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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 손질, 허약한 '韓스타일 치킨집경제'와의 '치킨게임'?

대출 부실화 등으로 파급 효과 큰 가운데 악수 두나 우려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9.16 11: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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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치킨집 경제'. 한국의 자영업(SOHO) 상황을 유력 외신은 이렇게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많은 은퇴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집 담보 대출을 받아 치킨집을 개업한 탓에 치킨집이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50대 이상 은퇴자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너나 할 것 없이 창업하면서 '치킨집 거품'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실 치킨집은 일각에 불과하다. WSJ이 지적한 바와 같이 한국에는 인구 1000명당 음식점 수가 12개로 미국의 6배, 일본의 2배 이상에 이를 정도다.

문제는 과도하게 밀집된 치킨집(등의 자영업)이 사업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오너들이 가게를 차리면서 빌린 대출금을 제 때 못 갚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 같은 위험도를 우리 사회가 좀처럼 콘트롤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자충수를 둘 수 있다는 점이다. '치킨집 거품'이 한국의 금융 시스템을 붕괴시킬 정도는 아니지만, 이에 적당한 연착륙 노력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한국경제가 소비 부진 및 은행 부실대출 증가의 부작용에 시달리게 될 것이란 게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한국의 '치킨집'을 분석한 기사를 내놔 눈길을 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특정 업종 문제라기 보다는 자영업 전반에 유효한 분석 키워드라는 점에서 우리가 여러모로 들여다 볼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 프라임경제  
월스트리트저널이 한국의 '치킨집'을 분석한 기사를 내놔 눈길을 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특정 업종 문제라기 보다는 자영업 전반에 유효한 분석 키워드라는 점에서 우리가 여러모로 들여다 볼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 프라임경제

불안한 경기 흐름 속에 기업대출 소호로 쏠려

금융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 말까지 4대 시중은행의 소호대출 순증규모는 총 5조원선을 넘었다. 이는 같은 기간 중소기업대출 순증규모(4조8000억원대)보다도 많다. 경기가 불안한 가운데 기업들이 대출을 늘리고 설비 투자 등을 할 여력이 없게 되면서, 은행들이 남는 자금을 소호 관련 영업 쪽으로 튼 결과다.

하지만 이미 소호  등 대출의 불안함은 예견돼 왔던 바이고 이를 늘리면서 부작용은 더 커지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신호가 켜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0.89%였던 은행권의 소호쪽 대출 연체율은 5월 말 1.15%로 수직 상승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자영업의 불안 상황을 시장논리대로만 처리할 수는 없다. 4월 현재 전국의 자영업자는 571만여명에 달한다. 전체 취업자의 22.8%를 차지한다. 물론 이에 대해 1983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라는 풀이를 내놓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 자영업의 무급의 가족종사자수 경향 등을 감안하면, 영세한 자영업쪽에 1000만명 정도가 자영업에 매달려 있는 셈이라는 추론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은 OECD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미국(7%), 일본(12%) 등에 비해 너무 높은 수치라, 지금 이 영역에 경착륙을 일으키는 것은 사회 전반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불안한 세제 논의 속 극심한 의견대립 불똥될 듯

상황이 이런 가운데, 정책적인 배려는 커녕 오히려 자영업에 대한 세금 폭탄 우려까지 겹쳐 당국이 장고 끝 악수를 두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13일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과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가 13일 집회를 열고 "골목상권과 자영업자를 죽이는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 단순한 세액 관련 불만 표출이 아니라 위의 대출 부실화 등 연쇄고리의 출발점을 건드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나온다.

이들 단체는 "내수시장 침체가 길어지고 대기업이 일감을 독식해 자영업자들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을 펴 골목상권을 더욱 궁지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이들은 기재부의 의제매입세액공제 축소 결정과 관련, "원가부담이 커지면서 상인들이 국내 농산물을 구매하지 않게 되고 물가상승도 유발될 것"이라고 본다. 의제매입세액공제는 음식점 등의 음식재료 구입비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감면하는 제도로 그동안 음식점 업주들은 부가가치세 면세물품인 농축수산물 원재료 구입비용이 매출액의 40~50%를 차지한다고 신고해 세액공제를 받아왔는데, 이것에 수정이 가해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이들은 국세청의 유흥업소에 대한 개별소비세 부과 방침에 대해서도 "영세한 업소들이 사실상 납부 능력이 없는데도 현장조사나 예고도 없이 방침을 정해 폐업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이 집회에서 이들은 "자영업자를 사지로 내모는 방침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즉 "대기업의 일감 독식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정책을 마련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각종 세원 개발과 어느 세금에 부담을 좀 더 가할지 등을 판단해야 하는 '조세 정의'에 대한 단추가 전체적으로 잘못 꿰어지고 있다는 우려로도 읽힌다.

일각에서는 부가가치세 등에 대한 역할론 제고를 요청하는 보수적, 자유시장경제적인 시각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다른 한편에선 경제 일선의 자영업 등 종사자들이 대기업 일감 독식 등을 문제 요소로 꼽고 있는 등 갈등이 점점 팽팽해지고 있다. 한때 각자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까지 인식되던 자영업자 관련 대출 부실화 우려, 그리고 이를 악화시킬 수 있는 여러 요인과 변수들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점은 우리나라의 경제 본질은 여전히 허약한 '치킨집 경제'에 머물고 있으며, 치킨집 경제 현실과 대기업 중심 경제관이 더 이상 양립하기 어려운 시험대에 우리 경제가 조만간 설 것임을 방증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