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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내 배당금' 금융기관 복지에 쓰였다면?

김병호 기자 기자  2013.09.13 14:4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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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고객이 받아야 할 연금 배당금의 일부가 고객도 모르는 사이 해당 금융기관의 복지기금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면 고객 당사자는 어떤 기분일까.

40대 중반 회사원 신씨는 지난 1994년 1월8일 신협중앙회의 노후생활연금공제 상품에 가입했다. 예정사망률(손해율)과 실제 사망률과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사차배당  및 예정금리와 실제금리 사이의 이차배당, 예정사업비와 실제 사업비의 사이의 비차배당 등이 주어지는 배당상품이다.

하지만 신씨는 최근 중간 배당금 관련 안내서를 보다가 본인이 받아야 할 이차배당금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어 문의했다.

신씨가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공문에 따르면, 신협의 경우 공제사업의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이익금을 계약자에게 직접 배당 형식으로 지급하지 않는 대신 공제 복지기금으로 적립, 신협 복지사업에 쓰고 있었다. 계약자에게 직접 배당금을 돌리지 않고 공제 복지기금으로 쌓아 간접배당 형식으로 신협이 조합원들을 위한 복지사업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노후안정 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이 상품을 선택한 신씨에겐 황당한 일이었다. 신씨가 가입한 1990년대 당시 금융권은 노후자금 마련을 필요로 하는 고객들을 위해 다양한 공제상품과 연금상품 등을 내놨는데, 이 상품은 이자율 변동에 따른 배당금까지 지급하는 조건이어서 고객들로부터 인기가 좋았다. 당시 배당상품들은 대부분 적립식 배당 방식이었기 때문에 직접배당을 실시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당시 상품 약관은 계약자배당의 경우 공제사업에서 발생한 이익금을 공제사업자가 경영상황, 재무건전성, 공제상품별 손익 현황 등을 종합 고려해 △사업비차 △위험률차 △이자율차배당금으로 구분, 각각 실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노후생활연금공제약관 제22조 [배당금의 지급] 중앙회는 이 공제사업을 통해 이익이 발생한 때에 계약자에게 이익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습니다.'

이 약관대로라면 '배당금의 지급'과 관련해 신협 측이 '지급할 수 있다'는 대목을 들어 '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고객이 만일 이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상품에 가입했다면 고객 부주의로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약관공지 의무가 지금처럼 까다롭지 않았던 90년대 상황이라면 고객이 꼼꼼히 상품의 성격을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상품 자체 문제를 배제할 수도 없다. 이익이 발생한 배당금이라면 당연히 배당상품에 가입한 고객에게 돌려줘야 정상이다. 고객이 받아야 할 배당 몫을 적립해 얻은 이익이라면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공익'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고객이 받아야 할 배당금을 조합이 자체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는 고객은 얼마나 될까. 

일련의 문제를 신협 측에 문의했다. 이에 대해 신협 관계자는 "상품 자체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했고, 가입자도 조합원들로 구성돼 있었기 때문에 조합을 위해 혈압계 등을 설치하는 것은 조합원 전체의 복지를 위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상품 가입자들이 조합원들이라 배당금을 조합원들의 복지를 위해 쓴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신협 측은 배당금 지급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는 점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이 상품의 이자율차 배당의 경우 2008년까지 적립하다가 일부를 지급하고 일부를 복지기금으로 사용했다"며 "차후에 간접배당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을 보탰다.

또 "직접배당제도에 대한 제도가 정확히 자리 잡지 못했고 90년대 초 민보사들의 공통적인 문제였다"고 덧붙이며 "상품 가입자 개개인을 찾아 금액에 따른 배당금을 지급하기가 물리적으로 힘들고 그 당시 언론을 통해서도 직접배당이 아닌 간접배당형식으로 실시한다고 고시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이 상품 가입건수는 모두 4181건으로, 당시 다른 유배당상품을 다 합쳐서 실시한 간접배당금은 10억원 규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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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협 측은 상호금융의 경우 간접배당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으며, 복지기금도 원본이 살아있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간접배당을 실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끝으로 이번 사건을 제보한 신씨에게 돌아온 신협 측의 답은 '당시의 상황과 일반적 관례'라는 것 외엔 별 것이 없었다. 불특정다수가 아닌 공동의 이익을 위해 계약자 만족사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90년대 당시만 하더라도 계약자가 거의 조합원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