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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CP] 적극적으로 '지르던' 투자자, 손실부담 더 크다?

객관적 입증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 전례 등 반영 판결 눈길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9.24 11: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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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자매그룹 오리온이 자금 지원을 거부한 가운데, 동양그룹 계열사 기업어음(CP)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국이 그룹 오너가 책임지라고 통첩했지만, 동양쪽에서 이를 자체적으로 처리할 여력이 있는가에 회의적 시각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 이런 상황에 동양 CP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2001년 동양에서 분리한 오리온그룹은 지난해까지 지분관계는 모두 정리했지만 긴밀한 관계를 이어 왔다. 하지만 이번 자금 지원 거부로 각자도생을 위한 확실한 선긋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프라임경제  
2001년 동양에서 분리한 오리온그룹은 지난해까지 지분관계는 모두 정리했지만 긴밀한 관계를 이어 왔다. 하지만 이번 자금 지원 거부로 각자도생을 위한 확실한 선긋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프라임경제
지난달 말 기준으로 (주)동양, 동양레저 등 동양그룹 5개 계열사가 발행한 CP와 회사채는 모두 1조80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이 사들인 CP는 약 4900억원이다. 동양의 CP를 판매한 업체는 여러 곳 있지만, 기업쪽으로 영업한 것은 다른 금융기관들이었고 개인 판매는 동양증권 채널이 맡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결국 문제는 동양증권이 신용위험 등에 대한 투자 리스크에 대한 고지를 개인 고객(투자자)들에게 충분히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쪽으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즉, 불완전 판매를 했냐는 것이다.

문제는 동양그룹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우선 일반적으로 기업이 부도가 나거나 파산하면 은행 담보대출 등을 먼저 갚고, CP 투자자의 원금 회수는 뒷순위로 밀려난다는 게 상식이다. 동양그룹은 주채무계열 지정이 안 되어 있을 정도로 은행권 채무가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고 주로 회사채나 CP로 자금 조달을 해 왔는데, 어쨌든 CP 등 투자자들만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는 큰 틀에는 변함이 없다.

불완전 판매, 밝히기 어렵다는 게 문제

당국이 동양증권의 CP를 포함한 금융상품 판매, 관리 실태와 관련해 집중 점검에 나섰지만, CP에 투자된 개인의 종잣돈이 '원금 보전'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불완전 판매가 의심된다고 하더라도 판매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 더욱이 객관적인 증빙 자료가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불완전 판매를 입증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개인들이 온전히 피해를 구제받기는 쉽지 않은 이유다.

그간 형성돼 온 '일부 창구의 투자성향 표시 관행'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도입 직후, 투자자 보호조치 일환으로 투자자들의 위험 성향을 5등급(공격형ㆍ적극투자형ㆍ위험중립형ㆍ안정추구형ㆍ안정형)으로 분류하는 조치가 함께 선을 보였지만, 투자 성향에 대한 왜곡 기재 관행이 있어 과거부터 이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위험이 낮고 기대수익률도 낮은 상품에 가입하면서 투자 성향만은 공격적이라고 굳이 기업해 놓는 사례가 왜 일선 창구에서 형성됐냐면 나중에 확약서 제출 등 번거로운 경우가 생길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 이들은 자신의 성향과 무관하게 상품을 구매했다는 확인서를 썼기 때문에 향후 손실에 따른 손해를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문제를 따져볼 때 불리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선 판결 어떻게 나오나 보니…공격적 투자자에겐 불리?

LIG그룹의 사기성 CP 발행 논란에서, LIG건설 CP 판매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손실 중 20%만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는 등 '설사 불완전 판매라고 해도' 책임을 제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2012년, 합의부 사건)에서는 개인에 대한 위험성 설명 부실(불완전 판매 정황)을 인정하면서도 "A씨가 LIG 기업어음 투자 전 1년 동안 지속적으로 거액을 투자해온 점, 증권사가 A씨에게 여러 상품의 수익률과 신용등급을 비교해 알려준 점 등을 감안해 배상 책임을 손해액의 20%로 제한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아예 패소한 사례도 있다. 같은 서울중앙지법의 다른 재판부에서는(금년 8월 나온 판결) 개인에 대해 부실한 설명과 자료 교부가 있었기는 하나, 피해자가 법조 경력 30년 가량의 변호사로 금융 관련 전문성이 있다고 봤다.

더욱이 우리투자증권을 통해 투자한 주식·채권·기업어음이 34억원어치에 달할 정도로 투자경험이 풍부한 점 등 이력도 재판부는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계약 당시 자신의 투자성향을 '공격투자형'이라고 적은 투자정보 확인서에 서명한 점도 이 같은 원고 패소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한편, 안정적인 성향에 금융에 어두운 투자자가 제기한 사건에서는 금융기관의 불완전 판매의 책임을 크게 물은 경우도 있다. 상품 형태가 다소 다르긴 하나, 구조가 복잡한 초고위험도의 펀드에 대한 재판에서는 60대 주부가 금융에 어두운 점, 설명이 제대로 되지 않아 단기에 큰 돈을 이 상품에 넣은 점 등이 인정돼 손실의 70%까지로 물어줄 범위를 크게 결정한 예가 있다는 점도 참고할 만 하다.

결국 이번 동양 CP 사안은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종 회사채나 어음 등에는 높은 위험도가 붙는다는 점이 어느 정도까지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개인의 투자 상황에까지 비율을 정해 물을 것인가를 설정해 나가는 사회 공감대 형성의 한 장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