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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표, 아무리 검증 방법 좋아져도 부주의에는…

이서 받아 기록남겨두면 손실없이 처리, 실무사례 그나마 다행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9.16 17: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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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신한은행에서 추석 연휴를 앞두고 수표용지를 다량 분실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분실된 매수도 많으려니와, 근래 거액의 변조 수표 사건이 은행계를 휩쓸고 지나간 기억이 오래되지 않은 터라 더 관심을 끌고 있다.

일반자기앞수표용지는 금액과 발행지점 등이 적혀있지 않은 일명 압인 등이 없는 수표용지다(1억원 이하의 액수를 기입해 사용할 수 있는 수표 용지로 알려졌다). 은행 이름과 로고, 일련번호 등만 새겨져 있다고 한다.

자칫 100억짜리 수표 변조 사건 닮은꼴 될 여지도?

압인이란 무엇인가? 발행지점 등을 기재하는 일을 말하는데, 과거에는 이것을 수기로 하던 때도 있었으나 현재는 기계로 작업하고 있다. 따라서 압인이 제대로 되지 않는 수표는 수표로서의 기본적인 외형부터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여름 국민은행 수표 변조 사건의 경우를 보면, 일단 정상적인 '수표용지'가 흘러나간 경우 악용의 소지가 완전히 차단된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 여름 수표 변조 사건을 다시 보자. 이 사건에서는 △수표용지를 입수한 점 △(변조의 목표물이 된 진짜)수표의 번호를 알아낸 점이 주효해 100억짜리 수표 변조라는 대형 사건이 가능해졌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우선, 사건 당시 사기범들에 포섭된 은행 직원은 수표 발행기에 빈 종이를 넣어 금액을 인쇄하는 대신 진짜 수표용지를 금액 공란 상태로 된 백지수표로 만들어 빼돌렸다. 여기에 사채 거래 등에서 일부 관행으로 돼 있는 잔고 거래용으로 수표의 번호를 알아내는(이 사건의 경우 소지인을 통해 알려졌다고 함) 방식이 함께 사용됐다.

즉 원래 용지 자체 외에도 번호 등 여러 가지 방어책이 있지만, 은행 실무에서 이를 받을 때 간과되면 바로 뚫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위 사건에서도 수표를 받은 국민은행 모지점은 육안 및 수표감별기, 일련번호 조회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위조사실을 발견하지 못했고 정상 처리했다.

비슷한 예로는 2011년 일어난 농협중앙회 수표 변조 사건에서, 수표 감별기가 수표 종이의 질과 뒷면의 위조방지 형광물질만을 인식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에 문제의 수표를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당국이 본 경우가 있다. 이때 수사기관 통보로 1억원 이하와 1억원 이상의 수표 색상, 두께, 특정 문영 등을 바뀌게 했다고 한다.

여기에 수표를 발행하는 한국조폐공사가 번호 등을 약품으로 지우고 고치는 일에 대응책을 2006년부터 넣고 있다. 수표 제작에 화공약품 등을 이용한 금액 변조를 방지하기 위해 약품이 닿으면 얼룩이 생기는 변색용지를 쓴다. 또 일련번호가 인쇄되는 부분은 용지를 일부러 얇게 제조해 날카로운 도구나 약품을 접촉하면, 쉽게 훼손되도록 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여러 방안이 겹쳐져 있지만, 실제로는 부주의로 이 같은 방법들이 보내는 경고의 신호를 검증하는 사람이 모두 건너뛰면 번호를 알아내 악용하는 범죄에 걸려드는 것도 가능하다. 대부업 등을 통해 취득한 수표용지의 일련번호 등을 활용, 은행에서 조회를 해도 위조된 것을 알 수 없게 하는 치밀함으로 검증망이 뚫린 사건이 있다는 점은 이미 위에서 말한 바와 같다.

그러므로 이번 사건으로 흘러나간 용지에 일련번호 등을 손질한 다음 실제 존재하는 번호의 수표로 혼동을 줘 현금화 거래에 나서고 은행 등이 부주의하게 검증하는 경우 등 최악의 경우는 극히 적은 가능성이지만, 전혀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하겠다.

은행, 이서 등 주의 당부 왜? 정상승인 통과 등 문제 상황에서 '요긴'

이 사건으로 새삼 부각된, 수표의 수취시 고객들이 유의할 부분은 어디에 있을까? 고객들은 수표를 받을 경우 이서를 잘 확인하도록 요청됐다. 위 사건과 같은 수표의 사고 가능성은 완벽하지 못한 주의의 허점을 뚫고 들어오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주의를 한다고 해도 모두 문제를 피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수표의 수취 시점에서 정상승인이 확인됐다고 해도, 금융결제원 어음교환소에서 교환되기까지의 시간적 격차 사이에 원래의 수표소지인이 분실신고를 하면 현금화가 거절된다는 점이 실무상 문제로 지적돼 왔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 요긴한 게 바로 수표의 이서와 신분 확인인데, 누구로부터 받은 수표인지 기록을 남겨 둠으로써 문제 발생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다. 실제로 백화점 특히 명품관 같이 수표 사용이 많은 곳에서는 이 같은 수취 모범 사례를 공유해 오고 있다(위의 연휴로 며칠간 생긴 교환의 간격 사이에 분실신고가 들어온 케이스는 충남 모 백화점 케이스).

결국 과거 여러 문제 사례에서 수표(특히 고액권 수표)의 위조나 변조 방지를 위해 여러 대책이 마련돼 오고 있고, 또 근래 사건 이후에도 추가 보완이 추진 중이지만 부주의에는 답이 없으니 각별히 주의가 당부된다는 것이고 이번 사건 역시 일종 해프닝으로 수표 거래시 경종을 울렸다고 할 수 있다. 만에 하나 문제있는 수표를 받은 경우라도 이서 등 최후의 검증망에 의지할 수 있다는 점이 위안이 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