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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톡] 광주·경남은행 인수전서 나타난 '은행권의 고민'

SOHO대출 한계 부딪혀…'탄탄한 조직 M&A'화두 재부상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9.23 09: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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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저수익시대 도래로 복지부동 행보에 들어갔던 은행권이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 국면의 한 페이지인 지방은행 매각에서 여러 금융그룹, 은행이 제 나름의 속셈을 드러내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의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 서류 접수를 23일 오후 5시에 마감한다. 경남은행 인수전에는 부산과 경북권을 대표하는 주자들이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BS금융지주, DGB금융지주가 나선다. 여기에 IBK기업은행이 최근 출사표를 던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지역 상공인을 중심으로 한 경남은행 인수추진위원회 등도 참여 할 것으로 관측된다. 경남은행의 인수가는 1조2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광주은행은 JB금융지주에서 나서고, 경남은행 인수전의 연장선상에서 DGB금융지주, BS금융지주가 또 다른 전선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 상공회의소가 중심이 된 광주·전남 상공인연합 등이 예비 입찰 서류를 접수할 것으로도 알려진 상황이다.

여기에 신한금융그룹이 참여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때 하나금융그룹 참여 여부도 관심을 모았으나, 이번 인수전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경남은행의 인수가는 1조2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 광주은행의 인수가는 1조1000억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인수전에 유력 금융그룹들까지 가세, 단순한 페이스 메이커 이상?

이미 언급했듯 기업은행의 돌발 행보는 물론이고, 신한과 하나의 인수전 참여 여부까지도 거론되는 등 지방은행들의 매각 국면이 주요 금융시장 이슈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이번 국면에서 여러 주자들이 떠오른 점은 우리금융 민영화의 흥행 여부라는 점 자체에서도 중요핟지만, 이를 계기로 각 금융기업들의 고민과 해법 구상을 일정 부분 엿볼 수 있다는 부분에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선 기업은행의 경우 기업금융에서 내실있는 경남은행을 통해 뻗어나갈 것을 한 방편으로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내놓은 우리금융 처리 국면에서 기업은행이 나선다는 점을 놓고 민영화 진행 취지 희석 우려가 존재한다. 또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른바 페이스 메이커 역할 해석론도 존재한다. 다만 기업은행이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상황의 돌파를 위해 '실탄을 푸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진지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가계금융보다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도록 해야 한다는 당국의 방향 설정에 대해, 기업은행이 돌파구와 장기 성장 동력 마련과 유지에 고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입길에 올랐던 하나금융 역시 결국 빠지는 것으로 결론지어졌지만, 외환은행 인수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이미 본격적으로 불을 지폈던 전력이 있다. 신한의 경우도 주요 M&A의 국면마다 늘 거론되고 있는데, 이는 이제 조흥과 LG카드 등 과거 진행한 여러 인수 상황의 '소화'가 끝났으니,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모색해야 하지 않느냐는 시선이 따라다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은행권이 우리금융그룹 산하 지방은행 매각 국면에서 저수익시대를 헤쳐갈 성장동력 마련에 고심하고 있으며 그 해법으로 상당히 전투적인 준비 작업을 검토하고 있음이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상단 왼쪽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국민은행-기업은행-외환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신한은행 등 유력 시중은행들의 본점 전경. ⓒ 프라임경제  
은행권이 우리금융그룹 산하 지방은행 매각 국면에서 저수익시대를 헤쳐갈 성장동력 마련에 고심하고 있으며 그 해법으로 상당히 전투적인 준비 작업을 검토하고 있음이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상단 왼쪽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국민은행-기업은행-외환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신한은행 등 유력 시중은행들의 본점 전경. ⓒ 프라임경제

은행권이 현재 안고 있는 고민을 이해하기 위해, 우선 지난해 말 상황부터 살펴보자.

국민은행은 4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중소기업대출 규모가 전년대비 3.0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소호쪽 대출에 집중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여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국민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경기침체 등으로 이미 나빠진 상태여서 '리스크 관리'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SOHO대출 등으로 버텼지만…장기적으로 다른 해법 제시 고심 깊어지는 은행권

상대적으로 포트폴리오 분산에서 우수하다고 꼽히는 신한금융그룹 소속 신한은행. 신한은행은 지난해 중소기업대출 규모를 줄이면서 연체율을 낮췄다고 평가 받았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소호대출 잔액은 24조선으로 2011년 말(22조원대)보다 10%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소호대출을 포함한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51조 3240억 원으로 전년대비 1.8% 감소했으며, 신용평가시스템에 의한 차주별 상환능력 심사 등 중소기업대출 심사를 강화한 덕으로 연체율 관리에 성공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 중 대표주자 두 군데만 살펴봤지만, 연체율을 관리하며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졸라매는 정도에 따라 좌우될 뿐, 소호대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패턴은 유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권의 개인사업자에 대한 대출 잔액은 금년 7월말 현재 183조3000억원으로 올들어 7개월동안 9조9000억원이나 증가했다. 2007년 같은 기간(12조389억원) 이후 6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하고 대기업대출에 대한 리스크가 높아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낮고 떼일 위험이 적은 자영업자 관련 대출 확대에 나서, 이 같은 그림이 나왔다는 풀이다. 이는 제대로 된 기업금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로 더 이상 끌고 나갈 수는 없다는 불안감 역시 높아지고 있다.

미국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이 우리나라 경제를 '치킨집 경제'로 해석, 우려하는 기사를 최근 내보내기도 했지만, 자영업자쪽으로 대출이 나간다는 것은 사실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이라기 보다는 가계대출 불안감과 맞닿아 있는 게 사실이다. 양쪽에 걸쳐 위기의 뇌관 역할을 하는 문제에 은행들이 쏠리고 있는 셈이기도 하다. WSJ가 한국의 급증한 치킨집이 금융 시스템을 붕괴시킬 정도로 위기를 초래하진 않겠지만 사업 부진으로 대출 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은 이 같은 속성을 지적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정부가 추석 연휴 직전인 17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거쳐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방안'을 발표한 점 역시 현재 상황을 돌파할 여력은 중소기업 활성화에 있다는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다. 당국과 금융기업들 모두 현재와 같은 상황을 좌시할 수 없다는 공통된 견해를 갖고 있는 셈이다. 결국 금융기업들은 중소기업 등으로 돌파를 하거나 안정성의 벽을 더 쌓아야 하는데, 지금이 이를 타진할 시험철로 받아들여지는 양상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번에 시장에 나온 두 곳의 지방은행들은 은행들이 가진 고민을 해소할 교두보가 되어줄 것을 요청받기에 적당한 요소가 있고, 이런 매력 포인트 때문에 여러 곳의 시선을 끌어모았다고 하겠다.

끝모를 글로벌경제 '겨울', 공격적 영업 바탕될 '피와 살' M&A 시장서 각광 

경남은행은 울산 등 지역에서 선전하고 있는 점에서 기업금융 측면에서 관심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일찍부터 많았다. 경남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상대적 약점이라고 꼽히는데 이는 M&A를 통한 돌파가 가능할 것이라는 점에서, 기업은행 등의 러브콜이 왜 나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광주은행은 경남은행에 비해서 자산 규모나 성장성 측면에서 뒤쳐지고 생산성에서도 약점이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수익성이나 건전성면에서 탄탄하다는 평도 따른다. 신한이 (최종적인 참여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저울질을 하며 인수전 참여를 고심한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금융지형 변화 국면에 제대로 대처하려면 M&A를 통한 변화까지도 범주에 넣고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여러 금융그룹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고, 이번 우리금융 산하 지방은행 매각 시점을 계기로 대외적으로 부각되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의 양적완화 조절 가능성이 좀처럼 명확히 윤곽을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은행들은 변화 필요성쪽으로 과감하게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저수익시대라고 해서 손놓고 움츠리기만 하기 보다는 언제든 다시 치열한 영업전을 벌일 준비를 하며 각자 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단 두 지방은행이 어디 품에 안기느냐는 결과보다는, '비계'가 아닌 새롭게 '피와 살'을 늘리는 노력들이 맞부딪혀 나올 판세 변화의 과정에 더 눈길이 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