 신흥국의 역할이 끝났다고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에요."

그는 현재는 선진국 중심으로 성장 모멘텀이 옮겨간 시기라는 전문가에 견해에 대해 수긍하면서도 "1년 뒤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신흥국의 무게감이 수면위로 다시 떠오르게 되면서 슈퍼사이클은 아니더라도 미들사이클 정도는 오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신흥국 성장 스토리가 끝났다고 보는 것은 과장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달러강세를 지속되고 있지만 과거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달러 몰락론에 힘을 실리기도 했거든요. 원자재 시장에 대한 일반투자자의 관심이 필요한 때인 것 같아요. 향후 포트폴리오 구성 측면에서도 그렇고요. 지금부터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