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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해탄 건너 공통이슈, 부가가치세 역할론 '재점화'

경기상황 따라 불가피 주장 닮은꼴…한국 정치적 파장 더 클 듯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9.13 11: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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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동해를 사이에 두고 있는 이웃인 일본이 우리와 유사한 세금 고민을 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부가가치세 문제(일본은 소비세 명칭)로 저울질 중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부가가치세와 흡사한 소비세는 민간 소비에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당국이 만지기를 주저하는 항목이다. 일본의 경우 1997년 소비세 조정으로 경기가 주저앉은 경험이 있는 데다가 한국도 유신정권 붕괴를 가져온 강한 민심 이반이 부가가치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을 정도다.

소비자가 부담해야 되는 관계로 소비심리에 직접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저소득층에 가중 타격이 더 크다는 논란도 뒤따른다.   

일본은 아베 내각이 양적완화 부작용 제어를 위해 소비세를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우리는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이 문제를 수술할 가능성이 최근 높아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3일 오전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요현안을 보고했는데, 향후 5년간의 조세정책방향에 대해 저출산 고령화 등에 따른 복지재원 마련 등을 위해 조세부담률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뜻을 밝혔다.

아울러 세율인상이나 세목신설이 아닌 비과세·감면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등 과세기반 확대를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천명하면서도 "추가재원이 필요할 경우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세입확충 폭과 방법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미심장한 부분은 또 있다. 기재부는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낮은 소득세와 소비과세 비중을 높이고, 법인과 재산과세는 성장친화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혀, 향후 증세논의에 있어서도 법인세보다는 개인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등 소비과세 중심으로 논의의 축을 이끌어 갈 것임을 강조했다.

세수 구멍, 결국 못 메우자 증세 추진 '왜 부가가치세부터?'
 
국회예산처가 초여름에 내놓은 '2012 회계연도 총수입 결산 분석'은 "경기회복세가 미약하고 세수부진에 구조적인 요인이 있어 세수 구멍 문제가 단기간 해결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는데, 결국 기재부가 위와 같은 방침을 13일 내놓음으로써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경기의 흐름, 그리고 이로 인해 세금을 걷기 어려운 사정이 확인된 셈이다.

당국이 상반기에 추가경정예산(5월)과 투자활성화 대책(5월), 서비스 대책(7월)을 줄줄이 내놨지만 '약효'가 시원찮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하반기부터는 이런 대책들의 효과를 볼 것으로 내다보던 일부 시각에 상황이 급박하다는 경종을 울리는 것으로도 받아들여진다.

문제는 왜 부가가치세가 대상인가다. 법인세의 경우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는 영향을 강하게 탄다는 점이 거론된다. 금년도에 대부분의 주요 기업들마저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많게는 50~70%가량의 법인세 감소가 예상된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이른바 부가가치세의 역할 확대론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인데, 이런 맥락에서 8월31일 한국경제연구원의 '2013년도 세법개정안 평가' 보고서는 주목할 만하다. 

이 보고서는 "(최근 세법) 개정안은 "복지재원 마련, 세입기반 확충과 세수증대 효과는 미미한 반면, 고소득층의 소득세 부담과 대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증대시키는 효과만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을 담았다.

   부가가치세는 평소엔 크게 조명되지 않는 세금이지만, 막상 올리려면 큰 정치적 부담이 발생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이번에 기획재정부가 '증세없는 복지'를 사실상 포기, 세제의 손질을 예고한 가운데 부가가치세 역할론이 함께 부상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 프라임경제  
부가가치세는 평소엔 크게 조명되지 않는 세금이지만, 막상 올리려면 큰 정치적 부담이 발생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이번에 기획재정부가 '증세없는 복지'를 사실상 포기, 세제의 손질을 예고한 가운데 부가가치세 역할론이 함께 부상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 프라임경제
이와 함께 "세수 감소 및 조세저항 등을 고려하면 증세보다는 복지정책을 전면 재검토해 우선순위가 높은 정책중심으로 시행하면서 재원조달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증세로 가닥을 잡는다면) 소득세제는 자영업자에 대한 과표양성화를 전제로 국민개세주의 원칙에 입각, 모든 소득계층을 포함하는 비과세·감면 축소 및 합리화가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 바로 "세입기반 확충과 과세효율 제고를 위해 부가가치세의 역할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부가가치세 역할론, 세금 '끝장토론' 계기될 지 주목

현재 상황에 대해 반대로 인식하고 다른 해법을 제시하는 의견이 야당에서 일고 있어 과연 법인세 등 기업 쪽 부담을 늘리는 게 맞을지, 부가가치세 등 소비자 부담을 손보는 게 맞을지 논쟁 결과의 귀추가 주목된다. 

홍종학 민주당 의원은 12일  '2011년 법인세 공제감면액 상위 10개 항목'을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서 "기업의 고용을 촉진하고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법인세에 대한 각종 비과세·감면의 혜택이 대부분 재벌에 돌아가고 있어 제도의 취지가 무색하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홍 의원은 이미 지난 4월 재벌에 대한 비과세 감면을 전면 중지하는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적도 있다.

같은 당 원로인 이용섭 의원 역시 지난 9일 CBS 라디오에 출연한 자리에서 박근혜정부의 세제 관련 가치관 전반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던진 바 있다. 당시 이 의원은 "(복지의 확대로 인해)늘어나는 세금을 중산서민에게서 걷지 말고 고액재산가, 고소득자, 대기업으로부터 걷자는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활력도 저해하지 않으면서 공평성도 제고하면서 필요한 세금을 걷어 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심리 꺾일까 원론 걱정하는 일본보다 해법 복잡 '그래도 시사점?' 

일본의 경우 조세의 정의 문제보다는 경기의 활력과 연관짓고 있다. 아베 내각은 소비세 증세 논의에서 3%포인트의 증세 가운데 2%포인트에 해당하는 5조엔 규모의 자금을 감세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되돌려 준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표면적으로 3%포인트의 세금 인상을 단행하지만, 실제 1%포인트 정도만 올리는 셈이다.

큰 논란보다 과연 소비세 인상을 단행할 펀더먼탈이 되겠는가, 혹시 인상에 실패할 경우 자산가격 급락 우려 등 투자 시장의 불안 반응은 어떻게 할 것인지 내지는 소비세를 인상할 때 소비의 위축 가능성 등 '원론'만 풀면 되므로 조세정의 등 철학적 관점이 같이 걸린 우리와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본의 소비세 논의 과정을 우리의 부가가치세 정국과 참고해 함께 볼 필요는 없지 않다. 예를 들어, 요미우리신문은 "근로자 임금을 올려주는 기업의 법인세를 깎아주거나 최첨단 설비투자에 나서는 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 등이 고려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의 경우도 이처럼 기업이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경우를 선별해 인센티브를 주는 탄력적인 접근과 이를 위한 초당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이런 이유에서 나오고 있다.