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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전쟁' 목전에서 한국만 후진하려나

금융 등 서비스업 중심 흐름에 안주, 설비투자 등도 소극적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9.23 11: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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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세계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제조업이 새 글로벌 경제전쟁의 화두가 될지 주목된다.  

지난 8월, 삼성경제연구소의 '저성장기의 경영전략' 보고서는 기업은 성장 복원을 막연히 기대하기보다는 저성장을 새로운 경제질서로 받아들이고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를 조명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을 정점으로 세계경제 성장률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는 추세다.

과거와 다른 불황, 관건은 제조업?

보고서는 지금의 저성장 기조는 지속기간, 규모와 변화의 심각성 등으로 볼 때 과거 불황기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경제 향배에 대한 전망은 다소 복잡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추석 연휴 직전(17일) 발표한 '한국경제에 대한 해외시각'을 살펴 보자.

노무라증권은 26개 신흥국의 구조적 경상수지와 지난 3년간의 경상수지 추이 등을 고려할 때 한국, 베트남, 헝가리, 필리핀 등 4개국만이 향후에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증가율이 커질 것으로 봤다. 노무라증권은 또 GDP 대비 외화표시 부채비율, 외화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 구조적 경상수지 규모 등을 기준으로 26개 신흥국들의 대외 충격에 대한 민감도를 분석, 한국이 8번째로 양호한 국가라고 평가했다.

반면 제조업 전망에 대해서는 우려 섞인 예상이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도이치은행은 "임금·에너지 가격 등 생산요소 비용이 상승할 경우 향후 제조업의 장기적 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제조업의 부활 시도 눈길?

이런 상황에서 우리와 경제 연관성이 큰 미국의 동향도 눈길을 끈다.

과거부터 미국의 경기가 좋아지면 한국의 제조업은 덕을 본다는 것이 상식으로 돼 있었으나, 글로벌 위기 이후 미국이 제조업 부활 노림수를 두는 게 아니냐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19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모토로라는 최근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4만여㎡(약 14만평) 넓이의 공장을 새로 지어 가동에 들어갔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은 2015년이면 중국의 생산 비용은 미국보다 고작 5%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이런 전망과 무관치 않은 미국 기업들의 대응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외적 동향에 우리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통계에 따르면 2012년 제조업의 설비투자 액수(명목)는 총 67조5070억원으로 2011년(68조8950억원)보다 1조3880억원(2.0%) 감소했다. 전체 업종 중 가장 비중이 큰 전기전자도 같은 기간 30조9440억원에서 30조7190억원으로 2250억원(0.7%) 줄었다. 이에 대해 "2010년 대규모 투자가 일어난 데 따른 기저효과"라는 설명도 있으나, 어쨌든 불충분하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제조업 대못 뽑아달라 주목할 때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는 국내 제조업체들은 통상임금 소송 등 노동 관련 이슈에 시달리고 있다. 아울러 중소기업 대출 역시 시중은행들이 SOHO 중심으로 쏠리는 등 한국경제와 금융이 '치킨집 경제' 중심의 서비스업 중심 경제로 흘러가고 있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16일 금융권 꺾기 관행 등을 지적하면서, "국내외 경기침체 따라 금융기관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실적쌓기 경쟁이 중소기업들에겐 손톱 밑 가시이자 높은 문턱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비정상의 정상화가 화두인데 이같이 불합리한 관행 하에서 창조경제는 요원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문제가 안갯속에서 좀처럼 빠져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글로벌경제의 위기가 길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서비스업 위주의 편한 산업 구조에 안주해 온 체질을 빨리 바꾸지 못하면 위기 극복이 요원하다는 점은 우려를 사고 있다. 중소기업 금융 지원과 투자 등이 뒤따르지 못하면 당국이 추진 중인 '중견기업 사다리 마련' 정책 등은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곳곳에 박혀 있는 제조업 등 중소기업 중흥을 막는 대못 제거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