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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 벗은 제일모직' 실적·주가 부담도?

매각차익 1800억 투자역량 제고…삼성 내 전자소재 전문업체 이미지 부각

정금철 기자 기자  2013.09.24 11: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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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몇 년간 루머로만 시장에 떠돌던 제일모직의 패션브랜드 매각이 현실화하면서 실적리스크 해소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대다수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 역시 이번 이슈가 제일모직에 호재가 될 것으로 진단하며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있다.
 
갤럭시와 빈폴, 에잇세컨즈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제일모직(001300)은 23일 패션사업 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영업양도한다고 공시했다. 양도목적은 소재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재원 확보며 양도가액은 1조500억원이다. 오는 11월1일 임시 주주총회 결의에서 양도 여부를 최종 결정하며 이변이 없는 한 양도는 12월 1일 이뤄져 12월2일 삼성에버랜드로부터 영업양수 대금을 현금으로 지급받을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이슈가 업체 신성장동력 육성을 위한 불가피하면서도 합리적인 결정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캐시카우(수익창출원)인 소재사업과 시너지를 내기 힘들어 매각을 선택했다는 것.

   패션 부문을 매각하는 제일모직의 삼성그룹 내 전자소재 전문업체 발전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업계 및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프라임경제  
패션 부문을 매각하는 제일모직의 삼성그룹 내 전자소재 전문업체 발전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업계 및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프라임경제
1954년 설립 이래 1980년대까지 섬유방직 및 의류사업을 이어온 제일모직은 1990년대 화학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했고 2000년 이후에는 전자재료 사업까지 영역을 넓혀 성장세를 유지했다. 이런 가운데 패션 사업부문은 에잇세컨즈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이 과다해 하반기 적자지속이 우려됐었다.

이 업체의 2분기 말 기준 패션 사업부 장부가치는 8825억원으로, 3분기 말 870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매각에 따라 1800억원가량의 차익을 거둘 것으로 추산되며 이 정도 규모의 차익은 제일모직의 투자역량 제고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각 사업부문별 투자지출이 늘면서 제일모직의 차입금은 2010년 2810억원에서 올해 1조3000억원으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패션 부문의 2분기 기준 총자산은 1조7571억원, 총부채는 7272억원인 만큼 자산재정비에 따른 메리트를 가질 수 있게 됐다. 패션 부문은 작년 기준 매출비중 30%였지만, 이익비중은 20%대였고 더군다나 올 2분기 적자전환해 수익성 향상의 발목을 잡아왔다.

이에 대해 24일 이승철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번 매각은 단기 실적리스크를 없애는 동시에 매각대금이 설비투자·연구개발·인수합병 등 케미컬·부문의 사업 확대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주식투자 관점에서 단기적인 기업가치 변화보다는 삼성그룹의 소재 사업의 주축 회사로 성장할 장기적 청사진에 보다 무게를 두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1만원을 고수했다.

이 연구원처럼 이번 결정과 관련, 향후 성장모멘텀을 관측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호평 일색이다.
 
김양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 입장에서는 소재와 패션 부문 중 향후 성장동력을 결정해야 할 시점"이었다며 이번 이슈가 호재라고 단언했다. 향후 업체의 역량이 소재 사업에 집중될 수 있고, 양도가액도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는 매수, 11만5000원 유지다.

최지수 교보증권 연구원은 한발 더 나아가 투자의견 매수 유지는 물론 목표주가를 12만5000원으로 기존대비 8.7% 올려 잡았다. 패션 및 직물 부문 양도로 수익성 개선 및 성장기대감이 부각되고 소재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되며 수익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패션 부문 분리에 따른 단기적 변화를 찾기 힘들다는 하준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그룹 내 전자소재 전문업체라는 정체성을 갖게 됐다는 데 무게를 두며 목표주가를 12만7000원으로 상향했다.

한편 이 같은 호평에도 제일모직은 이날 오전 11시 현재 전일대비 1500원(1.58%) 내린 9만3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번 매각 건을 삼성가 후계경영 구도의 실행 전초 격으로 판단한 투자자들이 일단 상황을 지켜보면서 연말인사 이슈에 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