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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아날로그의 추억, 공중전화

이보배 기자 기자  2013.09.24 14: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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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추억이 되버렸지만 공중전화는 아직도 우리 옆을 지키고 있다. = 이보배 기자  
이제는 추억이 되버렸지만 공중전화는 아직도 우리 옆을 지키고 있다. = 이보배 기자

[프라임경제] 거리를 걷다가 한눈에 쏙 들어오는 공중전화를 만났습니다. 휴대폰이 필수품이 되버린 요즘 공중전화는 투명물건 취급당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사진 속 저 공중전화는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세로로 길쭉한 공중전화가 더욱 대중화 되어있을 뿐 아니라. 카드 공중전화는 오랜만에 본 탓이겠지요. 특히 하늘색 공중전화 수화기에 칭칭 둘러진 청테이프는 정감을 더했습니다.

무인공중전화는 1962년 최초로 설치됐고, 1980년까지의 개발성장기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는데요. 공중전화의 최고 전성기(?)는 1990년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1990년대 초반 '삐삐'라고 불렸던 호출기, 다들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숫자를 암호화해 의사소통을 하고, 상대방이 남겨놓은 음성을 공중전화를 통해 듣곤 했었지요.

필자가 중학생이던 때 삐삐가 가장 널리 퍼졌었는데요. 쉬는 시간마다 녹음된 음성을 확인 하려고 교내 공중전화로 달려가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이후 디지털화는 매우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던 해 필자 손에는 이미 휴대폰이 들려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휴대폰이 대중화되면서 공중전화는 점점 설자리를 잃어갔습니다.

공중전화가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공중전화의 필요성이 크게 와 닿지는 않는데요. 하지만 공중전화는 없어지지 않고 여전히 우리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저조한 이용률에도 불구하고 공중전화가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공중전화가 '보편적 역무'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전기통신사업법에서 정의하는 보편적 역무란 모든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적절한 요금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전기통신 역무, 즉 간단히 말해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통신서비스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그 수가 적긴 하지만 아직까지 군인과 학생처럼 공중전화를 이용하는 수요가 존재하고, 긴급 상황시 공중전화를 비상 통신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공중전화의 유지비용에 있습니다. 공중전화를 유지하는데 1년에 500억원 가량의 관리비가 들어간다고 합니다. 하지만 공중전화의 저조한 이용률과 매출로는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관련법을 살펴보면 보편적 역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날 경우 전기통신사업자들에게 이를 충당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때 통신사업자들이 내는 돈을 '손실보전금'이라고 부릅니다.

최근 3년간 통신사들은 750억원에 달하는 손실보전금을 냈지만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중전화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화통신만 이용할 수 있었던 기존의 공중전화와 달리 다양한 기능을 추가시킨 공중전화가 바로 그것입니다.

교통카드로 통화비를 지불할 수 있는 공중전화가 생겼고, 공중전화 부스 한켠에 은행업무를 볼 수 있도록 ATM기계를 설치해 놓은 부스도 있습니다. 자동심장충격기를 설치해 응급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공중전화가 있는가 하면, 문자메세지, 위치정보 제공, 영상통화, 인터넷 등이 가능한 공중전화도 생겼답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긍정적인 결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공중전화가 대다수라는 데 있습니다. 사용자의 편의를 생각해 발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중전화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아, 현재 공중전화 요금은 시내통화 180초에 70원, 시외통화 43초에 70원, 이동전화 38초에 70원으로 2002년 이후 기본요금 70원을 지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