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조민경의 都市樂] 엄마표 닭볶음탕 그리울 땐 '메밀향 그집'

조민경 기자 기자  2013.09.13 15:50:03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저마다 고향 갈 생각에, 오랜만에 친척과 고향친구를 만날 생각에 들떠있으리라 생각되는데요. 그러나 무엇보다 엄마의 손맛과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추석을 손꼽아 기다리게 하죠. 

그래서 이번 '조민경의 都市樂(도시락)' 새 맛집 신 메뉴에서도 추석을 맞아 엄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평소 엄마와 떨어져 살아 엄마의 음식을 그리워하거나 이번 추석 나름의 사정으로 고향을 찾지 못하고 향수에 젖은 분들이 찾으시면 적적함을 조금이나마 달래실 수 있을 것 같은 곳인데요, 얼른 찾아가볼까요?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입니다. 3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뒤를 돌아 직진하면 커핀그루나루가 있는데요, 그 왼편 골목으로 들어서 조금만 걷다보면 오른편에 벽돌 벽과 하얀 간판으로 둘러싸인 식당이 보입니다. 확인하셨다면 바로 지금부터 소개할 '메밀향 그집'에 잘 찾아오신 겁니다.

   메밀향 그집의 매운 닭볶음탕. = 조민경 기자  
메밀향 그집의 매운 닭볶음탕. = 조민경 기자
외관은 깔끔한 느낌으로, 일반 식당과 별다른 점이 없었는데요.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입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왼쪽 구석에 주방이 위치해있고, 나머지 공간에는 테이블이 놓여 있었는데요. 

벽면과 테이블은 밝은 나무색으로 통일해 화사하면서 깔끔한 분위기였습니다. 조그마한 도자기 인형들과 식물들이 아기자기하게 놓여있기도 했죠. 천장을 살펴봤더니 옛날 기와집 천장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해 놓았더군요.

'기존 닭볶음탕 식당들과는 색다른 분위기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메뉴판을 살펴봤는데요. '辛닭볶음탕 Set', '카레 닭볶음탕 Set'와 메밀향 그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메밀국수, 메밀 만둣국 등 메밀을 사용한 음식들이 있었습니다.

대표메뉴인 매운 닭볶음탕 세트를 맛보기로 했습니다. 세트에는 닭볶음탕과 메밀빙, 볶음밥이 포함되는데요, 닭볶음탕 양은 소, 중, 대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답니다.

닭볶음탕은 거의 조리돼 나오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걸리는데요. 그 전에 메밀빙이 먼저 나왔습니다. 메밀빙은 메밀가루로 만든 전병인데요, 파전처럼 동그랗지만 아주 얇게 부쳐낸 뒤 그 위에 무채를 올려 내어졌습니다.

피자처럼 부채꼴 모양으로 먹기 좋게 칼질이 돼 있었는데요, 한 조각을 덜어내 무채를 올린 뒤 돌돌 감아 입 속으로 가져갔습니다. 삼삼하고 쫄깃한 메밀빙이 아삭하고 매콤한 무채와 어우러져 고소하면서 맛있었는데요. 이렇게 몇 점 먹다보니 기다리던 닭볶음탕이 나왔습니다. 

   무채와 함께 싸먹는 메밀빙. = 조민경 기자  
무채와 함께 싸먹는 메밀빙. = 조민경 기자
닭과 양파, 감자, 떡이 푸짐하게 들어있었는데요. 조리가 다 돼 나와 바로 먹어도 된다는 설명에 닭을 한 덩어리 짚었습니다. 잘 익은 닭에 매콤한 양념이 잘 배여 입에 착 감겼는데요. 국물도 한 숟가락 떠먹어봤는데 칼칼한 맛이 밥 비벼먹기 딱 좋은 정도였죠.

감자와 양파도 양념이 속까지 배여 달달하면서 매콤한 맛이 닭과도 잘 어우러졌는데요. 바닥에는 당면이 들어있었는데, 당면이 쉽게 불어버리니 쫄깃할 때 먼저 드시는 게 좋답니다. 한참을 먹다보니 닭볶음탕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요. 배가 불렀지만 세트의 마지막 메뉴인 볶음밥을 맛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직원을 불러 볶음밥을 해달라고 했는데요. 테이블에서 조리해주는 것이 아니라 닭볶음탕 그릇을 통째로 들고 가 주방에서 만들어 다시 가져다줬습니다. 남은 닭볶음탕은 옴팍한 그릇에 따로 내어줘 볶음밥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해줬고요.

닭볶음탕 국물에 잘게 썬 야채와 밥을 넣고 볶은 뒤 김가루와 깨소금을 뿌린 볶음밥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 정도였는데요. 고소한 냄새와 지글지글 소리까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숟가락을 가져갔습니다.

노릇노릇하게 볶아진 볶음밥은 가히 메밀향 그집 닭볶음탕의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죠. 여러분도 볶음밥이 맛있다고 바닥까지 박박 긁어 드시면 그릇에 구멍이 날지 모르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엄마표 닭볶음탕이 그립다거나 색다른 닭볶음탕을 맛보고 싶은 분들에게 메밀향 그집의 닭볶음탕을 권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