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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자와 나오키'식 중기대출 철학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9.23 08: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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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여름 TBS가 내놓은 드라마 한 편이 일본 열도를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려 화제다.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는 대출 담당 은행원을 주인공으로 한다.

부실 대출 책임을 뒤집어 쓴 은행원이 지점장에게 복수를 한다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가 기업의 기술력을 제대로 평가하는 새로운 은행 시스템을 꿈꾼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손재주를 살려' 물건을 만드는 중소기업엔 서슴없이 돈을 빌려준다.

유수의 일본 기업들의 창업자들 중에 기술자가 많았던 신화가 먼 이야기가 아니고, 과거  일본의 제조업이 장인 정신으로 세계의 눈길을 끌며 패전 후 경제 부흥을 이끌었던 점에서 이 드라마 속 은행원의 행보는 일본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무엇인가가 있지 않은가 한다.

일부 시중 은행들이 '기술력·가능성'의 중소기업 대출 평가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전문 인력을 배치하는 등으로 담보 대출 중심의 진행, 유력한 중소기업에 집중되는 현상을 타개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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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이런 시도가 없지 않았던 점을 상기해 보면, "이번에도 역시나"라는 우려가 들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경제 불안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제 새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대출에 임하는 은행들이 중소기업의 기술력에 대해 집중하겠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번에도 이런 시도를 일시적인 유행처럼 흘려 버렸다가는 개별 은행들의 영업전쟁 결과만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방향 자체가 지장을 받을지도 모른다. 한자와 나오키가 열광적 반응을 얻고 있는 배경을 보면, 은행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은 바다 건너편과 우리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